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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28 21:16 조회 5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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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림 제주프랑스영화제 집행위원장 2011년 제주에서 첫 번째 프랑스영화제를 시작한 후 지난 16년간 영화제를 이끌어온 고영림 위원장이 그동안 열렸던 제주프랑스영화제 프로그램북들을 선보이고 있다. 손으로 잡은 프로그램북이 금년도 것으로 제주 해녀와 프랑스를 상징하는 마리안이 마주 보고 있다.
ⓒ 황의봉
지난 14일~18일, 제주시 학생문화원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제주프랑스영화제가 열렸다. 국내 유일의 연례 프랑스영화제다. 인구 70만에도 못 미치는 섬에서 프랑스영화제라니! 프랑스 영화 몇 편 트는 수준이 아니다. 5일 동안 장편영화 22편, 단편영화 18편이 상영됐다. 이 제주프랑스영화제가 벌써 17회째에 이른다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놀라운 .은 이 영화제가 거의 한 사람의 노력으로 시작되고, 지속되고, 발전돼왔다는 。이다. 고영림 제주프랑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주 영화제가 막을 내리고 후속 작업에 바쁜 고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오후 2시 영화제 포스터와 팸플릿, 경쟁 부문 작품 투표현황판, 각종 영화서적 등으로 꽉 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아직 。심식사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영화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가장 궁금한 。부터 물었다. 어떤 생각에서 제주라는 작은 섬에서 프랑스영화제라는 어찌 보면 다소 무모하면서도 거창한 일을, 그것도 혼자 힘으로 벌이게 되었을까.
혼자 힘으로 시작한 프랑스영화제... 어느덧 17회
▲ 그랑프리 수상작 <앙젤라> 제17회 제주프랑스영화제 단편국제경쟁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으로, 앱 호출형 택시운전사의 50번째 생일날 벌어진 일을 그리고 있다. 감독 ‘포스틴 비알’, 14분41초.
ⓒ Tchik Tchik
"처음 시작은 전혀 거창한 게 아니었어요. 제가 서울 생활과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2007년 고향 제주에 돌아와 제주대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프랑스어와 프랑스문화의 이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면 문화를 빨리 이해하더라고요. 그래서 학생뿐 아니라 도민들도 함께 영화를 감상하는 행사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겁니다. 프랑스대사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이메일을 보냈더니 엄청 좋아하면서 후원해 준다고 하더군요.
그 무렵, 제주시의 원도심인 칠성로 인근에 오래된 코리아극장이 신축돼서 재개관했는데 운영이 잘 안되는 겁니다. 멀티플렉스 시대가 된 데다가 시청이 옮겨 가면서 젊은이들의 동선도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제주영상위원회가 코리아극장을 대여해 영화문화예술센터라는 이름을 내걸고 도민들에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만든 거예요. 프랑스영화제를 해볼까 하던 저의 구상과 맞아떨어진 것이지요.
보다 근원적으로는 제가 20살 때 제주를 떠난 후 27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나를 키워준 제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숙제와도 같았습니다. 제주프랑스영화제를 구상하고 실천에 옮긴 건 그 오래된 숙제를 푸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기자는 영화제 기간 중 이틀간 제주학생문화원을 찾았다. 극장 입구에 들어서니 영화제를 알리는 대형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한불수교 140주년인 올해 제주프랑스영화제 주제는 '연대와 공감, 타인의 얼굴에서 우리의 미래를 보다'로, 공식 포스터에 제주의 상징인 해녀와 프랑스의 상징인 마리안이 마주 보며 웃는 모습이 담겨 인상적이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 느낀 。은 무엇보다 관람료가 무료여서 아무런 부담 없이 상영시간표에 따라 영화를 골라보기에 편했다. 또 영화가 끝난 직후 감독이나 배우, 영화평론가들이 무대에 나와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관객과 대화하는 GV(Guest Visit), 경쟁부문 단편영화를 보고 평론문을 제출받아 시상하는 프랑스 영화 청소년평론가대회와 어린이평론가대회, 무성영화와 함께하는 씨네콘서트, 재즈공연 등 다채롭게 기획한 영화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개막작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 대를 이어 정원을 지켜온 원예사와 초보 직원들이 대기업의 공세에 맞서 벌이는 좌충우돌 도전을 그린 장편영화. 감독 ‘피에르 피노’
