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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회 작성일 26-11-0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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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보월드 찾은 국회의원 개막일인 4일, 김태년 국회의원 등이 전시장을 찾아 협동로봇 기업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오성훈 인공 생명을 향한 인류의 상상은 신화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황금으로 빚은, 생각하고 말하는 시녀들이 나온다. 그리스 신화에는 크레타섬을 지키는 청동 거인 탈로스도 등장한다. 이 상상은 약 2000년 전 알렉산드리아의 헤론이 만든 성수 자동판매기,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설계한 기계 기사, 18세기 유럽의 정교한 자동인형으로 이어지며 조금씩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1920년 카렐 차페크의 희곡 에서 마침내 '로봇'이라는 말이 태어났다. 체코어로 '강제 노동'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서 나온 이 말에는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류의 오랜 바람이 담겨 있다. 산업용 로봇에서 서비스 로봇과 협동 로봇을 거쳐 오늘의 피지컬 AI(Physical AI)에 이르기까지, 로봇은 늘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그 진화의 최전선을 확인하러 지난 4일 '2026 로보월드'가 열린 고양 킨텍스로 향했다. 이곳에 고등학교로는 유일하게 우리 서울로봇고등학교가 부스를 차렸다. 입구에 비치된 <로봇신문>에는 로봇 인재를 찾는 기업들을 위해 우리 학교의 특화 교육과정과 그 과정에서 자라난 학생들을 소개하는 광고가 실려 있었다. 산업통상부가 주최하고 한국AI·로봇산업협회,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제어·로봇·시스템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는 20개국 약 400개사, 1200여 부스라는 역대 최대 규모로 킨텍스 제1전시장 3~5홀을 가득 메웠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귓가를 울리는 기계음과 환호성 속에서, 단순한 자동화 기계를 넘어 스스로 환경을 인지하고 판단하여 행동하는 피지컬 AI의 시대가 눈앞에 펼쳐져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말하는 AI'에서 '움직이고 일하는 피지컬 AI'로 올해 로보월드를 관통하는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피지컬 AI'와 '제조 AX(인공지능 전환)'였다. 화면 속 텍스트나 음성으로 대화하던 인공지능이 이제 정밀한 관절 액추에이터와 센서, 유연한 로봇 손을 입고 물리적인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온 것이다. 올해 처음 마련된 '휴머노이드 로봇 특별관'을 비롯해 전시장 곳곳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보티즈, 에이로봇 등 국내 기업과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번에 공식 출시된 로보티즈의 'AI 사피엔스'가 태권도 도복을 입고 품새를 펼칠 때는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 태권도 품새 선보이는 휴머노이드 'AI 사피엔스' '2026 로보월드'에서 공식 출시된 로보티즈의 휴머노이드 'AI 사피엔스'가 태권도 도복을 입고 품새를 선보이자 관람객들이 휴대전화로 그 모습을 담고 있다. ⓒ 오성훈 가상 공간에서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학습한 로봇을 실제 현장에 옮기는 '심투리얼(Sim-to-Real)' 기술과, 사람 없이 24시간 돌아가는 '다크팩토리'를 겨냥한 자율 제조 솔루션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처음 마주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마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과 비전-언어-행동(VLA) 기술은 산업 현장의 모습을 바꿀 채비를 마친 듯했다. 거미처럼 걷는 로봇, 아이들의 꿈도 함께 걷는다 기술의 화려한 향연 속에서 내 발걸음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K-로봇 미래인재관'이었다. 로봇 분야에서 이름난 대학들과 나란히 차린 부스 앞에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서울로봇고 학생들이 서 있었다. ▲ 대학들 사이에 자리한 서울로봇고 부스 'K-로봇 미래인재관'에 차린 서울로봇고 부스에서 학생들이 관람객에게 로봇을 설명하고 있다. 양옆으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와 광운대학교 부스가 자리했다. ⓒ 오성훈 나를 발견한 학생들이 반갑게 달려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교장선생님, 첫날인데도 저희 부스에 관람객이 정말 많아요!" 몇 달 동안 동아리에서 준비해 온 로봇 앞에 선 학생들은 관람객과 기업 관계자들에게 당차게 설명을 이어 갔다. "거미의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저희 동아리가 만든 4족 보행 로봇이에요. 다음에는 AI 비전 센서를 달아 사람을 인식하고 스스로 따라가게 만들 거예요." 해맑게 웃으며 로봇의 동작을 시연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부스를 찾은 한 관람객은 학생들의 로봇을 한참 들여다보다 입을 열었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Victor Joo(빅터 주)'라는 이름으로 로봇을 만들고 개인 채널을 운영하는 메이커다. "부품을 배치한 위치에도 다 이유가 있어요. 