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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10 06:48 조회 39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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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좋아하는 1인 성호철입니다. 실리콘투라는 회사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안다’고 하면, K뷰티 비즈니스를 좀 아는 겁니다. 이번주 쫌아는기자들의 실리콘투 김성운 창업자 인터뷰는 ‘물건 팔 때’ 겉멋보다 실질(또는 본질)을 아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그 날것 스토리입니다.
실리콘투는 한국 화장품을 사입해 해외 바이어에게 파는 유통 회사입니다. 간단하죠? 하지만 이 회사의 숫자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올해 예상 매출은 약 1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2900억원입니다. 시가총액은 2조8000억원 안팎입니다. 작년 매출은 1조1163억원입니다. 작년 한국 화장품 수출은 17조원입니다. 예컨대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과 같은 화장품 대기업을 빼고, 중소 화장품 회사의 수출만 놓고 보면 열 개 중 두 개를 실리콘투가 대신 팔아줬다는 계산입니다.
해외 소비자들이 열광한 화장품 브랜드 ‘조선미녀’는 꽤 알려졌지만, 실리콘투는 무명에 가깝습니다. 실리콘투의 김성운 창업자는 “하이브는 몰라도 BTS는 알고, SM은 몰라도 소녀시대는 안다”며 “누구나 다 BTS가 되려고 하면 소는 누가 키우겠나”라고 합니다. 2002년 자본금 400만원으로 설립된 실리콘투는 본래 ‘메모리 반도체 현물 매매’ 회사였습니다. D램을 대량으로 사뒀다가 휴대폰 제조사나 PC 제조사 등에 그날의 시세로 되파는 회사입니다. 아이폰 등장 이후, 2012년 화장품으로 갈아탔습니다. 김 대표는 ‘메모리’에서 ‘화장품’으로 종목은 바꿨지만, 25년간 물건을 사고파는 일만 무한 반복한 인물입니다. 메모리 반도체와 화장품 유통의 공통。을 묻는 질문에는 “핵심 경쟁력은 재고”라는 게 그의 대답입니다.
-실리콘투는 ‘인디 브랜드의 화장품 물량을 왕창 매입해 해외에 되파는 회사’입니다. 누구나 생각할 법한, 쉬운 비즈니스 모델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와,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도 우리 비즈니스 모델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힘들더라고요. 25년간 유통을 해왔습니다.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을 25년 동안 무한 반복했던 게 제가 했던 일이었던 거죠. 실리콘투의 비즈니스 모델은 말 그대로는 한국 브랜드들의 제품을 사입해 해외 바이어들에게 전달하는 유통업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면 이 비즈니스를 빌드업했던 스토리부터 말씀드려볼게요.”
-월마트와의 ‘첫 미팅’이 특이했다고?
“월마트의 첫 질문요. ‘현금 300억원이 있느냐’였어요. 당시 달러로 3000만달러 정도였을 거예요. 월마트가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 리테일러 입장을 이해해야 해요. 월마트 입장에선 잘 팔리는 제품을 끊임없이 공급받고 싶은데, 지금 자기 앞에 앉은 벤더가 그 정도 자금력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죠.”
“과거에 K뷰티가 좋았음에도 실패했던 이유가 그거예요. K뷰티 벤더들이 월마트에 와서, ‘이 물건이 좋으니 팔자’고 했는데, 막상 월마트가 발주하면 초도 물량은 두 달 뒤에 들어와요. 그러고 잘 팔려서 월마트가 재발주해도, 또 마케팅 행사를 하고 싶어도, 당시 K뷰티 벤더들은 서포트가 안 됐어요. 기본적으로 일정 재고를 보유하고 정상적인 로컬 비즈니스를 해야 가능한데, 당시엔 그냥 (월마트의) 오더 받아서, (한국 화장품 제조사에) 오더 내고, 물건 들어오면 납품하는 역할만 했어요.”
-말하자면 보따리상 수준이었네요.
“맞습니다. 대형 리테일러들을 만족시키기는 힘든 사업 구조였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두 번째가 영국의 부츠 같은 리테일러가 저희를 찾아와서 거래하자고 해서 또 물어봤어요. ‘너네 주위에 K뷰티 공급하고 있는 벤더가 엄청 많지 않느냐’ 했더니 부츠가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그들은 정상적인 서포트를 못해. 우리가 원하는 걸 해줄 수가 없어.’라고. 그래서 ‘한번 해봅시다’ 해서 거래한 지 지금 1년 반 정도 됐는데, 지금 부츠로 들어가는 K뷰티의 80%를 저희가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금력과 물류 인프라, 인력, 오퍼레이팅, 소싱, 수요 예측 등이 종합적으로 한 플랫폼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느 개인이 하기에는 힘든 사업 구조인 것 같아요.”
