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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11 03:45 조회 22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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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개미마을 비탈길에 자리한 정천수(86) 어르신의 집에 허기복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가 들어섰다. 흰 벽돌무늬 벽지를 바른 집 안은 구석구석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부엌 앞에는 식탁 대신 작은 접이식 나무 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큰 건 들여놓을 수가 없어. 식탁도 못 넣어.” 방 한쪽에서는 스물한 살 청년 시절의 사진이 손님을 맞았다. 허 대표와 마주 앉은 정 어르신은 1970년대 이 마을에 들어와 반세기 넘게 연탄으로 겨울을 났다.
보일러를 보여 달라는 부탁에 그는 “보면 놀랄 것”이라며 앞장섰다. 보일러실 한쪽, 구멍 세 개 달린 연탄보일러는 5년 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했다. 허 대표가 뚜껑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자 정 어르신이 손짓을 섞어 사정을 설명했다. 이 보일러는 지금 고장 난 상태다. 독한 연탄가스에 속이 삭아 여름철 탈이 났다. 그는 “연탄가스가 독해서 보일러도 집도 금방 삭는다. 깨끗이 썼는데도 이 정도”라며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보일러를 고쳐야 올겨울을 날 수 있다”며 걱정했다.
그에게 겨울은 오래도록 버티는 계절이었다. “옛날엔 양말을 세 켤레씩 신었어. 추워서 밥 먹을 때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먹었지. 그때 생각하면 참 비참했어.” 연탄 몇 장을 새끼줄에 꿰어 들고 비탈길을 오르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봉사자들이 건넨 연탄이 집 앞까지 올라온다. 그는 “연탄 때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연탄은행이 생기고부터는 연탄 걱정 없이 편하게 땐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홍제동 개미마을에서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2026-2027 재개식’이 열렸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연탄 6만장을 후원하는 등 기업과 단체의 손길이 이어졌고,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와 강정애 전 국가보훈부 장관, 배우 정애리씨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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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행사 뒤 가파른 골목에 한 줄로 늘어서 연탄 4000장을 집집마다 날랐다. 한 장에 3.65㎏. 연탄이 한 사람의 손을 거칠 때마다 36.5도의 체온도 함께 건너갔다.
“조금 주면 조금 때고… 추우면 참아야지”
정 어르신이 한 번에 받는 연탄은 150장이다. 보일러를 제대로 돌리려면 하루 20장도 모자라지만, 받은 연탄으로 겨울을 버티려면 하루 9장 남짓으로 아껴 때야 한다. 연탄이 모자라면 그만큼 더 춥게 지낼 수밖에 없다. “풍족하게 때려고 마음먹으면 안 돼. 조금 주면 조금 때는 거지. 추우면 옷 하나 더 껴입고 참아야지.”
집은 지금도 겨울이 버겁다. 그는 벽 한쪽을 가리켰다. “한겨울엔 벽이 얼었다가 오후가 되면 물이 흘러내려. 손을 대면 촉촉하게 젖을 정도야.” 30년 전 손본 지붕은 비가 새, 방 천장에는 얼룩과 곰팡이가 번져 있었다. 지붕은 천막을 덮어 겨우 막아둔 상태다. 온수는 기름이나 LPG로 데운다. “LPG 한 번 넣으려면 30만원이야. 우리 같은 서민들은 큰맘 먹어야 넣어.”
“엄마 손 잡고 왔던 길… 이젠 제가 데려올 차례예요”
골목을 따라 늘어선 봉사자들 사이에는 중학교 3학년 김건욱(15)군도 있었다. 세 살 때 어머니를 따라 처음 이 골목에 왔고, 올해로 13년째 연탄을 나르고 있다. 김군은 “단순한 일이라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으면서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좋다”며 “여기 오면 다들 반갑게 맞아주고, 같이 파이팅을 외치다 보면 서로 기운을 나눠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친구들에게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랑하려고 하는 일이 아니어서다. 이날 재개식에서 허 대표는 “돌아가시면 꼭 다섯 사람에게만 연탄은행 이야기를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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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은 이미 마음을 정해 두었다. 언젠가 친구들을 꼭 데려와 볼 생각이다. 김군은 “다른 사람은 어느 정도 도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도 언젠가는 도움을 받게 될 테니까요”라고 했다. 어른이 된 뒤에도 계속할 거냐는 물음에 김군은 이렇게 답했다. “그땐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죠.”
