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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g에 4만5000원. 대형마트나 일반 홈쇼핑에서 파는 포기김치보다 약 3배 높은 가격표. 지난 9월 신세계라이브쇼핑 방송에 등장한 ‘조선호텔 겉절이·파김치’의 값이다. “과연 이 가격에 팔릴까”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준비된 물량은 방송 몇 분 만에 목표치를 20% 초과 달성하며 전량 매진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김치 사업은 지난해 연매출 54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연매출(약 7747억원)의 6.5%에 달하는 수치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23.8%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독립적인 핵심 사업 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 같은 실적 대박의 배경에는 호텔업계의 체질개선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외 5성급 특급호텔의 전통적인 매출 구조는 크게 객실, 식음료(F&B), 연회·MICE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글로벌 호텔 평균은 객실 매출 비중이 50~65%, 식음료 및 연회 매출 비중이 30~45% 안팎을 차지한다. 연회장 활용도가 높은 국내 주요 특급호텔의 경우 F&B와 연회 매출 비중이 40~50%에 달하기도 한다. 객실을 얼마나 높은 가격에 많이 팔고 레스토랑과 연회장에 얼마나 많은 손님을 끌어오느냐가 실적을 좌우하던 정형화된 모델이었다. 숙박이든 식사든 콘퍼런스 사업이든 고객이 호텔 건물 안으로 발을 들여놓아야만 매출이 발생하는 ‘공간 판촉’이 본질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팬데믹 등 외부 충격으로 하늘길이 막히고 집합 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수백 개의 객실은 비어갔고 대형 연회장은 불이 꺼졌다. 생존의 기로에 선 호텔들은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질문은 하나였다. “손님이 호텔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호텔이 손님의 일상으로 들어갈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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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로 영토 넓히는 호텔 미식
호텔의 영토를 담장 밖으로 끌어낸 알짜배기 상품은 김치다. 조선호텔은 올해 1월 경기 성남시에 약 500평 규모의 ‘프리미엄 김치센터’를 열었다. 급증하는 김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직영 생산시설을 확장 이전한 것이다. 조선호텔은 2030년까지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리고 김치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올해 연매출 목표는 620억원. 이를 위해 올 2월부터 미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프리미엄 김치 시장 개척에 본격 나섰다.
워커힐 호텔앤드리조트 역시 해외 판로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에 김치를 처음 수출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호주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8월 기준 누적 수출 물량은 60톤에 달한다. 미국 시장의 안정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한편,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신규 시장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김치 매출은 전년 대비 42%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약 15% 늘었다. 기세를 몰아 지난 7월에는 일본 다이마루백화。 도쿄。에서 첫 해외 판매 행사를 개최했다.
호텔 셰프의 노하우와 최상급 원재료를 접목한 호텔 김치는 검증된 맛을 앞세워 포장김치 시장 내 프리미엄 카테고리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가정 내 김장 문화가 축소되면서 프리미엄 포장김치 수요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김치로 시장 가능성을 확인한 호텔가 레시피는 가정간편식(HMR) 전반으로 이식되고 있다. 조선호텔은 신세계라이브쇼핑과의 단독 파트너십을 통해 LA갈비, 양념 소갈비, 도가니탕, 북경오리 등 20여 종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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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통해 신세계라이브쇼핑 내 조선호텔 브랜드 매출은 2023년 134억원에서 2024년 206억원, 2025년 300억원을 돌파하며 퀀텀.프를 이뤄냈다.
롯데호텔은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프리미엄 김과 소금 제품을 선보였다. 향후 이들 제품의 수출 판로를 확보하는 한편 울산·광주·부산 등 호텔이 소재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자체 상품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워커힐은 곰탕, 갈비탕, 육개장 같은 국탕류에 이어 스테이크·파스타 등 레스토랑 간편식(RMR)까지 라인업을 확충했다. 지난해 1월에는 국내 특급호텔 최초로 브랜드 상품 전용 모바일 앱을 출시해 자사 몰 중심의 자체 유통망을 강화하고 있다.
담장 허물고 빌딩 숲으로
‘장외 레스토랑’ 경쟁도 고도화되고 있다. 호텔 내부의 물리적 한계로 F&B 매장을 무한정 늘리기 어렵게 되자 외부에 레스토랑을 직접 개。하거나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 확산했다. 최근에는 단품 식당 하나를 여는 수준을 넘어 도심 핵심 오피스 빌딩 전체의 럭셔리 다이닝이나 프리미엄 클럽을 통째로 기획·운영하는 ‘자산 경량화(Asset-Light) F&B 모델’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투숙객에 국한되던 식음 매출의 한계를 허물고 오피스 워커와 도심 VIP들의 일상적 미식 경험을 흡수해 안정적인 수수료 및 운영 수익을 확보하려는 셈법이다.
대표적으로 반얀트리 서울은 명동 은행연합회 건물 내 프라이빗 클럽인 ‘뱅커스클럽 바이 반얀트리’의 위탁운영을 맡아 금융가 고위 인사와 정재계 인사들을 위한 전용 다이닝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호텔 본관을 벗어나 도심 금융가 한복판에서 최고급 컨시어지와 VIP 연회 수요를 독。 흡수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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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조선호텔의 ‘모트 32’, 워커힐의 삼일빌딩 ‘금룡’ 등도 본관 내부 회전율의 제약을 극복하고 브랜드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 외부 고정 매출을 올리는 핵심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면세 그늘 벗어나 신성장동력
그동안 호텔신라나 롯데호텔 등 대형 호텔가의 효자 노릇을 했던 것은 면세 사업이었다. 하지만 고환율, 중국 보따리상 감소,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 등으로 면세 사업의 변동성이 커지자 호텔업계는 고부가가치 신성장동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시니어 레지던스’다. 롯데호텔은 초고령화사회 진입에 발맞추어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인 ‘VL(브이엘)’을 2022년 선보였다. 특급호텔의 전문 컨시어지 서비스, 셰프 맞춤형 식단, 하우스키핑 서비스를 주거 공간에 이식해 실버산업과 연계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부동산을 직접 매입해 건물을 짓는 대신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만 제공하는 위탁운영 방식은 해외 영토 확장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자산 소유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로열티 수익을 가져오는 전략이다.
호텔신라가 대표적인 모범 사례다.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 ‘더 신라(The Shilla)’, 어퍼업스케일 브랜드 ‘신라모노그램’, 업스케일 비즈니스 호텔 ‘신라스테이’로 이어지는 3대 브랜드 체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라모노그램 다낭과 시안에 이어 지난 4월 중국 장쑤성 옌청에 ‘신라스테이 옌청’을 위탁운영 방식으로 열며 신라스테이 브랜드의 첫 해외 진출을 이뤄냈다.
과거 호텔 비즈니스가 ‘건물 내부의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의 싸움이었다면 지금의 호텔 비즈니스는 ‘호텔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프리미엄 가치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의 싸움으로 변모했다.
객실을 얼마나 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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