-한국 화장품에 대한 해외 리테일러의 분위기는 어때요?
“해외 메이저 리테일러들은 전부 K뷰티에 러브콜을 보내는 분위기입니다. 생각하는 이상입니다. 예컨대 월마트 대표가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그러고 있고요. K뷰티 때문에요. 수급이 안 되고 있어요. K뷰티 브랜드들이 ‘세포라는 들어가도 월마트는 공급 안 해’라니까요. 월마트가 거절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프랑스의 카르푸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르푸도 지금 공급이 잘 안 돼요. 근데 그들은 간절히 원하거든요. 두 군데만 얘기 드렸지만 다 마찬가지인 상황이에요. 아마 K뷰티는 소비재 시장을 장악할 것 같아요. 장악을 하고 나면 트렌드가 꺼지더라도 수요는 계속되지 않을까.”
-본래 반도체를 유통하다가, 2012년에 화장품을 시작했죠. 왜 ‘화장품’이었나요?
“그 당시 반도체 (유통) 비즈니스가 끝물이었어요. 신규 비즈니스를 찾다 보니 중국 쪽에서 한류를 등에 업고 K뷰티 비즈니스가 굉장히 좋을 거라고 하는 예측이 가능한 시기였고요. 그때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나는 사고파는 건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죠.”
“항상 비즈니스에 들어갔을 때 보는 대목은 ‘내 경쟁자가 누구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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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화장품을 수출하는 업체들, 그것을 팔고 있는 현지 유통상들이 포괄적으로 경쟁자인데, 보니까 굉장히 미성숙한 상황이었어요. 한국 화장품 회사들은 해외에 팔려는데 팔 수 있는 루트가 없었어요. 화장품은 화곡동이라는 곳에 도매상들이 모였는데, 대부분 돗자리 장사들에게 물건을 파는 정도였어요. 당시만 해도 제도화되지 않아, 절반 이상은 알음알음 하는 거래들이었어요. ‘아, 내가 이걸 비즈니스화하면 뭔가 재밌는 일이 벌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 그게 첫 번째였어요. 경쟁자들의 비즈니스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저걸 정규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스타트를 했던 거고요.”
-처음엔 중국이었죠?
“중국은 당시 따이공한테 팔거나 물건을 수출했죠. 그때 시도한 건 홍콩의 중국 보더 지역에 창고를 하나 구해서 홍콩까지 물건을 정상적으로 보내고 거기서 중국으로 판매하는 방식이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정상적인 방법이었으니까. 중국 본토로 파는 건, 당시 저한테는 불가능했었거든요. 그러다 중국 경쟁자들이 굉장히 크게 성장하는 걸 보고, 중국 시장은 더 이상 내가 할 수 없겠다고 생각해서 철수했습니다.”
-중국 포기하고는 미국으로?
“예. 두 가지 방식으로 진출했죠. 우선 미국에 지사를 설립했어요. 사실 무작정 설립했던 겁니다. 미국 현지 가서 느낀 게, 정상적으로 화장품을 수입하는 미국 측 수입상이 없다는 판단이었고요. 또 한국 화장품을 알리는 포털 사이트가 없었기에 ‘스타일코리안닷컴(stylekorean.com)’이라는 B2C 역직구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B2C 고객들에게 온라인으로 홍보를 하고,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제가 직접 수입상이 돼서 물건을 보내 현지에서 직접 영업을 해봤는데, 굉장히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더라고요.”
“미국 현지 바이어들한테서 전화가 엄청 많이 왔어요. 그들은 ‘너희 정말 재고를 가지고 있느냐’라며, 사무실을 방문했어요. 재고 확인하곤 만족하면서 물건을 사 갔죠. 그때 알았죠. 이때까지 미국 수입상들은 판권만 가지고 영업을 했던 거예요. 아무도 리스크 테이킹을 안 하려는 시장이었던 거예요. 오더를 받고 한국으로 오더를 내고, 물건이 미국으로 가는데 서류 작업과 행정 작업만 기본 두 달이에요. 그런 상황이니, 한국 화장품이 확산되긴 쉽지 않죠. 수요가 발생했는데 실제 물건 공급까지 두 달, 세 달이라는 시간 격차가 걸리는 거죠.”
