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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가 돌아왔다. 계절의 변화가 또렷해지는 시기다. ‘슬슬 긴팔 옷을 꺼내야겠네. 지난 계절의 허물들, 생활의 부산물들은 언제 다 정리한담.’ 계절이 여럿인 나라에 사는 건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라고만 여겨 왔는데, 내 인식의 편협함을 달리 인식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우리가 여러 계절을 가졌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계절의 수만큼의 다양한 감상과 기억, 이야깃거리를 갖게 되는 일이라고.
만일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하나의 계절을 골라 인식과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를 써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면 당신에게선 어떤 이야기가 풀려 나올까. ‘계절 쓰기’는 그런 물음에서 착안한 의미 있는 기획이다. 번역가, 시인, 소설가, 식물학자, 인류학자 등 여러 직군의 필자들이 느낀 계절에 관한 인상을 모았다. 다양한 직업군만큼 계절에 접근하는 방식도 다채로운데, 소설가는 어느 여름 머문 장소의 이름 뜻을 궁금해하고, 식물학자는 자신과 긴밀한 팽나무 한 그루를 기。으로 자신의 모든 역사와 식물분류학적 지식이 발아했음을 고백하며, 르포 작가는 저 먼 역사 속 오지 않는 봄과 세상에 편재한 비극 속에서도 봄이 도래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병치시킨다. 계절을 느끼는 방식뿐 아니라 계절에 접근하는 방법도 해석도 모두 다르다.
책에는 총 여덟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여름을 시작으로 사계의 사이클을 두 번 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나면 두 해가 지나 있는 기분이 들고, 이러한 순환이 우리 삶의 기반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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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끝이 났어도 책 너머의 삶은 이렇게 계속되리라는 예감이다.
번역가 홍한별의 가을 챕터 중 한 대목을 소개한다. 저자는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견해를 소개하며 “우리가 어떤 사실을 정신적으로 지각하면 그것에서 감정이 생기고 육체적 표현이 뒤따르는 게 아니”라는 .에 주목한다. 사고가 선행되어 어떤 결과가 유발되는 것이 아니라 “울기 때문에 슬픔을” 느끼는 것이고 “몸을 떨었기 때문에 무서워”진다는 것. 이를 계절을 느끼는 인간의 마음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까. 이 계절, 지금 당신에게 찾아오는 몸의 변화를 곰곰 들여다보길. 그럴 때 계절은 심리적, 정신적 계절로도 확장된다. 내면과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안희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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