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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14 01:24 조회 5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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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수리하기 위해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에 들렀다. 수리가 끝나기까지 한 시간 남짓 여유가 생겼다. 잠시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이 없을까 생각하다 찾은 곳은 한국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전주수목원이었다. 외지에서도 많은 사람이 찾아올 만큼 입소문이 난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전통적인 분위기가 그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미처 가을이 왔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한 채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수목원 안에서는 계절이 천천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슬비가 내렸지만 오히려 공기는 상쾌했다. 한 시간 정도면 웬만한 곳은 둘러볼 수 있겠거니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 1시간이 선물한 뜻밖의 가을, 전주수목원에 들어서다ⓒ 최호림
피터팬을 꿈꾸던 소년, 숲속 나무집을 만나다
가장 먼저 발길을 붙잡은 곳은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숲속 나무집이었다. 커다란 나무 위에 둥지처럼 자리 잡은 집을 올려다보니, 문득 그 안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계단을 올라가 보니 그곳은 책들이 가득한 작은 도서관이었다.
어린 시절, 피터팬이 사는 숲속 요새를 상상하며 저런 나무집에 꼭 들어가 보고 싶다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 여겼는데, 지천명의 나이를 훌쩍 넘긴 뒤에야 그 소망을 이루게 된 셈이다. 뜻밖의 장소에서 마주한 어린 시절의 기억에 한동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 시간을 보내려던 참이었지만, 이 나무집 하나만으로도 이곳에 온 이유는 충분했다.
이어폰 너머로 조동진의 노래 '나뭇잎 사이로'가 흐르는 가운데 숲길을 걸었다. 일상에 짓눌려 갑갑했던 마음은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 들었고, 감상에 잠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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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야속하게 흘러가는 차량 수리 시간에 맞춰 돌아가야 했기에 더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며 눈에 띄는 풍경들을 하나씩 눈에 담았다.
▲ 지천명에 마주한 어린 시절의 꿈, 전주수목원 '숲속 나무집' 내부ⓒ 최호림
이국적인 열대식물과 한옥의 조화
키가 훌쩍 큰 꽃들이 늘어선 길을 지나자 이국적인 코끼리 조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익숙한 전주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이색적인 정취였다. 하지만 곧이어 시선을 돌리자 이번에는 기와를 얹은 단아한 전통 한옥이 나타났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한옥 지붕과 전통적인 공간 구성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이국적인 식물들을 감상하는 공간에 우리 고유의 멋을 이질감 없이 녹여냈다는 .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장미를 주제로 조성한 공간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 저마다의 자태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이름 모를 식물과 나무 앞에서도 자꾸만 걸음이 멈춰졌다.
▲ 키 큰 꽃길 너머로 마주한 전주수목원의 색다른 가을 풍경ⓒ 최호림
▲ 자연과 어우러진 전통의 멋, 전주수목원 한옥 장미 정원ⓒ 최호림
꽃가루와 씨앗 속에 숨겨진 생존의 비밀
돌아가는 길에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리는 공간에 들어가 봤다. '원예식물 주사전자현미경(SEM) 사진전Ⅱ'였다. '꽃가루, 진화가 빚어낸 생존의 캡슐'이라는 부제가 눈길을 끌었다.
무엇을 전시하는 곳인지 궁금해 안으로 들어가 보니 꽃가루와 씨앗 등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 촬영한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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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맨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식물의 미세한 세계가 사진 속에서 다채로운 형태와 색감으로 펼쳐졌다.
덕진공원에서 자주 보던 연꽃의 씨앗은 확대된 모습이 마치 분홍빛을 띤 사람의 뇌를 연상시켰다. 식물마다 꽃가루와 씨앗의 생김새가 이토록 다르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식물들이 저마다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도 흥미로웠다.
▲ 현미경으로 확대한 연꽃 씨앗의 경이로운 모습ⓒ 최호림
거기다 유자 씨앗은 노란빛을 띠었고, 도라지 씨앗에서는 꽃봉오리를 떠올리게 하는 보라색이 눈에 들어왔다. 식물마다 저마다 다른 색과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로웠다.
전시 제목에 담긴 '생존의 캡슐'이라는 표현도 인상적이었다. 작은 꽃가루와 씨앗 안에 식물의 번식과 생존을 위한 오랜 진화의 흔적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눈앞의 작은 생명도 새롭게 보였다.
전시를 둘러본 뒤 방명록에 이름을 적었다. 기념품으로 엽서 한 장도 받았다. 잠깐의 호기심으로 들어간 곳에서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식물의 세계를 만난 셈이다.
▲ 보라색 꽃봉오리를 쏙 빼닮은 도라지 씨앗의 미시 세계ⓒ 최호림
▲ 씨앗과 꽃가루가 품은 경이로운 소우주, 주사전자현미경 사진전
ⓒ 최호림
현장에서 확인한 안내판에 따르면 이 전시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주최하며,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서 10월 8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 방문할 계획이라면 전시 기간을 참고하면 좋겠다.
한 시간으로는 부족했던 전주수목원
전주수목원은 잠깐 들렀다 나오기에는 규모가 상당하다. 나중에 찾아보니 면적은 약 34만㎡로, 평수로 환산하면 10만 평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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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조성을 시작한 이곳은 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훼손된 자연환경을 복구하고, 복구에 필요한 수목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도로를 건설하며 훼손된 땅을 다시 식물이 자라는 공간으로 가꾸고, 자생식물을 보존·연구하는 역할까지 맡게 된 것이다.
▲ 고속도로 건설 중 옮겨온 소나무들의 새 보금자리, 솔내원ⓒ 최호림
처음에는 도로 건설을 위한 수목을 기르고 공급하는 공간에서 출발했지만,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이 자연을 관찰하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수목원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3410종의 식물과 24개 주제원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니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단순히 보기 좋은 꽃과 나무를 모아 놓은 정원이 아니라, 훼손된 자연을 되살리려는 노력에서 출발해 오늘날 시민들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내어준 곳이기 때문이다. 도로를 만들기 위해 손댄 땅이 오랜 시간을 거쳐 다시 자연을 만나는 장소가 됐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수목원에서 만난 식물과 나무, 어린 시절 동화 속 피터팬을 떠올리게 한 나무집, 그리고 씨앗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사진전까지. 특별한 계획 없이 찾은 곳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거기다 입장료와 주차료도 무료여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는 .이 더 반가웠다.
다만 넓은 공간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넉넉하게 시간을 잡는 편이 좋겠다. 평일에는 비교적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지만,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아 혼잡할 수 있겠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월요일과 설날·추석에는 휴원한다. 외부 음식물 반입과 취식은 제한된다. 수목원 내부에는 쓰레기통이 없으므로 쓰레기를 되가져갈 준비도 필요하다.
는 시간이 흐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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