“물론 (재고로 확보할) 물건을 함부로 보냈던 건 아니고요. 스타일코리안닷컴이라는 B2C 사이트를 운영하니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고객 수요를 확인한 제품들을 미국 현지 창고에 갖다 놓았고, 그런 확인된 제품들을 현지 바이어들이 손쉽게 사갔죠. 그게 시작이었죠. 2016년, 17년 정도입니다. 거기서부터 지사 모델을 하나씩 확장했죠. 인도네시아에, 유럽에도 지사를 냈고요. 현재 설립 지사는 17개고, 물류 창고와 현지 직원을 채용해 피지컬하게 운영하고 있는 지사가 한 10개 정도. IR 자료상으로 170국에 7500개 거래처와 거래하고 있습니다.”
◇‘재고는 곧 현금이다’ 25년 유통맨의 재고론
-해외 현지 창고에 재고를 떠안는 건 굉장한 리스크잖아요? 지금도 실리콘투가 이런 리스크 탓에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와요.
“맞습니다. 수요 예측과 트렌드에 대한 자신감, 판매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건데요. 그런 우려의 근거는 딱 하나죠. ‘월마트가 발주를 하지 않으면 이들은 재고를 안고 쓰러질 것이다’라는 아주 단순한 근거요. 저희가 월마트에 납품하는 제품은 이미 한 달에 10만개의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제품이에요. 월마트의 발주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그 제품을 파는 판매처가 이미 수백, 수천 군데나 돼요. 사실 수요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당장 내일부터 죽지는 않잖아요. 보통 트렌드가 기울려면 최소 3~6개월의 시간을 두고 수요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는데, 내일부터 갑자기 0이 되는 수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규모의 경제와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오더가 왔을 때 공급을 못하는 리스크가 더 크지, 오더가 끊겼을 때는 그 재고를 3~4개월 내에 처분하면 되는 거죠. 현재 재고 턴오버가 한 100일 정도인데, 말하자면 3개월 내에 모든 재고를 처분하는 턴오버인 거예요. 100일이 길어 보이지만 운송 기간이 유럽은 두 달 반이고 미국도 4주, 5주가 걸려요. 운송 기간까지 포함해 100일이니, 긴 턴오버는 아니예요.”
“다들 K뷰티의 재고 위험성을 얘기하지만, 사실 미국에서 잘 팔리는 물건이 유럽에서도 잘 팔립니다. 유럽에서 잘 팔리는 물건이 중동에서도 잘 팔립니다. 극단적으로 최악의 경우에 미국 재고가 안 팔리면 유럽으로 보내면 돼요. 중동으로 보내도 되고 남미로 보내도 되고. 그래서 그런 리스크는 생각보다 작다고 봐요.”
-화장품은 유행을 빠르게 타는 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재고 위험이 매우 큰 품목?
“유행을 극단적으로 많이 타는 제품들이 색조 화장품이에요. 색조 화장품 비율은 매출에서 5% 미만이에요. 이해해야하는게 스킨케어와 색조는 사업 구조가 다릅니다. 스킨케어는 로션, 토너, 에센스, 크림 등 제품 가짓수가 대여섯 가지밖에 안 돼요. 유행의 지속 시기도 굉장히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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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트렌드가 만들어지면 최소 2년에서 3년은 가요. 재구매도 굉장히 많고요. 한 번 써보고 마음에 들면 계속 쓰니까. 근데 색조는 그렇지 않죠. 한 번 쓰고 다음에는 다른 회사 제품을 썼다가, 마음에 들어도 안 살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모든 화장품이) 유행 주기가 짧다는 건 조금 오해예요.”
-반도체 유통에서 배운 재고 관리가 그대로 연결된 건가요?
“그대로 연결됐다고 봐야죠. 유통에서 자금의 힘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유통업체는 대부분 ‘재고 안고 쓰러진다’는 말 되게 많이 하고 저도 그렇게 배웠고. 그래서 재고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현금 잔고가 재고로 변하고, 재고는 사실은 현금인 거죠. 그 재고가 다시 현금이든, 여신이든 둘 중 하나로 변하겠죠. 이게 무한 반복하는 비즈니스거든요. 재고 관리에 대해선 직원들과 많이 싸우죠. 나는 ‘재고 이퀄 돈’이니까. 직원들한테는 그게 재고일지 모르지만.”
-재고 관리의 핵심이 뭡니까?
