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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1-03 06:36 조회 17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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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전남 순천. 장마가 끝난 뒤의 더위는 밤이 돼도 식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 아파트 단지 옆 골목에 노란 띠가 쳐졌다. 경찰차가 두 대 서 있었고 아줌마들이 모여 수군거렸다. 사람이 죽었다고. 범인은 아직 못 잡았다고 했다. 그날 오후부터 아이들 입에서 빨간 마스크라는 말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지혜는 그 골목을 지나 학원에 다녔다.
수요일 밤 아홉 시 반. 학원 버스에서 내려 골목에 들어섰을 때 가로등 하나가 깜박이고 있었다. 불이 꺼졌다 켜지는 사이 골목 끝에 누가 서 있었다. 처음엔 사람인 줄 알았다. 키가 너무 컸다. 한여름인데 무릎까지 오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목이 한쪽 어깨에 닿을 만큼 꺾여 있었고 길게 늘어진 오른팔 끝에서 무언가가 가로등 불빛에 번쩍였다.
가위였다.
얼굴의 절반은 빨간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다. 마스크 위의 두 눈이 지혜를 보고 있었다.
코끝이 뜨거워졌다. 입술 위로 무언가 흘러내렸다. 손등으로 훔치자 피였다. 가방끈을 쥔 손가락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숨을 쉬려고 하는데 공기가 목에서 걸려 내려가지 않았다.
다시 가로등이 깜박였다. 불이 켜졌을 때 골목 끝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혜는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나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결국 지혜는 종이 위에 자신이 똑똑히 목격한 빨간 마스크의 기괴한 형상을 연필로 눌러 그렸다.
다음날. 하굣길 문 닫은 슈퍼마켓 앞을 지날 때였다. 셔터가 반쯤 내려간 유리창에 지혜의 얼굴이 비쳤다. 그 바로 뒤에 빨간 마스크가 있었다. 어깨 너머로 고개를 기울인 채 유리창 속에서 지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다시 코피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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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꺾여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지나가던 아저씨가 괜찮냐고 물었지만 지혜는 유리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여자는 거기 없었다. 그러나 분명히 있었다.
그날 밤 지혜는 엄마가 잠든 뒤 컴퓨터를 켰다. 모뎀 소리 대신 조용한 팬 소리만 방 안을 채웠다. 연습장을 펴고 그 여자를 그렸다. 꺾인 목. 늘어진 팔. 손끝의 가위. 그리고 빨간 마스크. 연필을 쥔 손이 떨려 선이 몇 번이고 삐뚤어졌다. 그림을 스캐너에 올리고 괴담 카페 게시판에 글을 썼다.
사흘 뒤 일요일 오후 초인종이 울렸다. 문 앞에는 감색 정장을 입은 남자와 여자가 서 있었다. 이 더위에도 넥타이를 반듯하게 매고 있었다.
미래장학재단 장학사업팀. 지혜가 특별 장학생 후보로 선발되었다는 소식에 어머니는 기뻐하며 지혜를 데리고 서울 본부 건물로 향했다.
본부는 생각보다 평범한 회색 건물이었다. 로비에는 장학생들의 단체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직원이 엄마를 위층 상담실로 안내했다. 다만 지혜를 맡은 여직원은 다른 복도 끝의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층수 버튼이 없었다. 여직원이 출입증을 대자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는 한참을 내려갔다. 귀가 먹먹해질 만큼.
문이 열리자 에어컨 바람과는 다른 서늘한 공기가 밀려들었다. 하얀 복도 양옆으로 두꺼운 철문이 이어져 있었다. 문마다 영문과 숫자가 섞인 번호판이 붙어 있었다. 복도 끝 방에서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일어섰다. 책상 위에는 지혜가 게시판에 올렸던 그림이 출력돼 놓여 있었다.무채색의 차가운 연구실 안, 책상 맞은편에는 '서정우 책임연구원'이라는 명찰을 단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는 잔뜩 굳어 있는 지혜를 차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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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네 말을 믿는다, 지혜야. 네가 본 것은 착각이나 환각이 아니야."
