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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24 11:19 조회 6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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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시대다. 90대에도 여행하고, 일하며 자신의 재산과 상속을 직접 설계하려는 분들을 로펌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만난다. 이제 과제는 오래 사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긴 시간을 안전하고 품위 있게 보내며 자산을 지키고 다음 세대로 물려줄 것인가다.
건강할 때는 자신의 재산을 직접 관리하고 중요한 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치매나 질병으로 판단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자녀가 멀리 떨어져 살거나 가족관계가 복잡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노후설계는 단순히 “얼마를 더 모을 것인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내가 판단할 수 있을 때 재산의 사용방법과 다음 세대를 위한 이전방법까지 미리 고민해야 한다. 생활비와 의료비를 어떻게 사용할지, 부동산은 언제까지 보유할지, 재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워졌을 때 누가 어떤 기준으로 관리할지, 사망 후 남은 재산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전할지를 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신탁이 주목받고 있다.
신탁을 말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은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탁의 본질은 재산의 크기에 있지 않다. 재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를 미리 설계할 필요가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70대 중반의 김홍철씨(가명)는 아파트 한 채와 노후생활에 필요한 금융재산을 자신이 직접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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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최근 오랜 친구 중 한 명이 건강이 나빠져 모임에 더 이상 나오기 힘들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 씨는 지금은 건강하지만 자신도 친구처럼 치매가 발생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각자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자녀에게 재산관리를 맡기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자신의 재산이 본인의 뜻과 다르게 사용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김씨는 건강할 때 신탁을 설정해 생활비와 의료비 지급방식을 미리 정할 수 있다. 향후 판단능력이 떨어지더라도 이미 정해진 원칙에 따라 재산이 관리되도록 할 수 있다. 사망 후 남은 재산은 자녀에게 일정한 비율로 나누거나, 손자에게 목돈을 남겨주되 일정한 나이가 된 뒤 받거나 결혼이나 집을 살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할 수도 있다. 이처럼 생전에는 본인이 수익자가 되고, 사망 후에는 미리 정한 사람이 수익권을 갖도록 하는 방식을 ‘유언대용신탁’(신탁법 제59조)이라 한다.
어떤 이들은 법에서 정해 놓은 성년후견제도가 있으니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을 후견인으로 정해 놓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년후견제도와 신탁의 특성을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치매나 질병 등으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워진 사람을 보호하는 중요한 제도다. 반면 신탁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본인이 직접 자신의 재산으로 안전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에서 성격이 다르다. 후견이 판단능력을 잃은 뒤 법원의 감독 아래 개입하는 제도라면, 신탁은 본인이 판단할 수 있을 때 재산의 쓰임을 직접 정해두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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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제도를 함께 활용하면 서로의 빈틈을 보완할 수 있다. 상속에서도 신탁은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배우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박철수씨(가명)가 있다. 박씨는 자신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배우자가 그 집에서 여생을 편안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배우자가 사망한 뒤에는 그 집이 자녀 또는 손자에게 이전되기를 바라고 있다. 일반적인 상속은 사망 시。에 재산이 한 번에 이전되는 구조가 중심이다. 반면 신탁은 시간의 순서를 담아 재산의 이용과 승계를 단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장.이 있다.
배우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거주와 생활을 보장하고, 그 이후에는 다음 세대로 재산을 이전하도록 정할 수 있다. 앞선 수익자가 사망하면 다음 수익자가 수익권을 이어받도록 정하는 방식을 ‘수익자 연속 신탁’(신탁법 제60조)이라 하며, 유언대용신탁과 함께 설계할 수 있다. 누가 먼저 받을지뿐 아니라, 언제 받고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사용할지를 정할 수 있다는 。이 신탁의 특징이다. 신탁계약에 미리 정해 두면, 배우자가 치매 등으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워졌을 때 수탁자가 그 집을 처분해 배우자의 요양비와 생활비로 쓰도록 할 수 있다. 이러한 고민과 수요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1인 가구는 늘고 있고, 재혼가정과 무자녀가정도 많아지고 있다. 자녀가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도 흔하다. 장애가 있는 가족을 평생 돌봐야 하는 가정도 있고, 배우자 없이 노후를 보내야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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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모습이 다양해질수록 상속의 고민 역시 복잡해진다. 이제 자산승계는 단순히 “누구에게 얼마를 줄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누가 관리할 것인가. 언제 줄 것인가. 어떤 조건으로 사용할 것인가. 내가 판단하기 어려워졌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신탁은 바로 이런 질문에 답을 설계하는 제도다. 물론 신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신탁을 한다고 상속세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가족 간 갈등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세금, 유류분, 수익자의 권리, 신탁재산의 관리방식 등은 가족의 상황에 맞게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탁이 가지는 의미는 분명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사망한 뒤 가족이 모든 결정을 다시 하도록 남겨두는 대신, 자신의 의사가 분명할 때 재산관리와 상속의 원칙을 미리 정해둘 수 있다는 。이다. 과거의 상속설계가 주로 “내가 죽은 뒤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초.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질문이 달라질 것이다. 나는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안전하게 살 것인가. 그리고 그 삶이 끝난 뒤 내 재산을 어떻게 현명하게 이어 줄 것인가.
신탁은 이 두 질문을 하나로 연결한다. 그래서 신탁은 단순한 상속수단을 넘어 초고령사회의 노후생활, 재산관리, 후견, 상속을 연결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아직 신탁은 누구나 당연하게 준비하는 제도는 아니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사회에서, 자신의 미래와 가족의 삶을 미리 준비하려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나는 어떤 신탁을 준비해야 할까.” 신탁의 시대가 오고 있다.
배정식 법무법인 화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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