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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이 닥친 지역에서는 소녀들이 일찍 결혼하거나 원치 않는 임신, 폭력을 겪는 일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으로 가계 수입이 끊기고 학교도 닫히면서 사회적 보호막이 사라진 탓이다. 올겨울에는 사상 최대급 엘니뇨가 예상돼 이런 위험이 내년까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구호 단체는 "재난이 닥쳐도 교육과 보건 지원이 끊기지 않아야 조혼 같은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5일(현지시간) 국제 구호단체 플랜 인터내셔널이 "기후재난이 닥친 지역에서 소녀들의 조혼과 원치 않는 임신, 폭력 위험이 커진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오는 11일 국제 소녀의 날을 앞두고 낸 '2026 세계 소녀 현황' 보고서 「Change her Forecast」다. 방글라데시, 케냐, 페루, 세네갈, 짐바브웨 5개국의 15~24세 여아·젊은 여성 5000명을 설문하고, 139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응답자 10명 중 9명은 가뭄이나 폭우 등 기후 관련 사건이 가족의 생존과 건강, 생활 안정에 심각한 압박을 준다고 답했다. 36%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18세 미만 결혼이 늘었다고 답했고, 11%는 본인이 18세 전에 결혼했다고 답했다. 원치 않는 임신이 늘었다는 응답은 33%, 직접 겪었다는 응답은 11%였다. 폭력이 늘었다는 응답은 28%였다. 월경 용품을 구하지 못하거나, 안전하게 출산할 병원을 찾지 못하거나, 피임·성병 치료제를 공급받지 못하는 등 임신·출산 및 여성 건강 관련 의료 서비스 가운데 하나 이상을 쓰기 어려워진 소녀가 늘었다는 응답은 76%에 달했다. 가뭄은 가계를, 홍수는 학교를 무너뜨린다 응답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준 재해로 꼽은 것은 폭염과 홍수, 가뭄이었다. 보고서는 재해마다 피해가 오는 경로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홍수는 눈에 보이는 시설부터 망가뜨린다. 길이 끊기고 학교와 보건소가 부서지며, 집이 물에 잠겨 살 수 없게 된다. 소녀들은 학교에 갈 수 없고 보건소를 찾아갈 수도 없다. 가뭄의 영향은 홍수보다 느리지만 매우 강하다. 농지가 마르고 가축이 굶어 죽으면서 가정의 수입이 몇 달, 몇 해에 걸쳐 줄어든다. 식량과 학비를 대기 어려워지면 가정 내 스트레스와 불화도 커진다 바다이야기하는법 . 보고서가 가뭄을 소녀들의 삶에 가장 해로운 재난으로 꼽은 이유다. 소득이 끊긴 가정은 딸의 결혼을 대안으로 떠올린다. 가뭄 피해 지역에서 조혼이 늘었다고 답한 비율은 60%로, 다른 재난을 겪은 지역의 거의 두 배였다. 조혼이 늘어난 이유로는 가정에 돈과 자원이 필요해서라는 응답이 60%, 임신이 58%, 학교 폐쇄와 교육 중단이 47%였다. 구체적인 모습은 나라마다 달랐다. 케냐에서는 낙타와 소 같은 가축이 소득원이자 혼인 때 신부값으로 오가는 재산이다. 가뭄으로 가축이 죽으면 가정은 팔 것도, 다른 수입도 없어진다. 이럴 때 가축을 줄 수 있는 남성에게 딸을 시집보내고 신부값으로 가축을 받아 가계를 다시 일으킨다. 갈갈로(22·가명) 씨는 아버지에게 자신을 대학에 보낼 만큼 팔 가축이 없었고, 그래서 결혼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짐바브웨에서는 가뭄이 작물 수확과 가계 수입을 앗아가 학비와 식비를 대기 어려워진다. 이때 소녀들은 먹을 것과 돈, 생필품을 얻으려고 나이 많은 남성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 체나이(21·가명)는 가뭄이 오면 가족이 재산을 잃고, 소녀들은 추가 수입을 얻으려 관계를 맺는다고 답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휴교가 직접 원인이었다. 타히라(23·가명)는 2024년 홍수로 학교가 한 달 가까이 문을 닫았고, 그사이 많은 가정이 집에 있는 딸을 결혼시켰다고 전했다. 폭력 또한 늘어났다. 조사 참여자들은 폭력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압박을 꼽았다. 생활이 어려워지면 소녀들이 돈이나 음식을 얻으려고 나이 많은 남성과 관계를 맺게 되고, 그런 관계 속에서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성적 착취'라고 지칭했다. 응답자 중에 미성년자가 있고, 아동은 성을 대가로 한 거래에 동의할 수 없어서다. 폭력이 늘었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 66%가 이 。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폭력이 늘었다는 응답은 짐바브웨가 60%로 가장 높았고 케냐가 34%였다. 가뭄 피해 지역은 48%로, 다른 재해를 겪은 지역의 25%와 큰 차이가 났다. 재난 뒤 대피소도 안전하지 않았다. 릴게임바다이야기 디야(17·가명)는 2022년 방글라데시 홍수 때 학교로 대피한 여성들이 상당수 성희롱을 당했다고 말했다. 학교는 보호 장치이기도 했다. 