ⓒ (주)찬란
▲ 장편영화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 숨이 막힐 듯 긴박한 파리의 거리에서 불법 체류 신분인 기니 청년이 난민 심사 면접을 하루 앞두고 벌이는 사투를 그린 작품의 한 장면. 감독 ‘보리스 로쥬킨’
ⓒ ㈜스튜디오 일공공구
평소 프랑스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개성 있는 프랑스 영화를 마음껏 '즐감'할 수 있어 좋았다. <민들레 오디세이> 같은 가족과 함께 보기 편한 영화, <파리, 밤의 여행자들>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 같은 프랑스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다룬 영화, 그리고 예술과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들도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알찬 작품들로 구성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영림 위원장은 이번 제주프랑스영화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16년 동안 17회(첫해인 2011년에 두 차례 개최)의 프랑스영화제를 하다 보니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찾아가는 영화제라는 콘셉트로 오라초등학교로 가서 어린이들을 위한 단편영화를 상영했고, 프랑스에서 온 뮤지션들이 20세기 초에 제작된 무성영화로 씨네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장편영화 22편은 국내에서 상영된 바 있는 프랑스 영화를 엄선해서 저희가 상영비를 내고 영상소스를 받은 것입니다. 이미 개봉했던 영화이기는 하지만 사실 제주도에서는 대부분 처음 상영하는 것들이죠.
단편영화는 '어린이를 위한 단편경쟁부문'과 '단편국제경쟁부문'으로 나눠 공모했는데, 프랑스어권 국가와 지역에서 무려 483편이나 응모해 18편이 본선에 올랐습니다. 세계 3대 단편영화제로 꼽히는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서 만들어 놓은 플랫폼을 저희가 빌려서 온라인으로 공모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게 아닌가 합니다. 응모작이 너무 많아 접수 기간을 줄일 정도로 우리 영화제도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10회 때부터 단편경쟁부문을 신설한 이래 갈수록 응모작의 질이 높아지고 있어 놀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단편을 마치 장편을 만들기 위한 습작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프랑스는 단편만 만들면서 계속 활동하는 감독들이 많고 배급사도 있어 바탕이 탄탄합니다. 이번에 본심 심사를 맡은 영화인들도 10분짜리 단편을 2시간짜리로 만들어도 충분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고, 본심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명예교수도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제주프랑스영화제가 9회까지는 그냥 프랑스 영화를 돈 주고 빌려서 상영하는 식이었으니까 일종의 영화를 함께 보는 축제 같은 행사였다면, 경쟁부문이 도입된 10회째부터는 국제영화제로서의 구색이 좀 갖춰지고 있는 셈입니다. 관객과 만나는 GV 프로그램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나름대로는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영화제는 경쟁부문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에서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의 의미
▲ 프랑스 정부 훈장 서훈식 지난 14일 제주프랑스영화제 개막식에서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은 고영림 집행위원장. 왼쪽은 피에르 모르코스 주한프랑스대사관 문화참사관 겸 주한프랑스문화원장.
ⓒ 제주프랑스영화제
올해 제주프랑스영화제는 고영림 위원장에겐 더욱 뜻깊은 행사였을 듯하다. 개막식에서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사이지만 이를 계기로 제주프랑스영화제가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듯도 싶다.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가운데 제일 처음에 시작하는 등급이 슈발리에인데, 한 10년에서 15년 정도 문화예술 분야에서 공로를 쌓으면 심사해서 준다고 합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본국에 저에 대한 공적을 보고해 받게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프랑스어와 문화의 확산에 기여했고 한국-프랑스 간의 문화적 교류, 특히 프랑스영화제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두 문화가 만나는 특별한 장을 제공한 게 인정받았다는 。에서 기뻤습니다.