“수요가 있어서 마진을 남기고 파는 건 쉽습니다. 굉장히 쉬워요. 어려운 건 안 팔리는 물건, 문제가 생긴 물건을 얼마나 손절을 빨리 할 수 있느냐. 그게 재고 관리의 핵심이에요. 주식도 손절매 잘하는 사람이 돈을 번다고 하잖아요. 재고 관리도 마찬가지예요. 돈을 버는 구간은 제가 간섭할 필요가 없어요. 너무 쉬우니까. 바이어들이 오더 줘서 물건 파는 건 관여할 필요가 없어요. 저는 안 팔리는 물건 처리를 봐요. ‘이번 달에 2억 손해 보면 돼? 5억 손해 보면 돼? (그 정도 손해보면) 이 재고를 다 현금화할 수 있어?’라고. 10억짜리 재고를 2억 손해 보고 8억에 팔면 8억이라는 현금이 들어오잖아요. 그 8억으로 잘 팔리는 재고를 사서 10억에 팔면 다시 10억이 돼요. 그러니까 (재고) 8억이 10억이 될 때까지 들고 있는 건 어리석은 일인 거죠.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 손실을 빨리 확정시키는 게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발상이면 화장품이 반도체보다 어렵지 않아요? 반도체는 품목 수가 작으니까.
“근데 메모리 반도체는 오늘 5달러 하던 게 내일 3달러 합니다. 가격이 움직여요. 10달러짜리를 0.6달러에 판 기억도 있어요. 물론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1달러에 사서 15달러에 판 기억도 있죠. 메모리 반도체는 양방향이기 때문에 힘들어요. 살 때도 조심해야 되고 팔 때도 잘 팔아야 돼요. 가격이 움직이기 때문에. 가격이 꺾여 버리면 아무도 안 사요. 더 떨어질 거라 생각하니까.”
“근데 화장품은 가격이 안 움직입니다. 한 방향으로 흘러서 좀 편해요. 바이어들 설득해서 ‘맛있는 물건을 내가 이만큼 줄 테니까 우리 맛없는 물건은 좀 싸게 줄 테니까 같이 가져가’ 하면 딜이 돼요. 반도체는 그렇게 안 되지만, 화장품은 그렇게 돼요. 저희는 재고 현금화하고 다시 좋은 재고 사면 됩니다.”
-재고 리스크에서 창고 운영 부담을 지적하기도 해요.
“저희가 1분기 매출이 3400억이니까 한 달에 1100억 정도 팔았잖아요. 그렇게 팔아 영업이익이 한 600억 났을 텐데, 그 정도를 움직이는 회사에서 창고 비용이 문제가 될까요? 창고 월세 해봐야 5000만원, 1억 정도 되는 금액일 텐데요. 창고는 지금 한국에 총 9000평 정도 되고, 미국이 14만 스퀘어피트니까 5000~6000평, 폴란드가 7000평, 멕시코가 1500평 정도 되고요. 턴오버가 빠르니까 다 쌓아놓고 장사하는 건 아니니까요. 근데 창고는 계속 확장 중에 있습니다. 상시로 모자란 상태인 것 같아요.”
“영업이익률 얘기도 많이 하는데, 저희 영업이익률 안 좋았거든요. 5%, 6%, 7% 이랬는데, 매출이 늘어나면 영업이익률이 같이 늘어나는 케이스예요. 우리가 마진을 많이 보는 게 아니라, 규모의 경제가 되면 영업이익률이 늘어나는 케이스예요. 매출 1000억 할 때는 영업이익률 5~6% 이랬어요. 근데 3000억 하니까 13~15% 되고, 4000억 하니까 20% 되고. 말하자면 신규 경쟁자들이 따라오기 힘든 구조죠. 그들은 매출 10억, 20억부터 시작해야 되는데, (그 구간은) 적자 구조인 거죠.”
◇“핸드크림을 얼굴에 발라도 피부가 좋아질 거야”
-K뷰티가 프랑스에 이은 세계 2위까지 왔어요. 이렇게 짧은 시간에 무슨 힘으로?
“세계에서 대한민국처럼 스킨케어의 기술 혹은 이해도가 성숙된 나라가 없는 것 같아요. 일본하고 우리나라 정도? 외국인들은 화장품 거의 안 쓴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미국이나 영국이나 이 친구들 본래 화장품 안 써요. 여자들도 많이 안 씁니다. 근데 한국 여자분들은 기본적으로 화장품에 대한 이해도가 엄청나게 높아요. 스네일, 콜라겐, 펩타이드, 히알루론산 등 성분 이해도가 기본이에요. 어릴 때부터 (화장품)방판도 많았고 로드숍도 많았고요. 클렌징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요.”
“근데 미국은, 그 친구들이 피부가 안 좋거든요. 왜 안 좋을까요? 마트 가서 이따만한 거 하나 사요. 그걸로 세수하고 나서 얼굴 바르고 자요. 그 정도로 미성숙해요. 그리고 스킨케어를 한다는 게 굉장히 고가였어요. 에스티로더나 랑콤이나 로레알 등 부자들이나 쓰는 게 스킨케어였죠. 근데 가성비를 탑재한 한국식 스킨케어가 들어오니, 그런 외국인 입장에선 살 수 있는 가격대인 데다, 엄청난 즐거움이고, 실제 피부에 도움을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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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국 갔을 때 했던 말이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핸드크림을 얼굴에 발라도 아마 피부가 좋아질 거야. 왜냐하면 그전에 아예 안 발랐으니까.’”
