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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어떻게 뉴스를 위협하는가
마틴 배런 지음
전미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를 배경으로 벌어진 권력과 언론의 충돌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을 지내는 동안,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2020년 낙선을 거치며 전례 없는 정치적 양극화의 격랑을 헤쳐 나가야 했다. 이 책은 그 시절의 주요 사건과 보도를 통해 권력의 압력 속에서 언론이 어떤 원칙으로 뉴스의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트럼프가 자신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하고 ‘가짜 뉴스’ 프레임을 씌우며 공론장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었다고 말한다. 이에 뉴스룸이 팽팽하게 맞서며 러시아 선거 개입 의혹, 대통령 탄핵, 대선 불복과 의사당 .거 사태 등을 집요하게 보도하는 과정은 한 편의 정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책의 중심에는 세 인물이 서 있다. 대통령 트럼프, 워싱턴포스트 사주 제프 베이조스, 그리고 저자인 편집국장 배런이다. 세 사람의 역할을 통해 정치와 경제 권력, 언론의 공적 책임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언론과 권력 사이의 긴장 관계는 민주주의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그러나 저자가 볼 때 트럼프의 언론에 대한 태도는 그런 일상과 구별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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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관계가 잘못된 보도에 반박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이지만 불리한 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언론 전체를 믿을 수 없는 집단으로 몰아간다면 궁극적으로 시민이 사실을 확인할 통로까지 약화되기 때문이다.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가 2013년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후 신문사는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 투자와 성장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배런은 베이조스와 관계 속에서도 뉴스의 독립성을 고민해야 했다. 정치 권력은 베이조스가 소유한 아마존을 공격하고, 연방우체국과의 거래 및 정부의 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까지 문제 삼았다고 한다. 언론사주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정치적 압박 수단이 된 것이다.
책의 2023년판 본문에선 베이조스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서술돼 눈길을 끈다. 저자가 은퇴하기 전까지 베이조스와 워싱턴포스트에서 함께 일한 7년 동안 그는 한 번도 보도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2기를 앞두고 그런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그 .을 올해 새로 쓴 한국어판 서문에서 별도로 집어내며 비판했다.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선을 11일 앞두고 워싱턴포스트가 36년 만에 처음으로 대선 후보 지지 표명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트럼프의 재집권 공포에 굴복한 것이라고 보면서 베이조스가 트럼프 1기 때와 같은 용기를 다시 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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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언론사 내부의 갈등도 솔직하게 드러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기자의 자기표현, 인종과 성별의 다양성, 객관성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 등이 내부 갈등의 주요 소재였다. 기사의 객관성을 중시하면서 기자가 정치적 활동가가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정치 권력이 언론을 ‘진영의 일원’으로 격하시키는 상황에서 언론이 덩달아 감정적 분노나 정치적 주장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언론의 무기는 ‘사실’의 힘이다. 트럼프가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할 때 배런은 이렇게 응수했다. “우리는 정부와 전쟁을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저자가 말하는 ‘우리의 일’이란 객관성의 확보이며, 그것은 곧 자신의 신념과 관계없이 철저한 취재와 검증을 거쳐 사실을 판단하는 태도였다.
진실이 진영 논리에 의해 해체되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에 객관성이 과연 어디에 존재하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토론해볼 만한 주제다. 이 책 또한 이념적 양극화의 이분법에 휘말리며, 주류 언론의 자기합리화로 폄하되거나 보수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언론 수호’의 명분으로 포장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권력이 진실을 위협하는 시대에 언론의 존재 이유를 다시 깊이 되새겨 보게 한다는 .에서 이 책의 가치는 줄지 않을 것 같다.
배영대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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