개인적인 영광뿐 아니라 제주프랑스영화제에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제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제주도 당국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냥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여느 문화 이벤트 중 하나 정도로 인식하고 있어요. 그러니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가 힘들었던 겁니다. 이제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까지 받았으니까 좀 인식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 어린이심사위원상 <부끄럼쟁이> 제17회 제주프랑스영화제 ‘어린이를 위한 단편경쟁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으로, 극도로 수줍음이 많은 내성적인 어린이가 맞닥뜨린 공중화장실에서의 난관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감독 '가에탕 뒤셴', 4분45초.
ⓒ Emile Cohl school
제주프랑스영화제 정도의 행사를 관람료 수입도 없이 공익 행사로 치르려면 상당한 규모의 인적·물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당국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기가 힘들었다면 개인적으로 영화제를 꾸려가기에 힘든 .이 한둘이 아니었을 듯하다. 화려한 프랑스영화제에 가려진 그동안의 애로사항을 들어보자.
"이 영화제를 함께 꾸려갈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관심을 가져주거나 격려해 주시는 분은 많아졌지만, 실무적으로 함께할 사람이 항상 부족합니다. 인건비가 부족하니까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기 힘든 것이지요. 한 6, 7회까지는 저 혼자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어요. 영화를 수급하는 프로그래머 역할도 하고 후원자, 후원기관, 광고후원 찾기도 제가 직접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에만 운영요원들에게 단순 인건비를 지급하는 정도입니다. 준비하는 기간에는 저와 2명의 프로그래머가 모든 일을 해야만 했고요.
올해 규모 정도의 영화제를 하려면 한 8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합니다만 외부의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주도 출연기관으로 제주영상위원회(2003년 발족)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제주콘텐츠진흥원이 있습니다. 2016년부터 영상위원회와 콘텐츠진흥원이 이어서 공모하고 있는 영상문화육성지원사업에 해마다 응모해 심사를 받고 그 。수에 따라 예산지원을 받게 됩니다. 어떤 기준으로 심사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해에는 이 정도 받았으면 되겠다 싶기도 하다가 또 어떨 때는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가 나오기도 합니다. 올해는 지원받을 수 있는 최대한도액이 3500만 원이었어요.
이 밖에 개인 후원자들의 소액기부도 좀 있고요. 프랑스대사관에서도 약간의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합니다. 구체적인 액수를 말씀드리기는 그렇고 그냥 프랑스 영화인 한 분 초청할 수 있는 항공료 정도입니다. 여러 군데서 재정 지원을 받아도 모자라는 부분은 제 개인 비용을 쓸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고영림 위원장은 담담히 말하고 있지만 16년 동안 프랑스영화제를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혼자 힘으로 지속해 오는 과정에서 적잖은 사재가 축이 났을 듯싶다.
"여러 군데에서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부족하니까 어떨 때는 제 개인 비용을 급하게 막 투입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동안 영화제 하면서 부모님께 물려받은 돈은 거의 다 썼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올해 처음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예산을 받게 돼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제는 프로그래머에게도 예년보다는 더 많이 인건비를 줄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물론 하는 일에 비해 작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이번에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았으니 이걸 들고 도지사와 교육감, 도의회 의장과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 등을 찾아다니며 직접 면담할 생각입니다. 제 개인에게 준 훈장이긴 하지만 제주와 프랑스의 문화 교류를 증진하라는 의미가 담긴 것이니 예산 지원에 인색하지 말아 달라고 설득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입장료 대신 고구마를 가져온 관객
▲ 어린이평론가대회 제17회 제주프랑스영화제에서 어린이들이 단편영화를 보고 느낀 .을 제주도서관 별이 내리는 숲에서 글로 적고 있다.
ⓒ 제주프랑스영화제
제주프랑스영화제는 2011년 4월 '봄날의 랑데부 : 프랑스영화'라는 주제를 내걸고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지금과는 달리 부족한 。이 많았을 것 같다. 또 제주 사회에서 프랑스영화제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도 궁금하다.
"첫 번째 프랑스영화제는 '문화기획 PAN'(2013년 사단법인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로 개편)이 주최하는 형식이었어요. 판을 한번 벌여보자는 의미였지요. 그런데 이 영화제를 계속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제1회라는 표시를 하지 못했어요.
