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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 이른바 '초광역특구법'이 지난 10월 20일 발의되었다. 정부·여당은 이 제정법안에 최대 320여 개 규제 특례를 담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의 제정으로 로봇·반도체·AI데이터센터 등 산업 현장은 규제 애로에서 벗어나 성장에 날개를 달고, 민생에 활력이 생기고, 지역에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말한다.
그러나 정부가 합리화를 말하는 '규제'의 이면에는 노동자, 농민, 빈민, 장애인 등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권리'가 자리하고 있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권리, 내가 땅을 일구며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 등 그 모든 권리는 우리 삶의 필수적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자본 중심의 사회에서 그 같은 권리의 보장은 기업에게 '규제'가 되고, 그 규제를 탈피해 자유롭게 활동하게 해 달라는 자본의 청탁이 '합리화'라는 명분을 달고 민중의 삶을 침략한다.
'규제 합리화'라는 이름의 불안정 노동 확산 역사
한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이어졌던 비정규직·불안정노동의 확산과 제도 개악의 과정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근로기준법 내에 자리를 튼 정리해고제는 기업의 위기 혹은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예상만으로도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정리해고제와 짝을 이루며 제정된 파견법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처럼 일을 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후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다시 일터로 돌아온 노동자들은 파견, 도급, 하청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신분이었다.
2007년 기간제법을 제정할 때는 이 법을 통해 정규직이 되고, 차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기간제법 제정 이후 오히려 기간제 채용이 일반적인 고용형태가 되었고, 단기계약, 쪼개기 계약이 확산되었으며, 무기계약직이라는 또다른 비정규직으로 차별이 고착되었다.
▲ 2026.9.12. 노동법 밖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비정규직이제그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또 어떤가. 노동자라는 지위 자체를 부정하려는 시도에 맞서 노동자라는 이름을 되찾기 위한 20여 년의 투쟁이 있었지만, 이는 다시 플랫폼을 통해 노동관계 자체를 은폐하는 새로운 불안정노동의 양상과 마주하고 있다.
기업들은 더 이상 직접 노동자를 채용할 필요가 없다. 여러 개의 자회사를 만들고 없애며 노동을 통제하는 구조가 생겨났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일용직을 쉽게 고용하고 자르며, 이주노동자들이 파견인지, 도급인지도 모를 고용형태로 매일매일 일용직 고용을 떠돈다. 노동법 밖의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라는 이름을 프리랜서로 바꿔 달며 플랫폼 속에 머물게 되었다.
그러나 자본은 최소한의 규제조차도 털어내기 위해 여전히 '더'를 요구한다. 파견 허용 업무를 대폭 확대하자고 요구했으며, 아예 일부 금지 업종만 정하고 완전히 허용하는 것으로 변경하자고도 한다. 기간제로 계속 고용할 수 있는 기간도 더 길게 늘려달라 요구한다.
어차피 노동자의 계약기간은 6개월, 3개월 등으로 더 잘게 쪼개지지만, 더 편하게 기간제를 활용하고자 하는 자본의 욕구는 기간제 사용 기간을 장기화해 잦은 교체로 인한 최소한의 부담조차도 지지 않으려 한다. 이 같은 자본의 요구를 수렴한 법 개악 시도는 비정규직법이 제정된 이후 거의 30여 년간, 모든 정권에서 추진되었다. 그리고 현 정부는 이를 '초광역특구법'으로 수렴하려 하고 있다.
초광역특구법, 노동의 권리 체계 전체를 무너뜨릴 것
초광역특구법에는 기간제법, 파견법의 완화된 적용뿐만 아니라 노동시간의 규제를 풀고, 안전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등 노동자의 권리를 훼손하는 심각한 내용들을 함께 담고 있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적용 제외를 통해 일부 권리를 탈락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이다. 일부 항목의 규제를 푸는 것으로도 큰 문제이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차 권리 체계 전체를 무너트리는 것으로 나아가게 된다.
ⓒ 메가규탄공동행동
예를 들어 초광역특구법이 장시간 노동의 규제를 허문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초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건강을 악화시키는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시간 규제 완화라는 신호를 형성하고, 그것으로 노동시간의 길이나 편재 등에서의 자본주도권이 강화되는 것으로 이어지며, 그런 끝에 '노동시간'은 노동권의 항목에서 .。 사라져 가게 될 것이다.
결코 극단적인 상상이 아니다. 기간제 노동자가 안정된 장기 고용을 권리로 갖지 못하게 된 것처럼, 파견노동자가 사용업체와 파견업체로 양분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 것처럼, 우리는 비정규직법이 노동권에 균열을 내는 것에서 이미 보았다.
이제 일상이 된 불안정노동과 빈곤 속에서 노동권은 보편적 권리가 아니라 더 나은 고용형태를 통해 쟁취해야 할 전리품이 되어버렸다. 근로기준법은 불안정노동 시대에 맞게 그 역할을 확장하고, 모든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넓어지고 유연해져야 하지만, 오히려 적용 대상을 가르고, 적용 항목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것으로 보편성을 잃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초광역특구법과 같은 방식으로 노동권의 항목들을 쪼개서 넣고, 배제하는 접근이 당연한 듯이 제안된다. 노동권의 총체적이고 유기적인 모습을 이해한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미 비정규직 확산 속에서 무너져 온 것이기에 그 이상함을 제대로 눈치채기는 힘들다. 그렇게 권리의 일부를 배제하는 것은 권리 항목을 탈락시키는 것을 넘어 권리체계 자체에 균열을 내고, 결국 권리 인식을 흔들고 희박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것을 자본이 제안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수용해서 특구를 지정하는 것으로 마음껏 할 수 있게 된 것이 초광역특구법이다. 자본의 야만을 제어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자 노동권을 제도화하고 노동법을 발전시켜 온 그 모든 투쟁의 역사에서 경계했던 바로 그 지.을 초광역특구법이 보여주고 있다.
보편성을 잃어버린 노동법을 다시 세울 때
지난 여름, ILO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협약을 채택했다. 이는 모두에게 적용한다는 이유로 권리 보호의 수준을 낮추지도 않고,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부분적으로 권리를 나눠 부여하는 것도 아닌, 보편적 권리의 보장으로 향하는 구체적인 길을 끊임없이 탐구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는 。에서 일하는사람법 등으로 도피하려는 한국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근로기준법이 아닌 일하는사람법으로의 도피와 온전한 노동권 보장이 아닌 자본의 청부를 받아들여 노동권을 부분부분 탈락시키고자 하는 초광역특구법 모두 본질은 같다. 보편적 노동권은 사라지고, 자본의 탐욕을 제어할 수단도 사라진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요구하며 싸우던 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들, 권리 밖 노동의 문제를 제기하며 보편적 노동권을 위해 싸우던 노동자들이 초광역특구법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초광역특구법 저지! 모든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공동투쟁>에서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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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인 엄진령 님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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