우동 한 그릇에 담은 마음
배달을 마친 봉사자들은 한신우동이 마련한 푸드트럭 앞에 줄을 섰다. 한신우동은 이날 연탄 1000장을 후원하고, 봉사자들을 위해 우동 200인분을 준비했다. 공호식 대표는 지난해 말 유튜브에서 연탄은행 활동을 보고 먼저 연락했고, 지난 9월 협약을 맺었다.
계기는 영상 속 봉사자들의 식사였다. 공 대표는 “봉사자분들이 어묵 하나에 국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봉사하시는 모습을 봤다”며 “추울 때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이면 든든하시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탄도 우동도 추운 겨울에 더 찾게 되는 것이라 함께하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가맹。이 전국에 있다 보니 받은 것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늘 고민해 왔다”고 했다.
한신우동은 그동안 보육원과 탈북민 행사 등을 찾아 우동을 나눠 왔다. 앞으로는 휴게소 사업 매출의 1%를 연탄과 우동 나눔에 쓸 계획이다. 이날 아들과 함께 봉사에 나선 공 대표는 “연탄이 집집마다 들어가듯, 우동도 집집마다 전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7년째 연탄을 나르고 있는 강승연(44)씨는 처음엔 해 보고 싶어도 신청이 쉽지 않았다. 지금은 2주에 한 번꼴로 개인 봉사에 나서고, 연탄과 쌀, 어르신들 음료 등을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20대 때 회사 봉사 동아리에서 시작한 나눔이 어느새 일상이 됐다.
강씨는 봉사가 오히려 자신을 지탱해 준다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가끔 제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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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일을 하고 나면 내가 어딘가에 도움이 된다는 게 느껴져요. 그게 참 기분 좋은 일이에요.” 그는 “봉사를 하고 나면 자존감이 올라간다”며 “고맙다고 과자를 쥐여 주시는 할머니들 덕분에 어느 마을에 가도 좋은 기억만 남는다”고 말했다.
이날은 강씨의 아들도 함께 연탄을 날랐다.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시키지 않는다는 강씨는 “어릴 때부터 봉사해 온 아이들을 보면, 우리 아이도 그렇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해가 안 될 만큼… 어르신들께 한 장이 절실합니다”
연탄은행은 올해 목표를 지난해 500만장의 세 배인 1500만장으로 잡았다. 허 대표는 “왜 갑자기 1500만장이냐, 사실 저도 이런 상황이 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어르신들에게는 연탄이 필요한 상황으로 몰렸다. 전국 6만 가구의 겨울을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연탄을 둘러싼 사정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서울 이문동 연탄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지금은 경기도 동두천에서 연탄을 들여온다. 올해 연탄 보조금이 삭감되고 운송비까지 오르면서 장당 900원이던 연탄값은 1000원이 됐다. 개미마을 같은 고지대는 배달비가 더해져 한 장에 1500원까지 치솟는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이 마을에서는 봉사자들이 연탄을 날라준다 해도 한 달 150장, 15만원이 난방비로 나간다. 도시가스 요금의 세 배 수준이다. 허 대표는 “어르신들도 도시가스를 쓰고 싶어 하신다”며 “배관이 들어오지 않으니 기름 아니면 연탄밖에 길이 없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비나 폐지 수입에 기대는 어르신들의 월 소득은 50만원을 넘지 않고, 폐지값이 ㎏당 50원까지 떨어지면서 30만원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허 대표는 봉사자들을 향해 “저는 추워도 괜찮지만, 연탄 때시는 분들은 지금도 추우시다”며 “여러분의 따뜻한 몸으로 그분들의 겨울을 데워 주는, 보이지 않는 천사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연탄은행 활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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