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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의 거장 지바 데쓰야(千葉徹彌)가 지난달 22일 87세 나이로 별세했다. 지바는 그 많은 일본의 만화가들 중에서도 2024년 처음으로 정부 문화훈장을 받은 인물이었다. 그런데. 우선 지바의 대표적 캐릭터를 한데 모아 그린 아래 그림을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자. 1970~80년대 한국 만화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얼굴이 곳곳에 보일 것이다. 그의 대표작은 1968년부터 1973년까지 연재한 권투 만화 ‘내일의 죠’였다. ‘하얗게 불태웠다’는 마지막 대사가 유명한 이 만화는 1960~70년대를 대표하는 일본 만화였으며, 전공투의 성전이기도 했고, 1970년 일본 민항기를 북한으로 납치하려던 요도호 사건의 주범 전공투 세력이 “우리들은 내일의 죠다”란 희대의 망언을 남기게끔 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잠깐, 도대체 언제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건가? 첫 정식 라이선스 번역판이 나온 것은 2000년의 일이었고, 애니메이션이 방송된 것은 1993년의 일이었다. 그러나 ‘한국에 소개된 것’을 따지자면 연대가 훨씬 더 올라간다. 1972년, 일본 현지에서 ‘내일의 죠’ 연재가 끝나지도 않았던 시기에 어린이 잡지 ‘소년중앙’에 ‘도전자 하리케인’이라는 별책부록으로 ‘내일의 죠’를 그대로 베껴 그린 만화가 나왔다. 이것이 1975년까지 연재됐다. 원작이 일본 만화라는 것을 통 모르는 어린이 독자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왜 그랬을까.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 오직 본인의 투지와 헝그리 정신만으로 신분 상승을 꿈꾸고 끝내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는, 그 과정에서 가난하지만 정이 많고 가족 같은 이웃의 성원을 한몸에 받는 스토리는 1970년대 한국에서도 꼭 들어맞는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던 것이다. 그대로 설정을 한국으로 옮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릴게임주소 주인공이 챔피언이 된 뒤엔 제목이 ‘챔피언 하리케인’으로 바뀌었다. 원작에서 한쪽 눈이 멀었던 주인공의 코치는 두 눈이 멀쩡한 것으로 바뀌었고, 그 유명한 마지막 장면은 판정패를 당한 것이 아니라 판정승을 한 뒤의 상황으로 바꾸는 등 일부에서 원작의 설정을 변경한 것도 지금 보면 눈에 띈다. 이 비공식 한국어판의 작가는 ‘강펀치’라는 작가로 소개됐었다. 이 작가를 A(1943년생)라고 하겠다. A는 이후 축구 만화 ‘폭풍의 그라운드’의 주인공 ‘까목이’(사실 그 뒤에 나온 야구 만화 ‘바람처럼 번개처럼’의 ‘팔매’와 같은 얼굴이었다)의 뾰족한 코 등에서 지바 데쓰야의 화풍이 상당히 유지되는 것을 보였다. 적어도 1970년대 ‘무지개 행진곡’이나 ‘날고 싶은 물새들’의 캐릭터까지도 그 흔적이 보였다. 1980년대 이후의 ‘장독대’ ‘머털도사’ 같은 캐릭터에서 그런 얼굴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지만 말이다. 지바 데쓰야의 캐릭터를 보고 ‘어?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들이네’라고 느끼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명. 지바 데쓰야의 1962년작 ‘1, 2, 3과 4, 5, 로쿠’라는 만화(이 만화도 1971~1972년 윤동원의 ‘오똑이 대행진’이란 한국 만화로 번안됐다)가 있었다. ‘내일의 죠’와 마찬가지로 아직은 가난했던 일본의 사회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만화에서, 형이 입던 큰 옷을 물려받아 어깨가 다 드러나는 어린이 캐릭터 ①과, 머리가 뾰족한 어린이 캐릭터 ②가 등장한다. 만화평론가 최흡의 분석에 따르면 지바는 1968년 ‘테레비 천사’에서 이 두 캐릭터를 또 등장시키며 ①에 ‘나오’, ②에 ‘긴타’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 두 캐릭터는… 1970년대 초 한국에서 20대 나이로 많은 작품 활동을 하던 작가 B(1946년생, 데뷔는 놀랍게도 1962년)의 만화에 등장하게 된다 온라인파칭코게임 . ‘나오’는 ‘시관이’, ‘긴타’는 ‘병호’로 각각 번안됐다. 사실 이 두 명뿐 아니라 당시 B 만화의 많은 캐릭터가 지바 데쓰야 풍으로 그려졌고, 일부는 야구 만화 ‘거인의 별’(번안작은 김우영의 ‘태풍을 쳐라’)의 가와사키 노보루와도 비슷한 화풍으로 그려졌었다. 