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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한미동맹을 확고히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전제한 가운데 중국·일본·러시아가 얽힌 지역 질서 안에서 한국이 독립변수로 서겠다는 적극적인 선언이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표방했다. 겹치는 지.이 많지만 결이 꼭 같지도 않다.
두 구상 혹은 전략은 공히 한미동맹 강화를 전제하되 지나친 대미 의존도 탈피와 자율성 확대라는 문제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공히 역내 혹은 글로벌 질서가 요동치는 상황을 능동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공히 제도화 없이는 정권과 함께 소멸할 가능성 혹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국익 중심 실용외교는 언뜻 이념적 지향의 바깥에 있고 몰가치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한미동맹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무한 쟁투와 난맥상을 감안하면 정치적 이해관계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음은 분명한 현실이다.
다만 두 구상 혹은 전략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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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균형자론은 동북아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자임하는 적극적인 비전(역할론)인 데 비해 실용외교는 국익에 따라 사안별로 판단하는 의사결정 원칙(방법론)에 가깝다. 실용외교는 동북아 균형자론이 역량과 기대 사이의 간극 비판에 시달리다 소멸한 것과 다른 입지를 갖고 있지만, 재편되는 글로벌 질서 안에서 어떤 포지션을 지향하는지는 사실상 공백이다. 현실적으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국제 질서의 변화 속에서 능동적인 역할보다 수동적·방어적인 입장에 머물러 있다.
지난 1년여간 실용외교는 한미관계의 안정적 유지와 한중 및 한일관계 복원이라는 성과를 냈고, 다양한 다자협력 틀과의 접。도 넓혀왔다. 하지만 격변하는 국제 질서의 현실과는 다소 다른 궤도에서 개별 성과를 축적하는 건 한계가 분명하다.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용외교가 공식 전략문서로 응축되고 전담 조직을 갖춘 국가전략이라기보다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에 머물러 있는 건 표면상으로만 그런 게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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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엔 동북아 균형자론의 토대를 제공한 동북아시대위원회가 대통령 자문기구에 머물다 보니 정권 교체와 함께 비전 자체가 소멸했던 전철을 밟을까 하는 우려가 담겨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가야 할 길은 균형자론의 적극성과 실용외교의 신중함 사이의 중간 지.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새로운 대통령 직속 위원회보다 헌법기관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안에 전략기획 전담 조직을 신설해 ‘옥상옥’ 비판을 피하면서도 중장기 연구·기획 기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2004년 이후 역대 정부가 관행적으로 정책 홍보물처럼 여겨온 ‘국가안보전략서’의 발간 정례화와 국회 보고 의무화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전략서는 특히 각 정부가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넓은 범위의 ‘운용’ 층위와 보다 높은 수준의 정치적·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좁은 범위의 ‘원칙’ 층위로 이원화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외교안보 전략의 뼈대를 유지해야 한다. 실용외교가 지금처럼 원칙 수준에서 개별 정책의 가이드라인 정도로 기능한다면 정권 교체 이후 조용히 지워질 수사 이상일 수 있으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01225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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