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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양배추 한 통을 사서 끝까지 먹는 집이 얼마나 될까? 늘 양배추를 살 때마다 고민이었다. 가격도 싸고 나름대로 맛도 있고 사시사철 쉽게 볼 수 있는 양배추인데 왜 매번 사놓고 버리기 일쑤일까. 호기롭게 한 통을 크게 사놓고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면 십중팔구는 몇 잎만 떼어 먹고 방치되다 결국 버리게 된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한 것이 양배추 보관법이다.
우선 양배추를 사 등분 한다. 크기에 따라 6등분 혹은 8등분까지도 괜찮다. 다만 자를 때 양배추 속심은 제거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렇게 해서 웨지 모양이 된 양배추의 심지 부분에 젖은 키친타월을 덮어 랩으로 돌돌 말아 보관하면 2주가량은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 다만 냉장고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키친타월이 마르면 갈아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양배추를 보관하고 나니 이제 끝까지 먹을 자신이 생겼다. 내가 처음으로 만든 요리책 ‘아낌없이 먹는 양배추’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소분한 양배추를 가지고 무침도, 볶음밥도, 대패 삼겹살을 넣어 찜도 해 먹고 라페도 만들었다. 아주 다양하게 이것저것 해 먹으니 한 통 비우는 게 금방이다. 이제는 양배추를 버릴 일이 거의 없어졌다.
양배추는 일 년 내내 마트에서 만날 수 있어 제철을 떠올리기가 어렵지만, 날씨가 서늘해지는 가을부터 양배추는 .. 단단하게 속이 차고 단맛도 좋아진다. 특히 찬바람을 맞고 자란 양배추는 생으로 먹었을 때 아삭한 식감이 좋고, 불에 익히면 한층 부드럽고 달큰해진다.
양배추는 생으로 먹을 때와 익혀 먹을 때의 매력이 확실히 다르다. 생으로 먹으면 아삭하고 시원하지만, 푹 찌거나 팬에 천천히 구우면 뻣뻣했던 잎이 부드러워지면서 숨어 있던 단맛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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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다른 양념 없이 소금만 살짝 뿌려도 맛있고, 된장이나 막장 한 숟가락만 곁들이면 밥반찬으로도 충분하다.
양배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위에 좋은 채소’라는 이미지다. 속이 불편하면 양배추즙부터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물론 양배추를 약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비타민C와 K, 엽산, 식이섬유 등 여러 영양소가 들어있어 평소 식탁에 자주 올리기 좋은 채소라는 정도로 알아두어도 충분하다. 개인적으로는 양배추즙 한 팩을 억지로 마시는 것보다 맛있게 요리해서 한 접시 먹는 편을 훨씬 좋아한다.
얼마 전 강원도 강릉에 갔다가 연곡면에 있는 강변식당을 찾았다. 산나물로 한 상 가득 차려 내는 산채정식(사진)이다. 갖가지 나물과 반찬이 테이블을 채우는데, 이날 식사를 마치고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소박해 보였던 찐 양배추였다.
잘 쪄낸 양배추 한 장에 밥을 올리고 집에서 만든 구수한 막장을 조금 찍어 먹는다. 그게 전부인데 참 맛있다. 따뜻하게 익은 양배추에서는 단맛이 나고 짭조름하고 구수한 막장이 그 맛을 한층 살려준다. 산채정식 집까지 가서 왜 하필 양배추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음식 때문에 그 집을 다시 기억하게 된다. 좋은 재료는 복잡하게 요리하지 않아도 맛있다는 걸 보여주는 한입이기 때문이다. ▶강변식당(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진고개로 1736)
집에서는 내가 정말 자주 만들어 먹는 양배추 요리를 하나 소개하고 싶다. 이름하여 ‘양배추 김 샐러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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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와 김이 잘 어울린다고 하면 조금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김을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 버무리면 별다른 양념 없이도 김 특유의 감칠맛이 양배추의 맛을 확 살려준다. 만드는 데 몇 분 걸리지 않는데 한 번 만들면 꽤 많은 양의 양배추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밥에 듬뿍 올려 비벼 먹으면 이것만으로도 한 그릇 뚝딱 비우게 된다.
김은 생각보다 넉넉히 넣는 것이 맛있다. 양배추에서 수분이 나오면 김이 금세 눅눅해지므로 먹기 직전에 넣어 버무리는 것이 좋다(레시피 참조).
요즘처럼 날씨가 서늘해질 때는 양배추를 조금 더 눈여겨볼 만하다. 단단하게 속이 찬 양배추를 푹 익혀 한입 먹어 보면 우리가 그동안 양배추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비싸거나 귀한 식재료만 제철의 맛을 가진 것은 아니다. 늘 몇 잎 떼어 먹고 남기던 양배추 한 통이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올가을에는 양배추가 냉장고 한구석에서 시들게 두지 말고, 한 통을 남김없이 맛있게 먹어 보자.
재료: 양배추 200g, 전장김 2장, 참기름 1큰술, 참깨 1큰술, 연두순 2큰술
① 양배추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② 김은 봉지에 넣어 잘게 부순다.
③ 양배추에 참기름, 참깨, 연두순을 넣고 먼저 버무린다.
④ 마지막에 부순 김을 넉넉히 넣어 가볍게 버무린다.
장은실 맛있는 책방 편집장
장은실 편집장은 요리책 전문 출판사 ‘맛있는 책방’을 운영하며 15년 넘게 푸드 관련 콘텐츠 기획을 해 왔습니다. 3월 13일부터 ‘오늘 뭐 먹지’ 코너를 통해 제철 재료를 이용해 쉽게 만들어 즐길 수 있는 ‘패스트 건강식’과 숨은 맛집 등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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