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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지 알아?”
러시아의 마트에서 현지 친구가 반찬 코너를 가리키며 물었다. 러시아어를 읽을 수 없다는 걸 알 텐데, 시험에 들게 하다니. 김밥에 들어갈 당근 채 볶음인가 했더니 친구가 ‘마르코프 포카레이스키(Морковь по-корейски)’, 당근김치라고 한다. 김치라고? 한국에서 본 적 없는 음식이었다.
1937년 한인 강제이주로 척박한 땅에 내몰린 고려인들이 고향 음식이 그리워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당근으로 담근 김치라고 했다. 먹어보기도 전에 가슴 저편에서 안타까움이 발효되는 듯했다. 황무지 같은 곳에서 고향 음식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불과 100년도 지나지 않아 러시아 어디서나 김밥과 라면, 초코파이를 사 먹게 될 줄, 자신들의 당근김치가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반찬이 될 줄 그들은 알았을까.
우리가 전통이라 믿는 지금의 붉은 배추김치 역시 이주와 변화가 만든 작품이다. 고추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17세기 무렵이고, 김치에 고춧가루를 넣은 기록은 18세기 문헌에 등장한다. 우리가 아는 붉은 김치는 300살이 채 안 됐다.
음식은 사람의 길을 따라 움직이고, 그 땅의 재료를 만나 끊임없이 변형된다. 인도의 사모사는 중앙아시아 상인들이 가져온 삼부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마르세유 어부들이 팔다 남은 생선을 끓이던 부야베스는 이탈리아의 카추코와 사촌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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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할머니들이 소금물에 절이는 오이는 우리 오이지와 닮았다. 닮았다고 해서 어느 쪽이 원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독립적으로 생겨난 음식도 있다.
그럼에도 음식의 족보 따지기는 때로 외교전이 되곤 한다. 김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일본 ‘기무치’와 표준을 다퉜고, 중국 매체는 쓰촨(四川) 파오차이(泡菜)의 국제표준 인증을 두고 김치 종주국을 자처했다. 중동에서는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가장 큰 후무스 접시로 기네스 기록 경쟁을 벌였고, 비트 스튜인 보르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를 두고 날 선 공방의 한복판에 섰다.
반대로 섞였다는 사실을 아예 이름으로 내건 음식도 있다. 미국 뉴올리언스의 크레올 요리다. ‘크레올’은 서로 다른 말이 섞이다가 다음 세대의 모국어로 굳어진 언어를 뜻한다.
이곳에서는 프랑스·스페인·아프리카 음식이 한 냄비에서 만난 요리를 가리킨다. 대표 음식인 검보에는 부야베스의 흔적과 서아프리카 오크라, 원주민의 사사프라스 가루가 함께 들어간다. 다국적 음식도 한두 세대가 지나면 가정요리가 된다. 러시아의 고려인 3세에게 당근김치가 할머니가 무쳐 주던 반찬이듯이.
음식에 ‘완벽한 국경’은 없지만, 그 경계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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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라는 지리적 특성 속에서 오래 이어져 온 절이고 삭히는 솜씨, 철마다 무언가 담그는 습관은 한국 식문화의 고유한 색이다. 2013년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도 김치가 아니라 이웃과 함께 모여 겨울 먹거리를 준비하고 나누는 ‘김장(kimjang)’ 문화였다. 배추든, 무든, 당근이든 관계없이 함께 나누는 문화의 기억은 국경을 넘어선다.
올해 처음 법정기념일이 된 한식의 날(10월 24일)을 전후로 광주에서는 김치축제가 열리고, 오스트리아 빈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도 김치 페스티벌이 열린다. 뉴욕의 피클 축제에서는 김치가 피클, 사워크라우트와 나란히 판매되기도 했다.
입맛에는 출입국 심사대가 없다. 정작 한국인에게 낯선 당근김치는 러시아 마트에서 친숙한 반찬으로 팔린다. ‘한국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한양대 관광학과 겸임교수
■ 한 스푼 더 - 이름은 이탈리아, 고향은 요코하마
나라 이름을 달고도 그 나라에는 없는 음식이 꽤 있다. 파인애플을 얹은 하와이안 피자는 1962년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그리스계 이민자가 처음 만들었다. 스페인 술집의 단골 안주 ‘러시아 샐러드’를 러시아에서는 ‘올리비에’라 부른다. 19세기 모스크바 레스토랑의 프랑스계 셰프 이름에서 왔다. 일본의 스파게티 ‘나폴리탄’은 나폴리가 아닌 2차 대전 직후 요코하마(橫濱)의 한 호텔에서 태어났다. 이름만 보고 원조를 찾아 나섰다가는 엉뚱한 나라에 도착할 수 있다.
962년 캐나다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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