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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6-10-3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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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보던 풍경도 혼자일 때 색다르게 다가오곤 한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한반도 지형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산과 산이 이어지는 능선은 우리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산 아래 작은 마을과 도시, 실핏줄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간 국도와 고속도로,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촘촘히 들어앉은 집까지. 그 공간 속에서 누군가는 기뻐서 웃고 누군가는 힘들어서 한숨을 쉬고, 다른 누군가는 어제와 유사한 오늘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상공에서 문득 피어난 국토에 대한 애정도 잠시, 거대한 바람개비처럼 회전하는 풍력 발전기들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듯하다. “여기서부터 제주야!” 건축의 온기: 유동룡 미술관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첫 번째 여정은 이름도 생소한 ‘유동룡 미술관’이었다. 알고 보니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본명이다. 조선의 건축과 백자, 민화에 관심이 많았고, 제주에 오름과 초가의 곡선을 형상화한 하늘에서 보면 포도송이 같은 ‘포도호텔’과 자연을 담아내는 그릇 같은 ‘석(石), 풍(風), 수(水) 미술관’을 설계한 거장이다. 그는 건축가이기도 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 입체와 평면의 경계도 오가며 독창적인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 둥그런 계단을 오르다 천장 띠 창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마주했다. 그 빛이 닿은 벽면 한구석에 적혀 있는 그의 글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현대 건축에 본질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것은 인간의 온기라든가 건축에 있어서의 야성미일 것이다.” 조명도 없는데, 그 부드러운 빛이 차가운 콘크리트 벽을 따스하게 감싸안은 느낌이었다. 건축가인 딸이 아버지의 철학을 이어받아 건축의 온기를 불어넣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우연히 본 딸의 인터뷰 영상 속에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남긴 인상적인 말이 담겨 있었다. 일흔을 넘긴 아버지가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연상시키는 방주교회를 완성하고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이제 건축이 뭔지 알 것 같아. 건축이 너무 재미있어.” 무료릴게임 사람들은 흔히 나이가 들면 열정이 식고 자신만의 색깔마저 흐려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이런 믿음이 생겼다. 삶의 진짜 재미와 진정한 자유 그리고 독창성은 어쩌면 욕심을 비워낸 다정한 마음에 비로소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덜어냄’을 가르쳐준 나무의 언어: 생각하는 정원 ‘세계 10대 정원’이라는 말에 이끌려 찾아가게 된 곳은 ‘생각하는 정원’이었다. 농부 성범영 씨가 60년 동안 황무지를 개척해 가꿔온 정원인데 특히 분재가 유명하다. 어릴 적 아버지가 애지중지하시던 분재를 보며 “좁은 화분에 갇혀 불쌍하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이런 나의 분재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이 깨어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분재에 대한 그의 철학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분재는 크기는 줄였지만, 자르고, 묶고, 다듬는 시간이 응축된 것이다. 즉 크기를 희생해 밀도를 얻은 나무다. 삶의 깊이 역시 면적이 아니라 밀도다.” 그 후 무심코 지나치던 분재 앞에 머무는 시간이 다소 길어졌다. 비록 눈에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한 사람의 겹겹이 쌓인 정성과 긴 세월의 축적을 가만히 응시하게 된 것이다. 발걸음을 멈추고 정원 곳곳의 글귀를 읽으며 나무와 인간의 삶을 견주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시간이 스며들어 깊어진 사색의 공간’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정원은 느린 걸음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곳이기도 했다. 정원 한곳에 적힌 문구 중 ‘오래될수록 덜어냅니다’라는 문구도 새로운 사유를 불러일으켰다. 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잎을 떨구기도 하고, 가지를 덜어내는 선택을 한다. 