왈칵. 눈물이 터진다.
서정우 연구원은 지혜의 눈앞에 숨겨진 세계의 진실을 하나씩 펼쳐 보였다. 인류의 신화, 민담, 설화, 그리고 현대의 도시괴담 속에 등장해 온 기괴하고 설명할 수 없는 존재들. 사람들은 그것을 상상 속 허구라 불렀지만, 사실은 고대부터 누군가 실제로 목격했던 현실의 존재들이었다.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 고작해야 가위눌림, 악몽, 원인 모를 재해, 혹은 기시감(데자뷔) 정도로만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1914년, 이 불가해한 '허구'들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고 현실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전 세계적인 비밀 조직이 결성되었다. 그 공식 명칭은 세계허구관리연맹(WPCA, World Phasebound Control Authority). 그리고 지혜를 이곳으로 데려온 '미래장학재단'은 1945년에 세워진 연맹의 한국 지부였다.
혼자였던 몇 주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서정우는 아무 말 없이 휴지 상자를 밀어줬다. 지혜의 어깨가 조금 잦아들자 그는 회색 서류철 하나를 열었다. 표지에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PN-1612. 지혜가 순천 골목에서 목격했던 바로 그 존재, '빨간 마스크'의 관리 기록이었다.
1979년 일본 기후현에서 처음 출현해 1년 동안 29명을 살해하고 57명 이상의 피해자를 낸 개체. 심지어 공격받은 희생자 중 일부가 동일한 형상으로 변이하는 미규명 현상까지 일으켰던 존재였다. 1980년 연맹의 대대적인 진압 작전 끝에 단 한 개체만이 연구 목적으로 기후 격리소에 구금되었으나, 2004년 7월 격리소를 탈출해 바다를 건너 대한민국 순천까지 잠입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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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에는 그 허구가 특정 단어에 보이는 극단적인 반응 양식도 적혀 있었다. '딸'이라는 말에는 극도로 얌전해지지만, '있다'라는 말에는 발작하듯 날뛰며, '예쁘다' 혹은 '못생겼다'고 답하는 순간 가위를 휘둘러 인간의 입을 찢어버린다는 행동 메커니즘.
"이게 네가 본 거야. 우린 이걸 허구라고 불러."
방 안에 형광등 소리만 웅웅거렸다. 한참 뒤. 지혜가 겨우 물었다.
"아저씨들은… 대체 누구예요?"
"세계허구관리연맹. 1914년부터 이런 것들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온 곳이야. 전 세계에 지부가 있어. 미래장학재단은 1945년에 세워진 한국 지부의 바깥 이름이고."
다른 종이 한 장을 내려놓았다. 지혜가 로비에서 받은 간단한 검사의 결과지였다.
"그리고 너는 간섭자야. 허구를 볼 수 있는 사람. 간섭률 B등급. 그것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수준이야."
"그럼 코피가 났던 건…"
"네 몸이 그걸 알아본 거야. 우린 간섭 반응이라고 불러. 오한이 들거나 소름이 끼치거나 코피가 나거나 숨이 막히지.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너 같은 아이들이 있어. 대부분 너 나이 때 처음 보게 되고."
지혜는 결과지를 손에 쥐었다. 종이가 떨리는 손끝에서 바스락 소리를 냈다. 처음으로 무섭지 않았다. 아니 무서웠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연맹은 민담과 설화 신화 그리고 괴담 속 존재들이 상상이 아니라 누군가 실제로 본 현실이라고 믿는다. 허구는 대부분의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것을 가위눌림이나 악몽 원인 모를 재해 이유 없는 기시감으로만 느낀다. 그래서 연맹은 지혜 같은 아이들을 찾는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06년. 비오는 날. 놈의 서늘한 가위가 더러운 진흙탕에 추악함을 튀기며 으르렁거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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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그의 정면에 맞섰다. 불타는 투지와 꺾이지 않는 용기. 그렇게 빨간 마스크는 순천에서 연맹에 의해 최종 말소 처리됐다.