스포츠(불타는 그라운드), 가족(수나의 일기), 명랑(유쾌한 호마군)에서 감동(사랑의 학교), 모험(치티치티 빵빵), 반공 첩보(백자바위 마인) 만화까지 당시 B의 장르는 폭도 무척 넓었다. 21세기 들어서 B가 다른 그림체의 만화로 유명해지자 혹자는 “오래 전 1970년대 초에도 B라는 같은 이름의 만화가가 있었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동일인물이었다. 시관이와 병호는 ‘미니바람 꽃구름’과 ‘푸른 꿈은 가득히’의 조역을 거쳐 1975년이 되면 잡지 ‘새소년’ 연재 만화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에서 아예 주인공 자리에 앉게 된다. 이민이나 취업이 아니라면 해외로 나가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 세계 여행을 테마로 한 이 만화는 당시의 다른 비슷한 만화와 달리 작가가 직접 가 보고 그린 것이라 대단히 유익한 작품이었다. B가 실제로 해외 유학을 가서 그린 만화였기 때문이다. 잡지 ‘새소년’은 만화가 연재될 때마다 ‘이것은 B선생님이 유학을 간 독일에서 부쳐 온 귀중한 원고입니다’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 만화는 자연스럽게 모험에서 학습만화로 장르를 옮겨갔다. 당시 나의 부친은 “B 말고 다른 사람이 그린 만화는 보지 마!”라는 엄명을 내렸다.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먼나라 이웃나라’였다. B는 나중에 “그 당시는 캐릭터를 만들어낼 능력이 아직 없었다”고 털어놨고, ‘사랑의 학교’ 한 작품 빼고는 과거 지바 데쓰야 풍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작품들을 모두 재출간하지 않고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바다이야기릴게임 . 지금 한국 만화계의 원로인 A와 B에게 과거의 ‘흑역사’가 있었다고 해서 A와 B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때는 그런 시대였고 그들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일본 만화가 정식으로 수입될 수 없었고, 한국 만화계의 문화력은 아직 미약했다. 그리고 당시의 작가들은 그런 식으로나마 어린 우리에게 추억을 선사했다. 결국 그들은 그 시기를 거친 뒤에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체를 완성해 더욱 훌륭한 만화를 그릴 수 있었고 한국 만화사(漫畵史)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1970년대라는 시。에서 지바 데쓰야라는 공통。이 있었다 해도 1980년대쯤에 들어서면 유사。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의 화풍도 크게 달라졌다. 개인적으로 나는 A의 만화에도 B의 만화에도 그들의 흑역사 시절의 만화에도 모두 큰 애정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A와 B의 이야기를 뒤집어 생각하면, 지바 데쓰야라는 거장 만화가가, 아마도 그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만큼 한국 만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더러운 뒷골목과 남루하고 가난했던 사람들의 일상까지도 만화 속에서 보듬어 안았으며,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도 만화를 통해 알리려 했던 거장이었다. 1960년대 그 일본 사회에 대한 묘사는 1970년대 한국 사회와 그런대로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그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계에까지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지바의 명복을 빈다. 희한하게도, 한 일본인의 죽음에서 한국 문화사의 한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유석재의 돌발史전’은 역사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한 줄기 역사의 단면이 드러나는 지。을 잡아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아래 얼굴 사진 오른쪽에 있는 ‘구독+’를 한 번 눌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뉴스의 홍수 속에서 한 줄기 역사의 단면이 드러나는 지.을 잡아 설명해드립니다. 나온 야구 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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