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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23 15:11 조회 4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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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1년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매독·근친 등의 금기를 다룬 희곡 '유령'을 발표하자 노르웨이 극장들은 상연을 거부했다. 언론도 등을 돌렸다. 입센은 이듬해 온천수 오염을 알리려던 의사가 마을 전체의 적으로 몰리는 '민중의 적'을 서둘러 내놨다. 출판업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진실을 말했다가 뭇매를 맞은 주인공 스토크만 박사와 자신의 생각이 여러모로 같다고 털어놨을 만큼 작가 자신의 처지가 짙게 밴 작품이다.
입센 탄생 200주년(2028년)을 앞두고 이 희곡을 바탕으로 한 연극 두 편이 서울에서 잇달아 막을 올린다. 26일 개막하는 서울시극단의 '에너미'와 다음달 양손프로젝트가 선보이는 '안티피플'이다. 두 작품 모두 140여 년 전 대본을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되살린다는 숙제를 안았지만 이를 푸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누가 더 설득력 있게 고전을 오늘로 불러오는지 겨루는 셈이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오르는 '에너미'는 스코틀랜드 극작가 키어런 헐리가 2021년 각색한 대본을 강훈구 작가가 번역·윤색하고 이준우 서울시극단장이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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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의 형제는 자매로, 온천은 소멸 위기 소도시의 리조트로, 인쇄업자는 대형 유튜버로 바뀌었다. 리조트 개장일 아침 수돗물 오염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 커스틴이 하루 만에 영웅에서 '민중의 적'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15개 장면에 압축했다. 원작의 시민 집회 연설은 기자회견으로 바뀌고 라이브 방송과 실시간 댓글이 스크린을 채운다. 세종문화회관이 공개한 연습 영상에서는 '존맛' 'DM' '악플' 같은 요즘 말이 대사로 오간다. 이 단장은 "예전에는 한 사람이 민중의 적이 되기까지 신문이 인쇄되고 사람들이 광장에 모이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게시물 하나와 하루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문소리와 이봉련이 커스틴을 번갈아 연기한다.
다음달 20일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개막하는 '안티피플'은 양손프로젝트가 2025년부터 매년 한 편씩 올리는 '입센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양손프로젝트는 2011년 박지혜 연출과 배우 손상규·양조아·양종욱이 꾸린 4인 공동창작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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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을 빈 무대 위에 옮기는 독자적인 연극 언어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에는 세 배우가 박사와 시장, 언론인, 시민 등 다양한 배역을 오간다. 티켓 오픈 1시간 만에 전 회차가 매진됐다. 양손프로젝트가 고전을 지금으로 데려오는 방식은 '말'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첫 작품 '유령들'에서 네 사람은 영어 번역본을 토대로 함께 대본을 옮기며 예스러운 대사를 일상의 구어체로 바꿨다. 박 연출은 당시 "실제로 주고받는 말처럼 작동하도록 대사를 다듬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작동'은 메시지를 앞세우는 대신 작품이 그 자체로 관객에게 가닿는 것이다. 박 연출은 "무언가를 선언하거나 주장하는 일을 경계한다"고 강조해 왔다.
'민중의 적'은 여론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순식간에 쏠리는 지금 다시 곱씹어볼 만한 고전이다. 요즘 말과 미디어를 무대로 끌어들인 '에너미'와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말과 몸, 관객의 시선만 남긴 '안티피플'을 잇달아 보면 다수가 언제나 옳으냐는 입센의 물음이 어떤 언어로 더 생생하게 와닿는지 견줘 볼 수 있다. 공연은 '에너미'가 11월 14일, '안티피플'이 11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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