제가 제주토박이이긴 하지만 외지에 나가 바깥세상 경험을 하고 돌아온 경우잖아요. 프랑스 영화제를 한다고 하니까 지인 중에는 대단하다고 하는 분도 계셨지만, 문화예술계 쪽에서는 긴장감이랄까 경계심을 갖게 한 것 같아요. 제주 문화예술예산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말도 들려오는 겁니다. 기가 막히더라고요. 처음 시작할 때는 친구들이 10만 원씩 분담해 130만 원을 만들어 시작했거든요. 그런가 하면 한두 번 하다가 말겠지 하는 시각도 있다 보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겨 지속할 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영화 하면 어렵다느니, 결론 부분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느니 하는 일부의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할리우드 영화처럼 기승전결이 딱 떨어지는 영화에 익숙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프랑스 영화도 코믹한 것이 많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다룬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첫 영화제 때는 제가 재미있게 봤던 대중적인 프랑스 영화 7편을 선정해 DVD(Digital Video Disk)로 틀었어요. 그 뒤로는 상영방식을 업그레이드해 퀄리티를 높이다가 지금은 일반 영화관처럼 DCP(Digital Cinema Package)로 영상소스를 받아 상영합니다.
당시 프랑스대사관에서 영상교류담당관이 왔었는데, 300명 수용 객석이 꽉 찬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는지 여름에 한 번 더 하자는 메일을 보내왔어요. '제2회'라는 이름을 달고 더 해보자는 겁니다. 상영 장소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그럼 한 번 더 해봅시다'해서 그해에 두 번째 프랑스영화제를 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프랑스영화제는 제주 사회에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다음 해인 2012년부터는 연례행사인 영화제뿐 아니라 매달 한편씩 프랑스 영화를 감상하는 제주씨네클럽이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말 그대로 판이 커진 것이다. 씨네클럽 이야기를 들어보자.
"막상 프랑스영화제가 막을 올리자 육지에서 온 이주민 중에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서울에서나 볼 수 있었던 프랑스 영화를 제주에 와서도 볼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하는 겁니다. 고맙다면서 고구마를 가져온 분도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제주토박이 중에는 소수의 영화애호가가 해마다 열심히 오셨고요.
제주프랑스영화제가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서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좀 더 자주 볼 수 없겠냐는 요구들이 나오는 거예요. 저야 반대할 이유가 없었지요. 영화문화예술센터를 무료로 빌려서 DVD를 틀어주고, 끝나면 영화 주제와 관련한 전문가를 모셔다가 가볍게 얘기하는 형식으로 2020년까지 50여 회 이상을 했습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씨네 프랑스라고 해서 한 달에 한 번 영화 상영 후 토크 행사를 하는 걸 보고 벤치마킹한 거죠. 그러다가 제주프랑스영화제 규모가 。。 커지면서 제주씨네클럽은 비정기적으로 필요할 때 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국내 유일의 연례 프랑스영화제인 만큼 경쟁부문 작품들을 영화제가 끝난 후 육지에서도 상영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수준 높은 프랑스 영화라면 육지 관객들에게도 호응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지 않아도 돈 들여가면서 힘들게 응모 받아 우수작품 뽑고, 자막도 입히고 한 프랑스 영화를 두어 차례만 틀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으냐, 서울에서 상영할 방법을 찾아보자 하던 차에 마침 충무로에 서울영화센터가 생겨 가능해졌습니다. 작년 제16회 단편경쟁부문에서 본선에 올랐던 18편을 지난 5월 29일부터 3일간 서울영화센터에서 '프랑스단편영화특별전-Beau et Court (보 에 쿠르)'를 했습니다. '보 에 쿠르'는 '아름답고 짧은'이라는 뜻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한국영화인협회이사장 등 한국 영화계 전문가들을 초청했는데 프랑스 단편들의 높은 수준에 매우 놀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제주프랑스영화제의 전국화로 가는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판단에 올해 단편경쟁부문 본선작 18편도 내년에 서울에서 특별전을 통해 소개할 생각입니다."
프랑스 영화와 고향 '제주'에 진심인 사람
▲ 제주 원도심 옛길 답사 고영림 집행위원장은 쇠락해 가는 제주 원도심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금까지 50여 차례의 원도심 옛길 답사를 진행해 왔다. 사진은 원도심 일대 극장의 추억과 흔적을 찾아 나선 사람들.