이 모든 이야기는 크래프톤이 만들고 있는 게임의 세계관이다. SCP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 산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5민랩은 개발 중인 이상현상 격리 헌팅 액션 게임 '세계허구관리연맹: WPCA'의 세계관을 담은 프리퀄 티저 영상을 최근 공개했다.
괴담과 괴이 콘텐츠를 다뤄 온 유튜버 괴물연구소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으며 2000년대 한국 도시괴담을 전하는 형식으로 연맹의 설정을 풀어냈다.
윤곽은 이미 지난 9월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5민랩은 9월 3일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의 글로벌 게임 쇼케이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tate of Play)에서 WPCA의 첫 공식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트레일러에는 현대 서울을 무대로 한 전투와 여러 형태의 허구 그리고 이를 상대하는 격리자들의 협동 전투 장면이 담겼다.
이용자는 연맹 서울 지부 소속 격리자가 돼 현실을 위협하는 허구를 찾아 쓰러뜨리고 격리한다. 격리 과정에서 얻은 재료로 새 무기를 만들고 전투 빌드를 강화해 다음 허구와 싸우는 것이 기본 흐름이다. 허구마다 특징과 전투 방식이 달라서 이용자는 평타와 스킬로 공격하는 동시에 적의 약。을 노리거나 주변 환경을 이용해 허구를 무력화해야 한다. 거대한 허구와 잇따라 맞붙는 보스 전투와 빠른 템포의 액션이 핵심이다. 개발진은 둔중하고 신중한 액션보다 평타와 스킬을 경쾌하게 많이 구사하는 액션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성장 요소도 갖췄다. 이용자는 허구를 격리해 얻은 재료로 더 강한 무기를 만들고 스킬과 패시브 랜덤 옵션 장비를 조합해 자신만의 전투 방식을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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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즐기는 싱글 플레이와 함께 최대 3명이 함께 허구를 사냥하는 협동 플레이도 지원한다.
박문형 5민랩 대표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통해 WPCA를 전 세계 이용자에게 처음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연맹의 격리자와 허구가 충돌하는 세계관에 서울을 배경으로 한 어반 판타지 분위기와 경쾌한 액션을 함께 담은 게임을 내놓기 위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WPCA는 2028년 3분기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으며 플레이스테이션을 비롯한 여러 플랫폼으로 나온다. 5민랩은 10월 중 첫 테스트 일정과 참가 방법을 공식 디스코드와 X를 통해 알리겠다고 예고했다. 5민랩은 앞서 모바일 로그라이크 수집형 전략 RPG 템빨용사로 누적 다운로드 100만 회를 기록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WPCA가 기대와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고 본다. 변칙 개체를 관리하는 비밀 조직이라는 소재는 온라인 창작 프로젝트 SCP 재단과 레메디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컨트롤 등으로 이미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도시괴담과 서울이라는 무대를 입힌 .이 해외 이용자에게 새로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헌팅 액션 장르는 캡콤의 몬스터헌터 시리즈가 오랫동안 기준을 세워 온 분야인 만큼 전투의 손맛과 반복 플레이의 재미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흥행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크래프톤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크래프톤은 작은 프로젝트를 빠르게 검증한 뒤 가능성이 보이면 키우는 방식으로 배틀그라운드 이후의 프랜차이즈 IP를 찾고 있다. 출시까지 2년 가까이 남은 시。에 유튜버 협업 티저로 세계관부터 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임보다 이야기가 먼저 팬을 모으면 출시 때 IP의 힘이 그만큼 커질 수 있어서다. 첫 테스트에서 이용자들이 내놓을 반응이 WPCA의 다음 걸음을 결정할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었고 길게 늘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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