“이 시장을 대한민국이 만들어가고 있는 거고요. 누군가 쓰고 있는 시장에 들어간 게 아니라, 사용하고 있지 않은 시장을 우리가 개척해서 만든 것 같아요. ‘너네 화장품을 사용해야 피부가 좋아져’라는 시그널을 K뷰티가 줬던 것 같아요. K뷰티처럼 고객들의 생활 속으로 가격대와 성분과 다양성을 충족시켰던 건 없는 것 같아요. 브랜드 수가 너무 많고 제품이 과하긴 하지만, 과하다는 건 상당한 재미를 수반하거든요. 지금은 데일리 유즈로, 생활용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말고는 다른 나라엔 중저가 스킨케어 시장이 없었다는 말이네요. 우리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거네요. 여기에 ‘미디어 제작에 강한 한국인 소비자’가 해외 확장의 키였다고?
“이걸 가능하게 만든 게 대한민국의 콘텐츠, 미디어 능력인 것 같아요. 미디어 권력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개인들에게 분배된 상황에서 K뷰티가 파고들었어요. ‘다른 나라도 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얘기도 하지만, 개인 미디어 시장에선 대한민국이 전 세계 최고라고 봐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전쟁에서 한국이 1등이었고, 2010년대 모바일 네트워크에서 최고 속도를 유지했어요. 네트워크가 발달하면 콘텐츠 발달은 필연적으로 따라오잖아요. 다들 영상 만들고 앉아 있으니까.”
“영상 만들고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이 고도화되기 마련이고, 그걸 커머스에 써먹었던 게 2014년부터 한 에이피알이에요. 한국 미디어 커머스의 시초예요. 그 능력이 대한민국이 지금 세계 최고인 것 같아요. 그런 미디어 능력까지 탑재하니,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한국 화장품 쓰라’고 설득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 돼버린 것 같아요.”
-K뷰티가 진짜 프랑스를 잡는 날이 온다고 보세요?
“사실 깜짝 놀랐어요. 우리가 통계상 2등으로 올라섰거든요. 작년 기준 프랑스가 40조, 한국이 17조, 미국이 15조였습니다. 미국을 잡은 거죠. 지금 프랑스 뷰티는 성장을 못 하고 있고요. 유지 내지는 인플레 정도의 성장이라고 봐야 되고. 한국은 해마다 15~20%씩 성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5년, 6년? 무조건 잡는다고 봅니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죠. 케이팝이나 K콘텐츠가 5~6년 동안 충분히 건강해야 된다.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K컬처 앞선에 있는 친구들이 충분히 건강해야 된다는 거죠.”
◇자본금 400만원으로 창업, 한때 반도체 현물 시장 한국 2위
-첫 창업이 2002년, 400만원으로 시작한 반도체 부품 유통이었죠.
“D램, 플래시 메모리 같은 메모리 반도체 유통을 했어요. 현물 시장에서 사고파는 트레이딩을 했었습니다. 반도체 시장은 가격이 굉장히 왔다 갔다 하는 시장인데 한 10년을 했어요. 일 년에 500억까지는 했었어요. 반도체 현물 시장에서는 한국에서 2등이었습니다.”
-창업 당시 스물아홉이었는데 왜 굳이 반도체 유통에 뛰어들었죠?
“그때도 내 경쟁자들을 봤던 것 같아요. 메모리 반도체 현물 시장은 한국에선 주로 구로유통상가, 세운상가 이런 데서 했어요. 유통 구조가 그다지 고도화돼 있지 않았어요. 2000년 초반, 당시 벤처 붐이었거든요. 대부분 서울대, 연고대, 해외파들이 벤처를 주도했죠. 근데 저는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나왔거든요. 내가 생각해도, 나도 나름대로 똑똑한 사람 같긴 하지만, 경쟁 상대가 누군지를 봐야 되는데 저들과 경쟁해서 내가 이길 수는 없지 않을까. 메모리 반도체 유통에도 대단한 사장님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들하고 경쟁하면 내가 좀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반도체 유통도 잘했는데 왜 철수했죠?
