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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에 확산하는 우파 연쇄 집권 흐름을 막을 최후 보루로 여겨졌던 지난 25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결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친트럼프·우파 성향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를 상대로 신승을 거뒀다.
하상섭 국립외교원 교수는 27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남미 최대 규모의 영토와 인구를 가진 브라질이 블루타이드(우파 연쇄 집권) 흐름을 저지했다”며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4선에 성공하며 정치적 입지를 확대한 룰라 대통령이 미국·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글로벌 사우스’의 주축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하 교수와의 일문일답.
-룰라 대통령이 예측을 뒤엎고 승리했다. 결정적 요인은 무엇이었나.
“1차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숨은 유권자들을 결선투표장으로 끌어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브라질은 투표가 의무이지만 생업에 종사하는 저소득층의 투표 참여율이 낮은 편이다. 1차 투표 패배 이후 룰라 캠프는 저소득층과 노동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노동시간 단축과 복지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지나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다는 비판도 뒤따르게 됐다.”
-룰라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나.
“이번 승리는 룰라가 정치적 생명을 연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 룰라의 정치적 영향력은 상당히 약화했다. 선거 결과를 보면 사실상 양분(룰라 대통령 51.79% 득표, 보우소나루 후보 48.21%)되지 않았나. 극심한 정치 양극화를 보여주는 결과다. 향후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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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 직후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은 누구의 뒷마당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룰라의 재선이 서반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돈로주의’에 갖는 의미는.
“선거를 앞두고 브라질까지 우파 정권으로 넘어가면 중남미 블루타이드가 완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브라질은 이를 저지했고, 이제는 오히려 그 움직임이 역전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미 중남미에서 집권한 우파 정부들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선거 이전부터 나타난 현상이지만 룰라의 승리 이후 이러한 흐름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본다. ”
-중남미 우파 정권의 인기는 왜 떨어지고 있나.
“페루와 콜롬비아 대선에서 우파 후보들이 근소한 차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파 정부가 들어섰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정권이 지속 가능하냐는 。이다. 유권자들은 친트럼프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의 투자와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주요 공약들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이 브라질의 선거 결과에도 반사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향후 미국의 중남미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나.
“우선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간선거 때문에 여유가 없다. 우파 후보가 승리했다면 자신의 정치 성과로 활용했겠지만, 우파가 패배했기 때문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만 중간선거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년간 브라질에 다양한 압박을 가했지만, 룰라 정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관세 압박은 오히려 중국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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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미국의 대브라질 정책이 유화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브라질과 중국의 관계는 달라질까.
“브라질은 기본적으로 미·중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고자 한다. 브라질을 브릭스(BRICS) 회원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친중 국가라고 봐서는 안 된다. 브라질에게 브릭스는 주도적 역할을 노리는 국제 제도 중 하나다. 따라서 브라질은 브릭스 내부에서 중국과 협력할 뿐 아니라 갈등하고 경쟁한다.”
-브라질의 ‘균형 외교’ 전략은 더욱 강화될까.
“그렇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자로서 역할하는 것은 브라질이 추구하는 ‘전략적 자율성 외교’의 꿈이다. 미·중 갈등이 일정한 수준에서 지속한다면 브라질과 같은 제3국의 영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브라질은 풍부한 농산물과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고, 다자외교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추고 있다. 남미의 맹주 국가로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규합할 통솔력도 꽤 세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양대 강국이라고 하더라도 브라질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브라질은 자체적으로 핵추진 잠수함도 개발 중인데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한국과의 관계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이 글로벌 사우스와의 외교 관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국가가 브라질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직접 협력을 추진하기에는 여러 외교적 부담이 있지만, 브라질을 중심으로 협력을 추진하면 부담은 줄이면서 다자외교를 할 수 있다. 최근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자유무역협정 재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미·중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교역 다변화를 시도하는 브라질과 한국 모두에게 협력 유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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