남들이 보면 '왜 굳이 여기에?' 싶어도 자세히 보면 그게 다 보이거든요. 완성도를 떠나서, 자기가 원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한 흔적이 충분히 느껴집니다." 그는 "여기에 산업 현장에서 쓰는 자동화 제어기를 붙이면 완성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 자신도 오픈소스 하드웨어와 산업용 제어기를 연결해 로봇을 만들어 왔다고 했다. 현장 전문가가 건넨 진심 어린 평가에 교장으로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동시에 이 아이들의 꿈이 현실의 벽 앞에서 꺾이지 않도록 지켜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깨를 무겁게 했다. 기술 자립의 열쇠, '실무형 현장 인재'에 있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대한민국 로봇 산업이 넘어야 할 과제도 함께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중국 유니트리의 대형 부스였다. 화려한 완제품을 보니 핵심 감속기와 고성능 모터, 정밀 센서,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상당수를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 현실이 함께 떠올랐다. 에이로봇 부스에 들르자 한재권 한양대 ERICA 로봇공학과 교수(에이로봇 CTO)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에이로봇은 해마다 서울로봇고 졸업 예정자 가운데 한 명을 직접 뽑아 채용해 왔다. 한 교수는 학생을 보내 줘서 고맙다며 겸손하게 공을 돌렸지만, 사실은 회사가 깐깐한 눈으로 인재를 골라 온 것이다. 올해도 잘 부탁한다는 그의 인사가 각별하게 들린 이유다. 나는 유니트리의 대형 부스를 보니 중국 로봇 산업이 좀 겁이 나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한 교수는 우리가 뒤처진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곧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 낙관이 막연하게만 들리지 않은 것은 그의 첫인사 때문이었다.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기업이 해마다 고등학교 졸업생을 찾는다는 것은, 현장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인재가 그만큼 귀하다는 뜻이다. 중국이 휴머노이드 양산과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가는 지금,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경쟁력은 결국 사람이다. 서울로봇고와 같은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고등학교 3년 동안 밀도 높은 실습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실무 역량을 다진다. 킨텍스 전시장에서 기업 관계자들과 기술을 논하는 10대 청소년들의 모습은, 우리가 걸어온 직업교육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아이들의 꿈이 꽃피울 수 있는 사회적 사다리를 위하여 이날 우리 부스를 찾은 손님 가운데는 반가운 얼굴이 많았다. 다른 기업 부스에서 자기 회사 로봇을 소개하던 졸업생들이 짬을 내 후배들을 보러 온 것이다. 첫 졸업생을 배출한 지 10여 년, 교복을 입고 실습실을 누비던 아이들이 어엿한 로봇 엔지니어가 되어 돌아왔다. 한 졸업생은 후배들을 격려하며 금일봉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재학생들을 바라보는 선배들의 눈빛에서, 개교 이래 우리가 놓아 온 사다리 위로 아이들이 한 칸씩 올라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내가 다녀간 이틀 후인 6일에는 우리 학교 전교생이 이곳을 찾아 체험학습을 한다. 먼저 부스를 지킨 친구들이 그랬듯, 아이들은 세계의 로봇 기술을 눈앞에서 보며 저마다의 미래를 그려 보게 될 것이다. 신화 속 황금 시녀에서 시작된 인류의 꿈은 이제 AI라는 두뇌와 정밀 구동기라는 신체를 만나 현실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는 우리 아이들이 있다. 그렇기에 함께 짚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차페크의 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던 로봇은 끝내 인간에게 등을 돌린다. 노동에서 벗어나려는 꿈이 어떤 미래로 이어질지는 결국 기술을 다루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경고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며 로봇 기술과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기술을 다루는 능력과 함께 기술을 바르게 쓰는 태도를 가르치는 일, 그것 또한 로봇 교육의 몫이다. 로보월드는 아이들에게 꿈의 크기를 가늠해 보게 한 살아 있는 교실이었고,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선배들이 직접 증명해 보인 자리였다. 이제 남은 숙제는 우리 사회의 몫이다. 학벌의 벽과 경력직 선호의 관성을 넘어 실력으로 평가받는 채용, '선취업 후학습'처럼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져야 한다. 아이들의 꿈이 현장에서 꽃필 수 있도록 교육 현장과 산업계, 정부가 함께 기회의 문을 열어 주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ack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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