“2007년, 8년 아이폰 나오면서 시장이 죽기 시작했죠. 현물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공급받는 바이어 수가 많아야 돼요. 그때는 셋톱박스 만드는 회사도 수백 개, MP3 플레이어 만드는 회사도 수백 개, 전자사전 만드는 회사도 수백 개가 있었어요. 근데 아이폰 나오면서 다 잡아먹었죠. 보이스레코더 시장도 없어졌고, 디지털 카메라도, PDA도 지금은 없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스마트하지 못한 기기들이 스마트한 기기로 싹 다 들어가 버리니까, 현물시장이 사라져 버리고 애플 하나만 살아남았던 거죠. 당시 중국 심천에 가면 그런 공장이 수천, 수만 개 있었는데 지금은 다 정리됐죠.”
“그때 인터뷰할 때 예를 들었던 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예요. 치즈를 다 파먹어서 내가 사는 동굴에 더 이상 치즈가 남아 있지 않아서, 새로운 치즈 동굴을 찾아 떠나는…. 새롭게 시작한 게 화장품 비즈니스였습니다.”
-회사명은 왜 실리콘투예요?
“실리콘은 반도체의 재료예요. 투는 좀 미래적인 느낌 넣으려고요. 당시에 젊었으니까. 스물아홉, 서른 살이었으니까.”
◇“한중일은 ‘내 시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특이하게 일본 시장은 그동안 진출 안 했네요. 이유가 있나요.
“기본적인 생각은 ‘한중일 세 개 시장은 내 시장이 아니다’였어요. 한·중·일은 한국에서 컨트롤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봤어요.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직접 비즈니스 가능한 구조라고요. 내가 잘하는 걸 해야지, 그들하고 경쟁을 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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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어느 정도 사이즈가 되니, 우리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오퍼레이팅이나 인프라나 자금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되게 많아요. 그게 간절하게 필요한 브랜드들이 너무 많거든요. 근데 일본에서 그걸 잘해 주는 회사들이 많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일본에 지사 내려고요. 일본 법인을 올 하반기 가동할 예정입니다.”
“일본 리테일들은 조금 보수적이에요. 그들의 오랜 관행인 벤더 구조를 깨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벤더들은 직접 수입을 안 해요. 수입은 따로 총판이라는 제도가 있어요. 저희는 총판으로 역할할 것이고, 어느 정도 얘기가 진행된 상황입니다.”
-일본도 화장품 강국인데, 왜 우리보다 못할까요?
“일본 화장품 수출액이 6조밖에 안 됩니다. 한국이 17조인데. 이해가 되십니까? 10대, 20대 때 일본 화장품이 거의 전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근데 한국 17조대 일본 6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일본 시장을 보니까 일본도 똑같은 구조예요. 일본 수출 구조는 상사예요. 상사들은 소비재를 안 하죠. 그래서 일본 화장품이 해외로 못 나가요. 시세이도나 SK-II 같은 큰 데는 나가는데, 단일 회사로는 유통 파워가 약하죠. 그러니까 비싼 것만 하는 거죠. 일반 드러그 스토어까지 치고 들어갈 능력은 없는 거죠. 지금도 그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일본은.”
“한국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실 화장품을 해외 수출하려고 할 때, 그때는 저도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몰랐어요. 그냥 최선을 다해 해외에 팔자였는데, 하고 보니 해외 판매 지도가 그려져 있거든요. 해놓고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과론적으로, 대한민국의 소비재를 해외에 수출하는 맵을 그리고 있는 회사가 하나도 없었구나. 대한민국에 수출하는 기업은 많지만, 그들은 대기업이에요. 화장품 쪼가리나 소비재들은 염두에 안 두는 거예요. 플랜트 수출하고 원자재 수출해야 수백억, 수천억 한 번에 할 수 있잖아요. 만원짜리 화장품은 수지타산이 안 맞았던 거죠. 그래서 대한민국 소비재가 해외로 못 나갔던 것 같아요. 개별 업체 역량에 맡기니, 알음알음 해외 오더 따내고 했는데 그걸로는 확장이 불가능했던 거죠.”
-화장품 말고도 다른 한국 소비재의 수출에도 올라탈 수 있다?
“되게 재밌는 게, ‘K뷰티 로드’라는 표현을 써요. 글로벌 판매망 그림이 그려지니까, K뷰티 외에 다른 제품들에서 러브콜을 되게 많이 해요. ‘니네가 팔고 있는 로드에 우리 것도 좀 올려줘’라는 거죠. 그쪽을 지금 공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일 유사한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입니다. 그다음은 아직 시기상조라 말씀은 안 드리겠습니다. 이 유통망에 올라오려는 게 대한민국 것만 있는 게 아니에요. 이탈리아, 미국, 아시아에서 연락이 옵니다. ‘너희 유통망에 내 제품 좀 유통시켜주면 안 되겠냐’는.”
