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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정화와 김혜수는 각각 1969년·1970년생으로 환갑이 멀지 않았다. 하지만 두 배우는 대다수 또래보다 젊어 보인다. 직업 특성상 외모 관리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것이 가장 큰 요인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낳지 않아서 덜 늙는 것 아니냐”고 보는 사람도 제법 많다.
최근 방송인 백지연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두 사람의 사진에 달리는 온라인 반응을 언급하며 “‘역시 애를 안 낳아서 안 늙었네’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는 어떨까.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은 실제로 더 천천히 늙을까.
흥미롭게도 이런 속설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달 국제학술지‘노화 기전과 발달(Mechanisms of Ageing and Development)’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은 여성 55만550명이 포함된 29개 연구를 종합해 임신과 출산 등 생식 이력과 생물학적 노화의 관계를 살펴봤다.
이 가운데 출산 횟수와 ‘PhenoAge’라는 후성유전학적 노화 지표를 분석할 수 있었던 여성 4508명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출산이 한 번 늘어날 때마다 PhenoAge로 측정한 생물학적 나이 가속이 평균 0.13년 증가하는 것과 연관이 있었다.
후성유전학적 나이는 실제 나이와 달리 DNA에 붙는 화학적 표지인 ‘메틸화’ 패턴 등을 이용해 신체가 생물학적으로 얼마나 노화했는지를 추정하는 지표다.
하지만 “아이를 낳으면 늙고, 낳지 않으면 젊음을 더 오래 유지한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연구 결과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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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미국 여성 4418명을 대상으로 출산 횟수와 생물학적 노화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폐경 후 여성에서는 둘 사이에 ‘U자형’ 관계가 나타났다. 생물학적 노화가 가장 적었던 사람은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 아니라 3~4명의 아이를 낳은 여성이었다. 아이를 낳지 않았거나 출산 횟수가 많은 양쪽 끝에서 노화 지표가 더 높아지는 형태였다. 폐경 전 여성에서는 출산 횟수와 생물학적 노화 사이에 뚜렷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출산과 노화의 관계가 여성의 생애 단계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폐경 후 여성에서만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이번 연구로 확인할 수 없었다.
올해 7월 국제학술지 ‘npj 에이징(npj Aging)’에 발표된 영국 바이오뱅크 등록자 대상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여성 참가자들의 출산 자녀 수와 허약 위험, 혈액검사를 이용한 생물학적 나이, 뇌 영상으로 추정한 ‘뇌 나이’ 등 여러 노화 지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출산 횟수와 노화의 관계는 단순 비례하지 않았다. 대체로 출산 횟수가 너무 적거나 많은 양쪽보다 중간 정도에서 노화 지표가 낮아지는 비선형 관계가 나타났으며, 자녀가 2~3명인 여성에서 허약 위험과 PhenoAge 및 다른 생물학적 나이 가속, 뇌 나이 차이 등이 낮았다.
그렇다면 왜 연구마다 결과가 다를까.
단서가 될 만한 연구가 있다. 임신 기간에는 생물학적 노화가 빨라지지만 출산 뒤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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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임신이 진행될수록 여러 후성유전학적 노화 지표로 측정한 여성의 생물학적 나이가 증가했다. 임신에 따른 생리적 부담이 일부 노화 지표에 반영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출산 뒤에는 반대 방향의 변화가 나타났다. 임신 기간에 증가했던 후성유전학적 나이가 출산 약 3개월 뒤에는 상당히 낮아졌다. 즉 임신 중 나타난 생물학적 노화 가속이 반드시 그대로 남는 것은 아닐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올해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된 연구는 이를 더 장기간 추적했다. 연구진은 여성 130명을 임신 중·후기부터 출산 6~9개월, 36~43개월까지 관찰하면서 텔로미어 길이와 후성유전학적 나이, 노화 속도 등을 측정했다.
텔로미어는 세포 내 염색체 끝부분을 보호하는 구조로, 세포가 반복해서 분열하고 노화가 진행되면서 。차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출산 초기에는 생물학적 노화가 안정되거나 느려지는 양상이 나타났고 이후에도 지표에 따라 안정되거나 감소하는 변화가 관찰됐다. 다만 추적 기간 다시 임신한 여성에서는 텔로미어가 더 짧았고, 일부 지표에서는 노화 속도가 빨라지는 등 산후 생물학적 노화와 회복 과정이 방해받을 가능성이 나타났다.
이는 임신이 여성의 몸에 상당한 생리적 부담을 주고 일부 생물학적 노화 지표를 높일 수 있지만, 출산 후에는 이러한 변화가 일부 회복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현재까지의 연구만으로 “아이를 낳지 않으면 덜 늙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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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횟수가 많을수록 일부 노화 지표가 높았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오히려 2~4명의 자녀를 둔 여성에서 노화 지표가 가장 낮았다는 연구도 있다. 임신 중 빨라진 것으로 보이는 생물학적 노화가 출산 후 일부 회복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출산 횟수와 노화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 대부분은 관찰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출산 여부와 횟수에는 여성의 건강 상태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환경과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출산 자체가 생물학적 노화를 촉진하거나 막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고 판단하는 ‘동안’과 연구에서 말하는 ‘생물학적으로 젊다’는 것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DNA 메틸화 같은 후성유전학적 지표나 혈액검사 등을 토대로 계산한 생물학적 나이는 신체의 노화 정도를 추정하고 질병과 사망 위험 등과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지표다. 피부 주름이나 탄력, 얼굴 생김새처럼 겉으로 얼마나 젊어 보이는지를 직접 측정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과학적 근거만으로 김혜수나 엄정화가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이유를 출산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
백지연도 해당 영상에서 “사실 출산·결혼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구와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나 하기 나름”이라며 선을 그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016/j.mad.2026.112243
-https://doi.org/10.1038/s42-2
-https://doi.org/10.1038/s40-3
-https://doi.org/10.1016/j.cmet.2024.02.016
-https://doi.org/10.1016/j.isci.2026.116546
회복될 가능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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