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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창(36)씨는 2014년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멕시코까지 3개국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8240㎞를 달렸다. 약 5개월간 쓴 경비가 120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왜 이런 도전에 나섰던 걸까.
시작은 교환학생으로 생활하면서 느낀 소외감이었다. 미국 사회에 스며들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었다. 그러다 미국인들을 압도할 수 있는 모험을 벌이겠다고 결심했다. 자신만의 서사를 만든다면 그들로부터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자전거 핸들을 잡게 됐다. 그가 세운 원칙은 숙박비로는 한 푼도 쓰지 않겠다는 것. 물론 수월했을 리 없다. 자신이 세운 이 원칙 탓에 정씨는 밤마다 ‘길 위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아무데서나 노숙을 할 수 없는 미국에서 잠자리를 구하는 일은 상당한 부담이었다. 어스름이 깔리면 처음 찾은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앞마당에 텐트를 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돈을 아껴야 하니 식비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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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매일 맥도날드 햄버거 4개와 신라면 한 봉지로 버텼다.
이 여정엔 고등학생 시절부터 우정을 쌓은 친구가 함께했다. 두 사람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미국 구석구석을 누볐다. 캘리포니아의 산타모니카 해변,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밤거리, 야생 동물의 천국인 옐로스톤 국립공원 ….
숱한 장소 중에서도 두 청년의 생존 의지를 시험한 무대는 모하비 사막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에 둘러싸인 사막 한복판 고속도로에서 그들은 도로 옆 배수구 주변에 텐트를 쳤다. 밤새 주변에선 퓨마와 코요테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허기에 지친 두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정씨는 “식사를 포기하는 게 현명했겠지만 라면은 내일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한 끼이자 자존심이었다”고 말했다.
여행 도중 수시로 느낀 위협은 두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들곤 했다. 그럴 때마다 두려움을 이길 수 있게 해준 것은 길 위에서 만난 이들의 선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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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중에 만난 제빵사 필도 그중 한 사람이다. 매일 새벽 3시 출근해 15시간 넘게 일한다는 그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필은 “가족의 안녕이 곧 나의 보람이자 행복”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정씨는 “필 아저씨 덕분에 인생의 성공은 화려한 성취에 있는 게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지켜내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12년 전 미 대륙을 자전거로 종주하며 배운 것들은 이후 정씨의 삶을 단단히 지탱하는 뿌리가 됐다. 그는 “당시의 여정은 삶의 주도권을 얻는 과정이었다”며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땐 확신이 필요하다는 것,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꺼운 마음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 그 여름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현재 고등학교 교사다. 영어교육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영어교사로서, 또 인생의 선배로서 제가 겪은 경험을 나누고 싶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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