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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이 지난달 16일 서울에서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열었다.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과의 협력을 정상급으로 제도화하고 교류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한자리에서 정상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상욱 알마티고려문화원장은 이 가운데서도 카자흐스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카자흐스탄으로 간 뒤 31년째 현지에서 살아온 김 원장은 최근 <유라시아의 심장 카자흐스탄>을 펴냈다. 책에는 유목민의 역사에서 러시아 제국과 소련 시기를 거쳐 독립국가가 된 카자흐스탄의 역사와 문화, 경제와 산업 형태, 고려인의 삶 등이 담겼다.
그가 30년 넘게 현장에서 바라본 카자흐스탄은 어떤 나라일까. 한국은 왜 지금 카자흐스탄에 주목해야 할까. 9월 21일 오전 10시 경남도민일보 3층 스튜디오에서 김 원장을 만나 카자흐스탄의 가치와 가능성,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들었다.
유라시아의 심장, 카자흐스탄
김 원장은 카자흐스탄을 '유라시아의 심장'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지리적으로 대륙 한가운데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카자흐스탄은 면적 약 272만㎢로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나라다. 흔히 중앙아시아 국가로 인식되지만 국토 일부는 유럽에 걸쳐 있다.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의 심장입니다. 실제로 유라시아 대륙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고요. 단순히 가운데 있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세계사의 변화에 기폭제나 촉매제 역할을 해왔던 지역입니다."
풍부한 지하자원도 카자흐스탄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석유와 우라늄을 비롯해 각종 금속과 희귀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멘델레예프 주기율표에 나오는 거의 모든 원소에 해당하는 광물이 카자흐스탄에 있습니다. 우라늄의 경우 세계 최대 생산국이고, 텅스텐을 비롯한 여러 광물의 매장량도 상당합니다. 자원의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많습니다."
한국 기업의 카자흐스탄 진출은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활성화로 투자와 진출도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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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5일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카자흐스탄의 풍부한 핵심광물과 한국의 가공·제조기술을 연계해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카자흐스탄이 단순히 핵심광물의 원료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기술과 가공·제조 역량, 첨단산업을 유치해 서로 윈윈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했습니다. 앞으로 한국과의 관계는 한층 긴밀해질 겁니다. 광물을 단순히 확보하는 관계를 넘어 첨단기술을 함께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에 정착하다
김 원장이 카자흐스탄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이다.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던 중 알마티국립대학교 한국어 교원 모집 공고를 접했다. 공모에 선발돼 카자흐스탄으로 건너가 조선어과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카자흐스탄국립대학교 한국학과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쳤다. 1999년에는 <한인일보> 창간에 참여해 고려인과 현지 한인사회의 소식을 국내외에 알려왔다. 고려인협회 상무위원과 경상남도 해외통상자문관 등으로 활동했으며, 2023년에는 카자흐스탄 민족회의로부터 한인 최초의 한·카자흐스탄 친선대사로 임명됐다. 현재 알마티고려문화원장으로 한국과 카자흐스탄을 잇는 문화교류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대학 시절부터 싹텄다. 대학 3학년이던 1988년 무렵 소련에서는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개방을 내세워 개혁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해 서울올림픽에는 소련 선수단도 참가했다. 김 원장은 폐쇄적인 공산주의 국가로만 알고 있던 소련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호기심이 커졌다.
"공산주의 국가인데 개혁·개방을 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도대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사회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가 엄청 궁금했습니다. 그때 생긴 궁금증이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었던 거죠."
당장 소련이나 중앙아시아로 떠날 형편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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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995년 알마티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교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접했다. 오래 품었던 궁금증을 직접 확인해 볼 기회라고 생각해 주저하지 않고 지원했다.
"물론 31년 동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간 건 아니었어요. 외국인 교수는 2년마다 계약을 연장했거든요."
몇 년으로 생각했던 체류는 31년으로 이어졌다.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뒤에야 그는 현지에 많은 고려인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 고려인 동포들과 인연을 맺고 현지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카자흐스탄은 잠시 머무는 곳에서 삶의 터전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고려인 동포 사회에 대해서도 자세히 모르고 갔습니다. 가서 고려인 동포들을 알게 되고 좋은 친구와 좋은 분들을 만났죠. 그러다 보니 2년이 4년이 되고, 4년이 8년이 되고, 그렇게 지금까지 31년을 살게 됐습니다. 아무리 주변 환경이 좋아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지 않겠습니까?"
고려인 강제이주 90주년
고려인의 러시아 이주사는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60년 베이징조약으로 러시아가 연해주를 차지한 뒤 조선인들이 두만강을 건너 이주하기 시작했다. 초기 이주민 대부분은 생활고를 피해 새로운 터전을 찾은 농민들이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에는 독립운동가와 의병들이 연해주로 모여들면서 이 지역이 항일독립운동의 주요 거。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극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고려인의 처지도 달라졌다. 소련은 일본의 첩자 침투 가능성을 이유로 극동 지역 고려인 이주를 추진했고, 1937년 8월 중앙아시아 강제이주를 결정했다. 그해 약 17만 2000명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옮겨졌으며, 이 가운데 약 9만 5000명이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했다.
2027년은 고려인 강제이주 90주년이다.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알라타우 신도시에 조성 중인 'K-파크'다. 약 10㏊ 규모 부지에 고려인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과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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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전 연해주에서 강제이주해 온 우리 동포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며 따뜻하게 받아준 카자흐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는 공간입니다. 고려인의 전통과 역사를 볼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알리고 교류할 수 있는 여러 시설도 함께 들어섭니다."
알마티고려문화원도 90주년을 맞아 별도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젊은 고려인들이 선조들의 강제이주 역사를 직접 따라가 보는 여정이다. 90년 전 고려인들이 열차를 타고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왔던 길을 후손들이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제가 늘 강조하는 게 우리 동포 차세대와 청년·청소년들이 할아버지 세대의 역사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90년 전 우리 할아버지 세대가 열차를 타고 중앙아시아로 왔던 그 길을 거슬러 올라가 보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동하면서 연해주에서 살았던 고려인들의 삶과 독립운동, 할아버지·할머니 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한국의 근현대사와 문화에 대한 강의도 들을 계획입니다."
쉽고 가깝게 이해하는 카자흐스탄
김 원장은 이 책을 통해 한국 독자들이 카자흐스탄을 좀 더 쉽고 가깝게 이해하기를 바랐다. 물리적으로는 그리 멀지 않지만 한국인들에게 카자흐스탄은 여전히 낯선 나라라는 생각에서다.
"한국 독자들에게 카자흐스탄은 아직 심리적으로 먼 나라입니다. 한국에서 미국까지 비행기로 12~14시간 정도 걸리지만 카자흐스탄은 절반 정도인 6시간이면 갈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미국보다 훨씬 가까운데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멀죠. 그래서 카자흐스탄을 재미있고 쉽게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습니다. 그렇게 알게 되면 카자흐스탄도 좀 더 가까이 느껴질 테니까요."
김 원장은 카자흐스탄을 이해하는 일이 결국 한국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변 강대국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역사와 지정학적 환경 등 닮은 지.을 통해 한국의 모습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을 잘 이해하다 보면 카자흐스탄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모습도 비춰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이 거기까지 나아가 우리나라의 모습도 다시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 썼습니다."
의 근현대사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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