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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인간을 구원하지 않는다. 한 남자가 도끼를 들고 있다. 그런데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살인이 아니다. 음악이다. 패트릭 베이트만은 휴이 루이스 & 더 뉴스의 음악에 대해 제법 진지하게 설명한다. 마치 음악 평론가라도 된 듯 앨범과 음악적 특징을 이야기한다. 그러고는 음악을 틀고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그 뒤에는 오디오 시스템이 놓여 있다. 하만 카돈 HK-725 프리앰프와 HK-770 파워앰프, HK-EQ7 이퀄라이저, HK-440XM 카세트 데크, 파이오니어 PD-4300 CD 플레이어. 그리고 KEF Reference 105/3.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기묘한 장면 가운데 하나다. 보통 영화에서 음악은 감정을 설명한다. 슬픈 장면에는 슬픈 음악이 흐르고, 긴장된 장면에는 불안한 음악이 흐른다. 음악은 관객에게 화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정반대다. 음악은 지나치게 밝고 경쾌하다. 리듬은 정확하고 분위기는 세련됐다. 그런데 그 음악을 듣고 있는 인간은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아름다운 음악과 잔혹한 인간이 한 장면 안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오디오가 있다. 그는 음악을 안다 패트릭 베이트만은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음악을 아는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다. 그는 뮤지션을 알고, 음반을 알고, 음악의 스타일을 설명할 줄 안다. 자신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음악을 감상한다. 아무 음악이나 배경처럼 틀어놓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듣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의 취향은 옷차림과 마찬가지로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 좋은 수트, 좋은 레스토랑, 좋은 아파트, 좋은 오디오. 그가 사는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취향이자 신분이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도구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를 세련된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골드몽사이트 . 그런데 영화는 곧 그 생각을 뒤집는다.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는 능력과 아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은 아무런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좋은 음악을 듣는다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소리를 구별한다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도 아니다. 문화적 세련됨과 인간적 성숙함은 전혀 다른 영역일 수 있다. 베이트만의 문제는 음악을 모른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는 음악을 너무 잘 안다. 그런데도 인간은 모른다. 레퍼런스 그의 시스템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KEF다. KEF Reference 105/3. 오디오를 조금이라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Reference’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를 알고 있다. 레퍼런스. 기준이다.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비교하기 위한 기준이다. 오디오에서 레퍼런스는 중요한 단어다. 어떤 소리가 정확한가, 원음에 가까운가, 무엇이 더 자연스러운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리를 비교한다. 저 스피커보다 이 스피커가 낫고, 저 앰프보다 이 앰프의 음색이 좋고, 어떤 시스템은 해상도가 뛰어나고 어떤 시스템은 음악성이 좋다고 말한다. 좋은 소리와 나쁜 소리를 가르는 기준을 만든다. 그런데 <아메리칸 사이코>를 보고 있으면 ‘Reference’라는 단어가 묘하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패트릭 베이트만의 삶 역시 온통 기준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어떤 옷이 더 좋은가. 어떤 레스토랑이 더 고급인가. 어떤 아파트가 더 세련되었는가. 어떤 명함이 더 완벽한가. 어떤 음악을 알고 있어야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가. 그에게 세상은 끊임없이 비교되는 대상이다. 더 좋은 것과 더 나쁜 것, 더 비싼 것과 덜 비싼 것, 더 세련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골드몽릴게임 KEF에게 Reference가 소리의 기준이라면, 베이트만에게 Reference는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간은 스피커가 아니다. 인간에게는 주파수 응답 특성도, 왜곡률도, 신호 대 잡음비도 없다. 무엇보다 인간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그래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베이트만은 인간마저 하나의 제품처럼 바라본다. 그 순간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가격과 외형, 취향과 지위로 평가되는 하나의 상품이 된다. 어쩌면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무서운 것은 살인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세계다. 반듯한 인간 그리고 음악이 시작된다. 휴이 루이스 & 더 뉴스의 ‘Hip to Be Square’. ‘Square’는 반듯하고 규격에 맞으며, 사회적으로 무난하고 정상적인 것을 연상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베이트만은 ‘Square’라는 단어의 역설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양복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하고, 몸을 관리하고, 고급 아파트에서 살며, 좋은 오디오를 갖고, 유행하는 음악을 듣는다. 그는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의 모범 답안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정상성의 외피 안에서 살인이 벌어진다. 음악은 밝고 경쾌하다. 그는 음악을 설명한다. 그리고 도끼를 든다. 이 장면에서 음악은 더 이상 배경음악이 아니다. 오히려 화면을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얼마나 쉽게 연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베이트만은 정상적인 인간처럼 보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인간이 되는 데는 실패한다. 어쩌면 이것이 <아메리칸 사이코>라는 제목의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인지도 모른다. 그는 특별히 괴상한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카카오야마토 오히려 너무나 평범하고, 너무나 세련되고, 너무나 정상적으로 보인다. 