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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 논란을 보면서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하나 있다. 용산공원 조성과 관리·운영을 왜 국토교통부에서 관장하느냐는 것이다. 법으로는 그렇게 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던 2007년 제정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은 용산 부지에 국가공원을 조성·관리하되 관리청은 국토교통부 장관이라고 명시했다. 국토부 장관이 용산공원정비종합계획을 세우고,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을 운영하고, 용산공원관리센터는 국토부 장관의 위탁으로 설립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어떤 부처인가. 주택을 공급하고, 도로·터널 뚫고, 산업단지 세우고, 항만·공항 건설하는 게 본업인 조직이다. 주택 공급이나 도로·항만·공단 건설이 덜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대형 건설, 토목 업무를 주로 맡는 부처가 숲을 가꾸고, 경관 꾸미고, 산책로를 설계하고, 잔디밭 만드는 일에 적절하느냐는 것이다. 특별법은 ‘용산부지는 최대한 보전하고, 역사성·문화성을 갖춘 국민의 여가 휴식 공간 및 자연생태 공간으로 조성한다’(2조)고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원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고, 훈련된 인력도 확보하고 있고, 전문가 네트워크를 가진 부처나 지자체에서 그 일을 맡는 것이 합리적이다.
조직엔 조직의 문화가 있고, 조직의 DNA가 있다. 국토부는 땅 파고,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우는 데 유능한 조직이다. 망치를 가지면 주변이 다 못으로 보인다고 한다. 국토부는 빈 땅이 있으면 거기에 무얼 채워 넣을까를 먼저 구상한다. 2006년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가 용산공원특별법안을 만들 때부터 그런 조직 본능이 여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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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입법 예고안에 ‘건교부 장관이 공원 부지의 용도 변경 권한을 갖는다’는 조항을 끼워 넣으려 무진 애를 썼다. 서울시가 ‘상업 개발 의도’라고 강하게 반발해 무산됐고 도리어 ‘공원 외 목적의 용도 변경이나 매각은 안 된다’(4조)는 조항이 들어갔지만, 국토부는 처음부터 다른 목적의 활용 여지를 두고 싶어 했다.
2016년엔 국토부가 용산공원 부지에 경찰박물관, 여성사박물관, 과학문화관, 보훈조형광장, 어린이아트센터, 스포테인먼트센터 같은 잡다한 시설들을 넣겠다는 기획안을 발표했었다. 정부 부처들 민원을 하나씩 받아주는 선심 사업을 기획한 것이다. 그때도 용산공원을 누더기로 만들려는 거냐는 여론의 질타에 뜻을 못 이뤘다. 그 소동 후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 잠깐 활동했는데 그때 받았던 인상은, 용산공원이 국토부의 인사 숨통용 보직이나 퇴직자 낙하산용으로 쓰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도심 공원은 공공재다.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전체 시민에게 녹색 경관을 공급하고, 숲 그늘을 제공하고, 도시 열을 식혀주고, 건강한 산책길이 되고, 정서 치유를 해준다. 미래 세대까지 쭉 이어질 혜택이다. 다만 그 이익은 다수에 분산된 이익이고 발언권 없는 미래 세대의 이익이라서 그걸 지키려는 이해관계가 결집된 목소리를 구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보통은 국가나 지자체가 다수 시민과 미래 세대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예를 들면 국립공원의 경우 긴 안목을 갖는 중앙정부가 관리하면서 지역 상권의 단기 이해를 앞세운 개발 욕구를 제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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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국토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정권이 부동산으로 까먹은 지지율을 용산공원 부지를 동원해 만회하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국토부의 용산공원 개발 시도는 벌써 세 번째 되풀이되는 일이다.
청계천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도시 재생의 성공 신화다. 고가도로를 헐고 복개도로 걷어내 도심 하천을 조성했다. 그것으로 서울의 품격이 달라졌다. 용산공원 부지는 청군, 일본군, 미군이 주둔했던 땅이다. 그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공간 주권을 회복해 국가 자존심을 세우자는 국민 여망이 있다. 외국군이 오염시킨 토양도 깨끗하게 정화해 명품 공원으로 부활시킨다면 청계천 복원을 뛰어넘는 멋진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다. 서울도 세계인이 부러워할 정서적 랜드마크를 하나쯤 보유해야 할 것 아닌가.
청년 주택 공급도 중요한 사회적 가치인 게 사실이다. 그것이 다른 국가 목표들을 압도할 만큼 절박해진다면, 그리고 국민의 지배적 다수가 동의한다면 공원 부지 일부에 아파트를 넣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되레 국민 지배적 다수가 반대한다. 아파트는 한번 지어 놓으면 다시 공원으로 되돌릴 수 없다. 한 조각 떼어내 아파트를 짓게 되면 같은 시도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한번 길을 내면 다음번엔 더 쉽게 지나갈 수 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공원을 온전히 지켜내야 한다. 청년 아파트 부지는 다른 곳에서 구해보는 것이 그렇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나. 용산공원을 두고 ‘닥치고 짓겠다’는 말은 아무리 국토부라도 해선 안 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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