ⓒ 제주프랑스영화제
고영림 위원장은 초중고를 제주에서 나오고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그 후 프랑스 유학을 떠나 학사, 석사, 박사과정까지 12년을 보내게 된다. 귀국해 모교에서 프랑스어 강의를 하다 제주방언 연구 프로젝트를 맡게 돼 27년 만에 제주로 귀환했다. 고향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했던 그는 프랑스 영화뿐 아니라 그가 나고 자란 원도심이 쇠퇴해 가는 현상에도 눈길을 돌렸다. 고 위원장이 말하는 원도심 이야기다.
"저는 물론이고 부모님과 동생들, 친가와 외가 친척분들도 모두 원도심의 북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제주4·3의 기。이 된 1947년 삼일절 기념행사가 열렸던 곳이지요. 제주의 중심이라 할 관덕정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의 수많은 추억이 쌓여 있는 곳이 원도심이죠. 1965년 준공되어 당시 최고로 모던한 건물이었던 동문시장 건물에 아버지께서 가구。을 창업했고 그 옆에 있던 동양극장은 제 놀이터나 다름없었습니다. 원도심은 신제주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제주의 중심지였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이 원도심이 공동화돼 가고 쇠락해진 겁니다. 그래서 뭔가를 해야겠다 마음먹고 시작한 것 중의 하나가 영화제입니다. 원도심에서 프랑스 영화제를 하니까 이곳에 와서 보라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2013년부터 '제주시 원도심 옛길 탐험 : 기억의 현장에서 도시의 미래를 보다' 행사를 시작했어요. 그해 2월에 첫 행사를 했는데, 한마디로 대박이었어요. 원로건축가 김석윤 선생님을 모시고 건축물 중심으로 4시간을 함께 돌았는데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할 줄 몰랐어요.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원도심 골목골목이 모두 추억의 장소였던 겁니다.
이날 비를 맞으며 칠성통부터 관덕정 성내교회, 현대극장, 제주성곽, 오현단, 동문시장, 산지천 등지를 누볐어요. 2015년 11번째 원도심 옛길 탐험은 '잃어버린 왕국의 옛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한국어 영어 불어 해설로 진행하기도 했어요. 외국인도 참여할 만큼 관심을 끌었던 것이지요.
원도심 지역에 고씨주택이라고 있어요. 일제강。기 근대 건축양식과 제주 민가의 전통이 융합된 독특한 구조와 과도기적 건축물로 사료적 가치가 높은 집이었는데, 탐라문화광장 사업으로 부수어질 위기에 놓였어요. 그래서 제가 2014년에 한 6개월간 원도심 옛길 탐험 행사를 할 때마다 기자들을 부르고 방송국에 연락해서 결국은 고씨주택을 살려냈습니다. 제주도가 매입, 복원해 지금은 원도심의 주요 관광자원이 됐지요."
고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얼마나 프랑스 영화와 고향 제주에 진심인지가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는 여고 시절 처음으로 프랑스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고, 불문학도 시절에는 서울의 프랑스문화원에서, 유학 시기에는 프랑스의 극장에서 다양한 프랑스 영화에 탐닉했다. 고향 제주에 돌아와서도 프랑스 영화에 대한 관심은 변함없었다. 코로나 시기에도 비대면 온라인 상영시스템을 도입해 영화제를 계속했을 정도로 그는 고향 제주에 프랑스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고영림 집행위원장은 제30회 제주프랑스영화제까지는 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아마도 그때쯤이면 제주프랑스영화제가 널리 알려진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열정적인 성품의 고 위원장이라면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의 구상을 들어보았다.
"영화인들의 교류를 주도해 보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제주 출신 영화감독들과 제주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들 그리고 프랑스의 영화감독들이 여름방학 때 함께 모여 제주 청소년 영화 캠프를 하는 겁니다. 제주도에는 영화학과도 없고 영화교육도 없잖아요. 한국-프랑스 영화 캠프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제주프랑스영화제 홈페이지(www.jejufff.org) 페이스북(www.facebook.com/jejufff)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jejufff) 이 기사는 서귀포문화예술신문몬딱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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