“식품은 쉽지 않더라고요. 수출 때 콜드체인이 중요해요. 상온, 냉장, 냉동 제품이 있는데, 사실 냉동, 냉장이 거의 80%입니다. 생각보다 상온 제품이 별로 없어요. 냉동 냉장 제품을 해외로 가져가려면 유통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요. 해외에 냉동 냉장 창고를 운영해야 돼요. 한참 말 많던 김밥도, 비즈니스는 되는데 돈을 못 벌어요.”
◇“조선미녀는 알아도 실리콘투는 모른다”
-조 단위 기업이지만, 사실 소비자는 실리콘투라는 기업을 거의 모를걸요?
“저희는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회사는 아니잖아요. 사람들은 잘 몰라요. 조선미녀는 다 알지만 실리콘투는 몰라요. 직원들은 많이 억울해하긴 하죠. ‘우리가 키웠는데’라는. 근데 하이브는 모르지만 BTS는 알잖아요. SM은 모르지만 소녀시대는 알고, YG는 모르지만 블랙핑크는 알고. 저희는 그런 역할을 하는 회사인 것 같아요.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이고, 그들이 없으면 BTS는 없었을 거거든요. 근데 누구나 다 BTS가 되려고 하면 소는 누가 키우겠습니까? 어차피 다 본인의 역할이 있는 거고. 저희가 BTS가 되려고 춤추고 노래할 수는 없잖아요.”
-실리콘투가 해외에 파는 주요 브랜드는?
“알고 있는 모든 브랜드를 다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그들을 키웠다는 말은 너무 건방진 얘기고, 같은 파트너사예요. 메디큐브, 아누아, 조선미녀, 바이오던스, 닥터엘시아 등 안 파는 브랜드를 꼽기가 조금 힘든 상황입니다. 한 600개 브랜드 정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기조는 최대한 다 받아주자는 것인데 인력이나 시스템의 한계는 존재하잖아요. 100명이 왔는데 100명을 다 수용할 수는 없으니까. 브랜드 평가는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MD 조직이 50~60명 가까이 되거든요. 계속 MD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인디 브랜드가 해외서 성공하면 실리콘투를 떠나서 독자 노선을 가죠? 그니까 ‘졸업’하는 경우도 있죠?
“코스알엑스라는 회사가 있어요. 조선미녀 이전에 글로벌에서 제일 유명했던 회사입니다. 결국 1조 밸류로 아모레퍼시픽에 인수·합병됐죠. 이 회사가 저희를 메인 디스트리뷰터로 썼던 경우예요. 제가 쓰는 표현이 ‘앵커 디스트리뷰터’거든요. 부동산 개발할 때 앵커 테넌트라는 말 쓰잖아요. 코스알엑스가 아모레에 인수·합병되면서 아모레 유통 라인을 이용했어요. 저희와 많이 멀어졌지만, 완전히 끊은 건 아니었고 물량을 많이 줄였다가, 작년부터 다시 저희 물량을 늘리기 시작했어요. 사실은 조선미녀 같은 경우에도 저희 포션은 줄어들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매출 숫자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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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 조정은 당연히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 외에는 그런 이슈는 없는 것 같아요.”
-실리콘투가 직접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생각은요?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 현재 하고 있는 건 없습니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아모레가 유통망이 좋잖아요. 근데 아모레가 인디 브랜드들에 ‘네 거 내가 유통해 줄게’ 그러면 인디 브랜드들이 설계도를 줘야 돼요. 제품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아모레에 공개해야 하는데 그게 싫은 거죠. 아모레 유사 제품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그게 브랜드가 유통업에 뛰어들 때의 한계인 것 같아요.”
◇“꿈은 없었습니다. 떠밀려서 여기까지 온 거죠”
-창업할 때 꿈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 꿈은 이뤘나요?
“저는 꿈이 없었는데, 먹고살려고 비즈니스했던 것 같아요. 꿈을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꿈은 ‘잘하고 싶다’였던 것 같아요. 거창한 건 없었고요. 순간순간에 보이는 것만큼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계속 확장을 했던 것 같아요. 반도체 하다가 화장품 하자고 결정했고, 화장품 하다 보니까 중국에 창고 얻어서 하자고 결정했고, 중국이 안 되니까 미국으로 가자고 결정했고, 미국에서 확장을 좀 했고, 그러다가 유럽으로 가고. 순간순간 보이는 순간에 계속 새로운 비즈니스를 확장했던 것 같은데요.”
