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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뒤 한국의 모습은 지금의 프랑스일까. 프랑스는 늘린 재정 지출을 줄이지 못해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급증하고 국가채무비율까지 개선된 한국이지만,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장기재정전망은 전혀 다른 미래를 보여준다. 2055년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120%를 웃돌고, 정부 예산의 3분의 2 가까이가 줄이기 어려운 의무지출로 묶일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프랑스 혼란의 이면에는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나랏빚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를 보면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비슷하게 지출을 늘렸다. 그러나 2019년까지 프랑스는 증가분의 절반만 줄였을 뿐이다. 평균 4분의 3으로 감축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20개국)과는 다른 길을 갔다.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늘었고, 경기 침체 때 확대된 지출을 줄이지 못했다. 21일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을 기록했다.
당장 한국의 재정지표는 프랑스보다 양호하다. 반도체 호황으로 경제 규모와 세수가 급증한 덕분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초 올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부채 비율을 47.3%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전망치(54.4%)보다 7.1%포인트 낮춘 수치다. 2031년 전망치도 49.7%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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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1412조8000억원에서 2030년 1734조1000억원으로 321조3000억원 늘어난다. 국고채 이자지출 역시 올해 34조4220억원에서 2030년 51조914억원으로 증가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예상보다 63조원 넘는 세수가 더 걷혔지만 씀씀이가 급증한 탓에 나랏빚은 늘어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국과 프랑스의 현재 재정 여건에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고령화와 국가채무 증가, 구조개혁 지연이 겹치면 향후 10~15년 안에 재정 운용의 선택지가 크게 좁아지는 ‘재정 곤란(fiscal distress)’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곤란은 국가부도와는 다르지만 정부가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거나 새로운 정책에 재정을 투입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 성장세는 둔화하고 지출 부담은 커진다. 프랑스가 걸었던 길이다. 정부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연평균 실질성장률은 2025~2035년 1.7%에서 2035~2045년 1.0%로 내려간다. 장기적으로는 1% 성장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당장 프랑스와 같은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지고 복지 지출은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정 적자가 계속 쌓인다면 프랑스와 같은 길을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빚이 늘고 성장이 둔화하면 채무비율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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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제3차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 2045년 97.4%를 거쳐 2055년에는 126.3%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치도 121.5%로, 두 기관 모두 현재 프랑스(119%)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은 국가채무(D1), 프랑스는 범위가 더 넓은 일반정부부채(D2) 기준이다.
특히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프랑스보다 훨씬 가파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하지만 2054년에는 한국이 84.5명으로 급증해 프랑스(53.4명)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납세 인구는 줄고 연금·복지 지출은 늘어나게 된다. IMF가 지난 4월 발표한 재정。검보고서에 따르면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중은 0.7%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프랑스(0.1%포인트)의 7배이자 선진국 평균(0.4%포인트)을 웃도는 증가폭이다.
반도체 경기 역시 변수다. 정부는 예상 밖 반도체 호황에 성장률과 세수 전망을 높였다. 호황이 빨리 끝나면 성장과 세수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소날리 자인찬드라 IMF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AI 호황이 급격하게 반전되면 수출 위축과 투자 감소, 정부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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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세수 변동에 대비할 ‘재정 저수지’로 미래대응기금을 마련했다. 초과세수를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고 경기 둔화에도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획예산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도 기금 실집행 사업 130개 가운데 122개가 2028년 이후에도 예산이 필요한 다년도 사업이었다. 관련 편성액은 42조6199억원으로 전체의 93.9%에 달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등 현금성 지원 성격의 14개 사업에도 9조6220억원이 편성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래대응기금이 아닌 현재대응기금”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번 늘린 지출을 줄이기 어렵다. 특히 법률에 따라 지출 규모가 결정되는 의무지출은 고령화와 맞물려 빠르게 확대된다. 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전체 예산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51.7%에서 2055년 64.8%로 높아진다. 30년 뒤에는 정부 예산의 3분의 2 가까이가 사실상 줄이기 어려운 돈으로 묶인다. 프랑스처럼 기존 지출 부담에 밀려 교육과 산업 등 미래를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재정 압박은 세대·계층 간 갈등으로도 번질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세금을 낼 사람은 빠르게 줄어드는데 정부 지출의 혜택을 받을 사람들은 급격히 늘어나는 만큼 세 부담을 크게 짊어지는 고소득 젊은 층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며 “일회성 현금 지원에 그치기보다 일자리와 교육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를 확대하는 등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로, 두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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