오래 사는 나무는 더 많이 가지려 하지 않고 버텨야 할 무게를 줄이며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나무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을 더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오늘도 무엇인가를 더 끌어안으려고만 애쓰며 허덕이는 우리에게 그와 나무는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 비우고 덜어낼 때 비로소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명징한 지혜가 가슴속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아픔을 보듬는 깊은 울림: 섯알오름 사실 여행이라고 하면 늘 즐겁고 신나 보이는 것 위주로 일정을 잡게 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번 여정은 제주 4·3 사건을 주제로 책을 낼 예정인 현지인과 함께였기에 조금은 달랐다.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난 곳을 돌아보는 여행,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이라는 아주 특별한 여정이 포함됐다. 그렇게 발걸음이 닿은 곳은 제주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근처 ‘섯알오름’이다. 예비검속 섯알오름 희생자 추모비에 묵념한 후 그로부터 가슴 아픈 역사를 듣기 시작했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삼일절 기념집회 당시 경찰의 발포로 시작되어, 1948년 무장봉기와 이어진 초토화 작전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한국 현대사의 가슴 아픈 비극이다. 정부 공식 진상조사보고서가 추산한 희생자 수만도 2만 5000명에서 3만 명에 이르는데, 당시 제주도 인구 10명 중 1명이 무고한 목숨을 잃은 셈이다.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제주 땅에는 ‘예비검속(豫備檢束)’이라는 명목으로 또 다른 비극의 학살이 자행되었다. 예비검속은 뚜렷한 죄를 지은 적이 없어도, 장차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만으로 사람들을 가두고 검거하는 제도였다. 정식 재판이나 법적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무고한 개인의 인권을 박탈한 명백한 국가 폭력이었던 셈이다. 이 잔혹한 광풍 속에서 1950년 8월 20일 새벽, 섯알오름의 일제 대형 탄약고 웅덩이로 끌려간 210여 명의 도민들은 이유도 모른 채 차가운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죽음을 예감한 이들이 트럭 밖으로 고무신을 하나씩 떨어뜨리며 마지막 이별을 고했던 고무신을 보니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오랜 세월이 지나 힘겹게 거둔 유골들은 엉켜 썩어 버려 누구의 것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온라인파칭코게임 . 유족들은 결국 132위의 뼈를 모아 한곳에 묻고 묘비에 네 글자를 새겼다. '백조일손(百祖一孫)'. 조상은 서로 다르나, 한날한시 한곳에서 죽어 뼈가 섞였으니 우리 모두가 한 자손이라는 의미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만행을 저질렀던 이 참혹함 속에서 커다란 아픔을 겪은 유족들은 이 절망 속에서도 '백조일손'이라는 비문에 새긴 다짐처럼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았다. 그 깊고 숭고한 마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국내에서 유일한 뭍에서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유명한 관광지인 정방 폭포도 잠시 들렀다. 오늘도 해외 관광객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떨어지는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과거에 그냥 지나쳤던 ‘4·3 정방 폭포 유적지’라는 큼지막한 푯말이 오늘은 선명하게 보였다. 아름다운 경관이 매력적인 이곳 해안 절벽으로 끌려와 깊은 바다에 수장되었던 죄 없는 사람이 무려 256명이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다시 먹먹해졌다. 그동안 내게 제주는 렌터카를 타고 유명 관광지와 예쁜 카페, 탁 트인 바다를 둘러보는 대표되는 휴양지였다. 하지만 여행은 누구의 시선을 따라 걷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는 말을 실감한 여정이었다. 현지인의 발걸음을 따라 걸으며 마주한 제주는 다른 깊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경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독창적인 자기 세계를 추구한 한 거장 건축가를 만났다. 정원 속 나무로부터 삶의 ‘밀도’와 ‘덜어냄’이라는 소중한 지혜를 배우기도 했다. 또한 4·3의 비극 속에서도 서로의 아픔을 보듬은 백조일손 유족들의 마음 앞에서 깊은 울림을 얻었다. 무거운 역사의 현장을 뒤로하고 나오는 길, 밭에서 땀을 흘리며 열심히 흙을 일구는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하게 흘러가는 오늘 하루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가슴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혹시 조만간 제주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하루만이라도 일정표를 비우고 이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길들을 천천히 따라 걸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덜어낸 일정과 마음에 기존과 다른 깊은 제주가 채워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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