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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버지로 아이 다섯을 키울 수 있었던 건 데이터센터 덕분입니다. 저를 이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아들과 조카에게도 같은 기회를 주십시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시청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공청회에서 국제전기노동자형제단(IBEW) 조합원 윌 스미스가 이같이 말하자 회색 셔츠를 입은 10여명의 노조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쳤다. 노조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앞서 공청회는 빛·소음공해, 전기요금 인상 등을 이유로 시민들이 앞다퉈 반대 의사를 쏟아내고, 환호와 갈채가 쏟아지는 분위기였다. 스미스의 발언은 이를 완전히 바꿔놨다. 자신이 사는 곳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반대하는 시민들과 일자리 문제를 걱정하는 노동자들은 두시간 가량 팽팽히 맞섰다.
반대 시민들은 45일 간 유예 주장
이날 공청회는 새너제이시가 마련한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렸다. 새너제이는 페이팔·이베이·어도비 등의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 중심 도시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컴퓨팅 수요가 늘면서 시는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20개에 더해 신규 건설 11건을 심사하고 있다. 이에 맷 머핸 시장이 지난 6월 데이터센터 규제를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4개월만에 완성된 초안이 이날 공개됐다.
규제안은 지역 주민들의 주거 환경 악화 우려를 줄이는 데 초。을 뒀다.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디젤 발전기의 최대 가동시간을 연 50시간에서 25시간으로 단축하고, 주거 인접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55데시벨(㏈) 이하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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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각수에는 음용수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또 개발사로부터 데이터센터 면적 1제곱피트당 4~5달러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안도 포함됐다.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날 공청회를 앞두고 시청 앞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멈추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여파를 이해하지 않느냐"며 45일 간의 모라토리엄(건설 유예)를 요구했다. 마르코스 에스피노자 알비소 주민단체 대표는 "시민들은 24시간 끊이지 않는 저주파 소음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전역에선 데이터센터 반대가 69%
부정적인 여론은 공청회에서도 이어졌다. 319명을 수용하는 시청 본회의장이 가득찰 정도로 남녀노소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시 관계자가 규제안을 설명하던 중 한 중년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왜 규정이 바뀌었느냐,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치자 시민들이 환호했다. 해당 여성이 보안 담당자에게 끌려나간 뒤 시 측이 설명을 마무리했고, 80여명의 시민이 본회의장 앞 연단에 나와 1분씩 발언을 이어나갔다.
반대 의견을 주도한 이들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였다. '실리콘밸리의 행동하는 엄마들'의 나타샤 프리스는 "현재 초안은 대기·수질 오염과 빛 공해로부터 어린 아이와 노인들을 막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중년 남성 목수는 "PG&E는 도대체 어디에 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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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에 숨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 발전사인 PG&E가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배트맨 복장을 한 남성이 나타나 "새너제이시가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AI 기업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못 믿겠다.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외쳤다.
전기·배관·건설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건설 노동자 더그 블록은 "고졸 전과자가 연봉 10만달러 이상의 일자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 덕분이었다"고 했고 배관공 브라이언 포르스는 "데이터센터가 다음 세대 지역 전기공들에게 실질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내달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전역에서는 이런 공청회와 시위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대니얼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지난 16일 시 내 데이터센터 건설을 45일 간 유예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실리콘밸리 북쪽 산마테오카운티에서는 오는 20일까지 데이터센터 규제 또는 금지 가능성을 포함한 조례안을 마련하도록 카운티 당국에 지시했다.
미국 전체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NBC뉴스와 서베이몽키가 지난달 6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9%가 주거지 내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81%)과 무당파(71%), 공화당 지지층(57%)에서 모두 반대 여론이 앞섰다. 지난 8월20일부터 9월1일까지 미국 성인남녀 71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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