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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세계 최대 미술 장터인 아트바젤 파리가 열린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전시장 2층으로 오르는 대계단을 오르자 루이 비통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 좌우에 펼쳐진 대규모 부스 한쪽에는 사람 키만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조각이 서 있었고, 다른쪽 벽엔 현대미술 거장 키스 해링의 서명 아래 해링의 그림을 넣은 가방 10여 。이 걸려 있었다. 파는 물건은 아니지만 관람객들은 가방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며 부스 직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가방을 직접 들어 보는 사람도 있었다.
키스 해링은 1980년대 미국 뉴욕의 거리에서 이름을 알린 작가다. 1980년부터 5년간 지하철역의 빈 광고판을 덮은 검은 종이에 흰 분필로 그림 수백 .을 그렸다. 빛을 내뿜는 아기와 춤추는 사람, 하트 등을 단순하면서도 독창적인 화풍으로 그려 인기를 끌었다. 1986년엔 뉴욕 소호에 가게를 열고 자기 그림을 넣은 티셔츠와 장난감, 포스터를 팔았다. ‘미술은 일상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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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부터 1989년까지 해링은 세계 수십 개 도시에 벽화 등 공공미술 작품을 50. 넘게 남겼다. 1988년 에이즈 진단을 받은 뒤엔 그림으로 에이즈의 무서움과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썼고, 1990년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1989년 세운 키스 해링 재단은 지금도 에이즈 관련 단체와 어린이 프로그램을 후원 중이다.
루이 비통은 이번 아트바젤 파리에 공식 후원사 자격으로 부스를 열고 키스 해링 재단과 함께 만든 신작을 선보였다. 이곳에서 선보인 ‘아티카퓌신’에는 해링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2019년 시작된 아티카퓌신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핸드백으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로, 일상에서 작품을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번 부스는 작가 14명의 작품과 가방을 함께 선보이는 7년 회고전으로 꾸렸다. 키스 해링은 여덟 번째 컬렉션이며 정식 제품은 내년 1월 1일 출시된다.
벽 옆 유리 진열장엔 낡은 갈색 여행 가방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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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링이 1984년 빛을 내뿜는 아기 그림 ‘래디언트 베이비(Radiant Baby)’를 그려 넣은 1930년대 루이 비통 가방이다. 해링의 달리는 하트 그림 ‘러닝 하트(Running Heart)’를 옮긴 작은 금속 손가방엔 장인들이 크리스털을 1만2000개 넘게 손으로 박았다. 루이 비통은 지난 5월부터 키스 해링 재단과 패션쇼 등에서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세계 최대 미술 장터인 아트바젤 파리가 열린 파리 아트위크를 맞아 시내 곳곳은 명품 브랜드들의 미술 경연장이 됐다. LVMH그룹(루이 비통·겔랑·루이나르)과 케링그룹(생로랑) 등 계열 브랜드가 아트바젤 파리 안팎에서 앞다퉈 전시를 열면서다. 최근 폭력 시위로 타격을 받긴 했지만, 문화 도시로서 파리의 상징성이 큰 만큼 명품 브랜드들의 ‘미술 경쟁’은 계속되리라는 게 미술계의 관측이다.
루이 비통 재단에서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 등의 작품 600여.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 ‘귀스타브 파예 컬렉션’(내년 3월 8일까지)은 큰 인기를 끌었다. 케링그룹 창업주 프랑수아 피노가 연 미술관 부르스 드 코메르스에서 열리는 사진전(내년 1월 18일까지) 앞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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