기후재난으로 학교가 닫히면 수업만 끊기는 게 아니라 여성 건강·임신출산 정보와 또래 지원, 일상적인 감독도 함께 사라진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학업이 끊긴 소녀가 18세 전에 결혼하거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소녀의 두 배였다. 소수집단 여아는 서비스 이용이 어려웠다는 응답이 두 배 많았고, 원치 않는 임신을 보고한 비율은 거의 세 배였다. 보고서는 설문 방식 조사의 한계를 메우기 위해 통계 분석을 함께 진행했다. 52개국 460여 개 지역에서 1990~2019년 실시한 인구보건조사 자료, 약 290만 명의 기록으로 가뭄과 홍수, 폭풍이 어린 나이의 결혼·동거, 배우자나 연인에게 당하는 폭력, 피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폈다. 결과는 설문과 같았다. 가뭄이 길게 이어진 곳일수록 어린 나이에 결혼하거나 동거하는 소녀가 많았고, 농촌에서 특히 심했다. 학교에 오래 다닌 소녀일수록 조혼과 배우자·연인 폭력을 겪을 가능성이 낮다는 。도 확인됐다. 역대급 엘니뇨에 기후재난 우려 커져… 영향 최소화 하려면? 보고서가 지목한 가뭄과 홍수는 앞으로 더 잦아질 수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지난달 발표에서 올가을과 겨울 사이 '매우 강한'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을 90% 이상으로 내다봤다. 10~12월에는 1950년 이후 관측된 어떤 엘니뇨보다 강한 사상 최대급 사건이 될 확률도 75%로 제시했다. 태평양 적도 해역의 바닷물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인 엘니뇨는 지역에 따라 가뭄과 폭우를 부른다. 보고서 조사국 중 짐바브웨가 속한 남부아프리카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우기에 강수 부족과 폭염이 우려된다. 페루는 1997~98년과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엘니뇨가 북부 해안을 덮칠 것으로 예상돼, 보고서에 조사지로 포함된 피우라 일대 같은 북부 지역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가뭄이 조혼을, 홍수가 휴교를 부른다는 전형적 위기상황이 올겨울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52개국 분석의 결론을 이렇게 정리한다. 골드몽사이트 재해가 소녀의 조혼과 출산 시기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가뭄과 그에 따른 경제적 압박을 거쳐 나타나고, 학교에 머물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보호 수단이라는 것이다. 권고는 세 갈래다. 먼저 학교다. 기후 충격 속에서도 수업이 이어지도록 필요하면 온라인·오프라인 원격 학습을 마련하고, 재난 뒤 학교를 그만둔 소녀를 찾아 다시 등록시킨다. 포괄적 성교육도 여기에 포함한다. 다음은 돈이다. 기후·인도주의 재원 가운데 일정 몫을 여성 건강·임신출산 보건에 따로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지원한다. 재난 구호품에 피임 도구와 월경용품도 넣는다. 마지막은 가정 경제다. 식량 공급과 현금 지원 같은 사회보호 장치를 재난 전에 마련해, 가정이 딸을 결혼시키는 선택으로 몰리지 않게 한다. 효과를 가늠할 사례도 소개했다. 영국 정부가 재원을 댄 짐바브웨의 SAGE(청소년 여아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다. 11개 지역의 소외 여아 1만3400여 명이 88개 지역 학습 거。에서 공부했다. 참가자의 77% 이상이 정규 교육이나 직업훈련, 일자리로 이어졌고, 75% 이상은 읽기·산수 실력이 늘었다. 가뭄과 경제 불안, 코로나19가 겹친 때에도 가정 학습과 소그룹 수업, 왓츠앱 원격 지원으로 운영을 이어갔다. 국내 기후재난도 교육·돌봄 공백 국내에서도 시간당 100mm 이상 폭우나 대형 산불 등 과거에는 없던 형태의 기후재난이 잦아지고 있다. 위 다섯 국가의 사례처럼 조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미하겠지만, 재난으로 인해 아이들이 교육과 돌봄에서 밀려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국내 어린이 기후난민을 추적한 본지의 '기후가 쫓아낸 아이들' 기획에서 조명한 국내 피해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침수가 되풀이된 당진에서는 학교가 조기방학에 들어가며 돌봄 공백이 생겼고, 폭우로 고립된 산청의 학생들은 재난 뒤 심리 지원을 받지 못했다. 산불 뒤 폭우가 이어진 의성의 대피소 현황표에는 아동이 따로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재난이 잦아지는데도 아이들을 염두에 둔 대비는 아직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학교가 멈추면 수업뿐 아니라 보호와 돌봄도 함께 끊긴다는 보고서의 지적은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8월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재난 직후 개입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ffc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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