“목표가 뭐냐고 물어보셨는데, 제가 정한 목표가 아니에요. 떠밀려서 여기까지 온 거죠. 근데 떠밀려서 여기까지 오니까, 또 새로운 기회들이 계속 창출되고 있고. 산을 자꾸 올라가면 더 많은 게 보이고, 보이면 선택은 두 가지잖아요. 하든가 안 하든가. 하는 방향으로 해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매출이나 시총 목표는요? 벌써 조단위 기업인데?
“솔직히 없습니다. 회사에서도 매출 목표를 직원들한테 준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근데 상장을 하니까 다들 물어보시더라고요. 작년부터 가이던스를 주긴 했어요. 올해 가이던스 1조5000억 가겠다고 드렸고요. 굳이 단순하게 얘기하면, 한국이 프랑스 뷰티를 능가하는 날이 온다면, 그래서 한국 뷰티가 40조 하는 날이 온다면, 그 규모의 10~20%는 우리가 차지하지 않을까. 단순하게 그렇게 생각해요.”
-외부의 투자는 거의 안 받았더라고요.
“누적으로 해봐야 100억 미만인 것 같아요. 현금을 조달할 자신이 있었고요. 굳이 현금으로 따지면 은행에서 조달한 현금이 제일 싸잖아요. 비즈니스에서 돈을 벌 자신이 있다면 은행 돈이 제일 싸고, 투자자 돈은 사실 꼬리표가 달린 돈이고 공짜 아니잖아요. 나중에 크게 다시 갚아야 할 돈이죠. 근데 자신이 없으니까 여러 투자자를 레버리지 하는 거죠. 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나? 저는 스타트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장할 때 이미 20년 차 회사였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어요. 단, 상장을 하려니 투자 이력을 찍어놔야 하더라고요.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해야 하니까.”
“IR할 때 ‘회사 5개년 계획을 가져오라’고 하더라고요. 나는 지난 3년간 했던 걸로, 회사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냐고, 5개년 계획을 달라고 하면 드릴 수는 있는데, 그냥 오던 그래프 쭉 그대로 그어서 계획서 만들어 드릴 텐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했다가 엄청 야단을 들었어요. 근데 그날 밤에 전화가 왔어요. 자기들이 투자하고 싶다고.”
-창업가인데 엑시트 생각은 안 하세요? 다들 어느 순간 엑시트하잖아요.
“아내는 지금이라도 은퇴하라고 매일 얘기를 해요. ‘돈 많이 벌었으니까 좀 놀아라.’ 근데 저는 엑시트 못할 것 같아요. 사업하는 파트너들, 직원들과 내가 해놓은 약속이 너무 많아요. 약속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인생이잖아요.”
“직원들한테는 ‘돈 많이 벌게 해줄게’란 약속을 과거에 많이 했고요. 초기 직원들한테는 다 지켰어요. 스톡옵션 받아서 다 돈 많이 벌었으니까. 브랜드들한테도 ‘같이 키워보자’고 수많은 말을 했죠. 제가 신이 아닌 이상 다 지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지키려고 노력은 해야 되는 거니까.”
-하루에 일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예요?
“일주일에 5일 출근하고요. 회사에 앉아 있는 시간은 한 여섯 시간 정도. 출근 늦게 하는 편이예요. 10시 반쯤 출근해 보통 대여섯 시에 퇴근해요. 일하는 시간을 극단적으로 좀 줄입니다. 근데 창업자들 인터뷰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머릿속에선 일을 하고 있죠.”
-25년간 번아웃은 없었나요?
“비슷하게 왔던 적은 있는 것 같습니다. 반도체 접고 화장품 할 때요. 살짝 무기력했죠. 근데 왔을 때 피할 수가 없으니까. 보통 결정적인 순간에 그런 게 오잖아요. 스트레스가 극단으로 온 시.이니까. 기어서라도 가야 하는 상황이 있잖아요. 몇 번 겪으면서, ‘이 정도 강도로 일하면 번아웃이 오는구나’를 경험적으로 아니까, 지금은 조금 도망 다녀요. 너무 힘들다 싶으면 의도적으로 일을 안 하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번아웃은 와서 관리하는 게 아니라, 오기 전에 관리를 해서 안 오게 해야 된다. 퇴근하고는 절대 회사 안 돌아옵니다. 예전에는 돌아왔는데, 지금은 컨트롤되는 것 같아요. 유일한 취미가 골프고, 달리기는 매일 아침에 뛰어요.”
-스스로 본인에게 붙이고 싶은 수식어가 있으세요? ‘K뷰티 전도사’ 같은 수식어는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
“그런 질문은 처음 받네요. 뭐, 잘하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뭐라고 뭐 이렇게 우아했겠습니까. 근데 아까 말했던,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인데, 그 누군가를 하고 있는 거죠.”
생각은 ‘한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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