광기는 때로 비정상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얼굴을 빌려 나타난다. 그래서 이 음악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화면 속 인간과 음악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서, 오히려 그 인간의 본질이 더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밝고 경쾌한 음악이 흐를수록 화면 속 폭력은 더욱 기괴해진다. 음악은 폭력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폭력과 아무 상관이 없는 듯 흘러간다. 바로 그 무심함이 장면을 더욱 잔혹하게 만든다. 음악은 무엇을 구원하는가 우리는 음악에 대해 많은 것을 믿는다. 음악은 사람을 위로한다고 믿는다. 상처를 치유한다고 믿는다. 마음을 움직이고, 때로는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든다고 믿는다. 실제로 그런 순간이 있다. 한 곡의 음악이 오래된 기억을 불러내기도 하고, 어떤 연주를 듣다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경험하기도 한다. 음악은 분명 인간의 내면 깊숙이 들어온다. 하지만 음악이 인간을 반드시 더 나은 존재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아메리칸 사이코>는 그 사실을 아주 잔인하게 보여준다. 베이트만은 음악을 듣는다. 좋은 음악을 알고 있다. 좋은 오디오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를 좋은 인간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오디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조금 불편한 질문 하나가 생긴다. 우리는 왜 좋은 소리를 원하는가? 더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좋은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인가. 오디오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음악보다 소리에 집중하게 될 때가 있다. 해상도가 얼마나 좋은가. 저음이 얼마나 깊은가. 무대가 얼마나 넓은가. 보컬의 위치가 얼마나 정확한가. 악기의 질감이 얼마나 사실적인가. 이 모든 것은 분명 중요한 즐거움이다. 그러나 음악을 듣는 일과 소리를 분석하는 일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릴게임야마토 그리고 좋은 소리를 듣는 일과 좋은 인간이 되는 일은 더더욱 다르다. 이 둘을 혼동할 필요는 없다. 소리는 인간을 재현하지 않는다 오디오에서 중요한 단어 가운데 하나는 ‘재현’이다. 녹음된 음악을 얼마나 정확하게 재현하는가. 원음에 얼마나 가까운가. 악기의 음색을 얼마나 충실하게 표현하는가. 공간과 다이내믹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되살리는가. 좋은 오디오는 결국 녹음된 음악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라도 인간의 진실까지 재현할 수는 없다. 파이오니어 CD 플레이어는 기록된 음악을 읽는다. 하만 카돈 앰프는 신호를 증폭한다. 그리고 KEF는 소리를 재현한다. 그러나 그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지,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다루는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사랑하는지는 오디오 시스템의 영역이 아니다. 스피커는 음악을 재현할 수 있지만 인간을 재현하지는 못한다. 이 문장이 어쩌면 오디오파일이 이 영화를 바라보는 가장 흥미로운 출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소리의 진실에는 놀라울 정도로 집요하다. 조금 다른 음색도 구별하고, 작은 노이즈도 찾아내고, 악기의 위치가 몇 센티미터 달라진 것 같은 느낌까지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작 인간의 진실에는 얼마나 무심한가. 우리는 음악 속 아주 작은 소리는 그렇게 잘 들으면서, 눈앞의 인간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는 얼마나 무심한가. 물론 영화가 오디오를 통해 이런 질문을 직접 던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좋은 영화는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관객의 머릿속에서 계속된다. 그리고 그때 영화 속의 사물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다시, 음악으로 영화가 끝나면 패트릭 베이트만은 사라진다. 도끼도 사라지고, 아파트도 사라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억에 남는 것은 그 공간에서 흘러나오던 음악과 스피커다. KEF는 그저 음악을 재생했을 뿐이다 게임몰릴게임 . 하만 카돈도 그저 신호를 증폭했을 뿐이다. 파이오니어도 CD에 담긴 음악을 읽었을 뿐이다. 휴이 루이스 & 더 뉴스의 음악 역시 아무것도 몰랐다. 음악에는 죄가 없다. 스피커에도 죄가 없다. 문제는 그것을 듣고 있던 인간이었다. 그래서 <아메리칸 사이코> 속 KEF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좋은 스피커는 더 많은 것을 들려준다. 음악 속에 숨어 있던 작은 소리를 발견하게 하고, 악기의 질감을 느끼게 하고, 녹음 공간의 깊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마음까지 더 깊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좋은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은 우리를 위로할 수 있지만, 우리가 반드시 타인을 이해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음악을 듣는 것도 인간이고, 오디오를 사용하는 것도 인간이다. 그리고 그 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느끼는지는 스피커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오디오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를 더 좋은 인간으로 만드는 데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것. 그리고 그 소리를 듣는 동안 잠시라도 우리가 누구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KEF는 아름다운 음악을 재생한다. 음악은 정확하게 흘러나오고, 리듬은 경쾌하며, 소리는 매혹적이다. 그러나 그 앞에 앉아 있는 인간은 아름답지 않다. 그것이 이 영화가 음악과 오디오에 남기는 가장 잔인한 역설이다. 좋은 소리를 듣는다고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계속 들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음악이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듣는 동안 적어도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위해서다. 나는 지금 무엇을 듣고 있는가. 그리고 더 어려운 질문 하나. 나는 어떤 인간으로서 이 음악을 듣고 있는가. 영화가 끝난 뒤에도 KEF는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다시 음악이 흐른다. 이번에는 도끼가 아니라 음악만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 오디오 평론가 코난 보인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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