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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1-07 02:34 조회 6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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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문법과 관습을 가져와 자신들의 방식으로 만드는 데 탁월합니다. 이제 한국 고유의 서사와 감수성으로 승부수를 띄워도 세계 시장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시。입니다.”
영미 연극·뮤지컬학계의 석학인 데이비드 사브란(David Savran) 미국 뉴욕시립대(CUNY) 명예 석좌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오는 7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한국뮤지컬학회 공동 주최로 열리는 ‘2026 글로벌 뮤지컬산업 학술대회’에서 ‘세계 무대 위의 한국 뮤지컬’을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 2024년 발간한 연구서 ‘Tell It to the World: The Broadway Musical Abroad’(세계에 알려라: 해외로 간 브로드웨이 뮤지컬)를 통해 해외 학계에 K-뮤지컬을 비중 있게 조명했다. 이 책은 전후 냉전과 분단, 미군 주둔의 현대사를 겪으며 브로드웨이 양식을 받아들인 한국과 독일에서 뮤지컬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비교·분석한다. 학술대회를 앞두고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취재진과 만난 사브란 교수는 한국 뮤지컬의 폭발적인 성장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세계화를 위한 냉철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2012~2013년 무렵 집필을 시작한 이래 제 지적, 감정적 에너지를 한국 뮤지컬에 쏟아부었습니다. 한국 뮤지컬이 현재 브로드웨이 41개 극장에 올라간 작품 중 두 편(‘위대한 개츠비’, ‘어쩌면 해피엔딩’)과 관련돼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한국이 브로드웨이의 어법을 자국화하고 변형해 낸 방식은 연구자로서 경이로운 대상이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연구 펠로십을 수행한 뒤 은퇴 후 그곳을 거.으로 삼아온 사브란 교수가 한국 뮤지컬에 눈을 뜬 배경에는 뉴욕시립대에서 가르친 한국인 제자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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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당시 박사과정이던 제자(여지현 현 미국 몽클레어 주립대 교수)가 쓴 ‘드림걸즈’ 서울 공연 리포트가 출발.이었다.
“미국의 짙은 인종적·역사적 배경 탓에 미국 밖 공연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드림걸즈’를 한국 프로덕션이 훌륭하게 무대화했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뉴욕 리바이벌을 앞두고 해외에서 미리 치러진 트라이아웃 공연이었고, 이후 뉴욕으로 역진출하는 과정을 보며 한미 간의 역동적인 문화적 상호작용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이후 그는 2011년 뉴욕 링컨센터에 오른 ‘영웅’으로 한국 창작 뮤지컬 실연을 처음 접했고, 2013년과 2017년 두 차례 서울을 찾아 현장 관람을 이어갔다. 특히 2017년 마주한 ‘서편제’는 그에게 “인생 최고의 연극적 경험 중 하나”였다. 사브란 교수는 “2013년 첫 내한 때 접한 판소리 덕분에 작품의 맥락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어떤 작품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거대한 정서적 충격의 실체를 학술적으로 규명하겠다는 열망이 책 집필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기존 오페레타 전통의 연장선에서 뮤지컬을 수용하며 민족주의적 서사를 기피해 온 독일과 달리, 한국은 서구식 음악극 전통이 전무한 백지상태에서 처음부터 미국 뮤지컬을 직수용해 독자적으로 자국화했다고 짚었다. 나아가 자국의 역사적 비극과 성취를 대담하게 무대화해 관객과 강한 유대를 형성했다는 .을 양국의 결정적인 차이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그의 연구가 지닌 태생적 한계와 피상성을 꼬집는 취재진의 날카로운 지적도 잇따랐다. 사브란 교수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데다 한국 방문 역시 세 차례에 불과해 직접 관람한 작품 표본이 극소수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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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학생 제자들의 번역과 해설에 의존한 간접 연구의 한계 탓에, 한국 뮤지컬의 독창성을 규명하는 분석 틀마저 서구 학계의 오래된 시선 답습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책과 인터뷰에서 전제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문법과 관습’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브로드웨이 문법의 실체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브란 교수 역시 “답변하기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이라며 개념의 모호함을 인정했다. 그는 재즈·록·팝 등 20세기 미국 대중음악에 뿌리를 둔 음악 형식과 함께 도입부 넘버, 후반부의 ‘빅 피날레’, 인물의 내면과 관계를 전개하는 노래의 기능 등을 꼽았지만, 이는 19세기 유럽 오페라나 오페레타 등 서구 음악극 전반의 보편적 극작술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 이에 사브란 교수는 “책을 낸 지 수년이 지났지만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링구아 프랑카’(공용어) 모델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 온전히 편안하지만은 않다”며 대형 상업 뮤지컬의 규격화된 틀일 뿐 절대적 문법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또한 한국 뮤지컬의 고유성을 설명하기 위해 꺼내 든 ‘한(恨)’이라는 분석 틀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인들에게 ‘한’은 이미 지나치게 소비된 진부한 클리셰이자, 서구 학자의 시선에서 한국을 특정한 슬픔의 틀에 가두는 ‘오리엔탈리즘(서구 중심적 편견)’의 반복이라는 지적이다. 사브란 교수는 이러한 비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학계의 논쟁과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비판을 잘 알고 있고, 연구 초기에는 나 역시 이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불편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외부 관객으로서 직접 겪은 정서적 실체를 설명하기 위해 이 틀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서편제’나 ‘그날들’을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은 아주 특별한 종류의 슬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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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흑인들의 고통에서 출발한 재즈 가수들의 목소리 밑바닥에 ‘눈물’이 서려 있듯, 한국 뮤지컬 밑바닥에도 깊은 슬픔과 아픔이 응축돼 있다. 이 해소되지 않은 정서적 응어리는 기존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보적이고 풍부한 감정적 팔레트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근미래 로봇의 사랑을 다룬 ‘어쩌면 해피엔딩’이 브로드웨이 관객의 심금을 울린 비결 역시 이러한 복합적 감정의 결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학술적 개념 논쟁과 별개로, 그는 한국 뮤지컬 현장의 독보적인 실행력과 인재 풀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뮤지컬에서 요구되는 ‘트리플 쓰렛(Triple Threat)’, 즉 노래‧연기‧춤을 완벽히 소화하는 능력을 갖춘 한국 배우들의 수준은 브로드웨이 최정상급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사브란 교수는 “국가 규모가 훨씬 큰 독일과 비교해도 한국 배우들의 기량과 훈련 체계, 관객과의 교감 능력은 압도적”이라고 추켜세웠다.
사브란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 뮤지컬의 세계화에 대한 방향성을 조언했다. 뮤지컬을 단순한 일회성 오락거리로 치부하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학계와 평단, 창작자가 머리를 맞대고 ‘예술적 정통성(Legitimacy)’을 진지하게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에 주목했다. 그는 이러한 단단한 토대 위에서 서구 고전 차용을 넘어선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서양의 고전이나 문학을 토대로 한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 100년 넘게 반복되어 온 안전하고 익숙한 길입니다. 한국 창작진이 이런 작품을 훌륭하게 만들어내고 있지만, 한국은 이미 세계인들을 매료시킬 만한 독보적인 문화적 ‘멋(Coolness)’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신화와 설화, 민담 등 고유의 이야기를 들고 나가야 글로벌 무대에서도 진정한 문화적 파급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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