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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이 10월 8일(이하 현지 시간) 미 본토로 귀환했다.
10개월 넘게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배와 함재기는 물론, 승조원들 체력까지 만신창이가 된 채로 말이다. 통상 미국 항모의 임무 기간은 출항 후 6개월 안팎이다. 그동안에도 항모는 수시로 동맹이나 우방 항구에 기항해 휴식을 취한다. 아무리 항모가 크고 편의시설을 잘 갖췄다고 해도 승조원들에게는 육지를 밟고 가족과 만나는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링컨 항모는 지난해 12월 11일 탄약 재보급을 위해 괌 아프라항 해군기지에 하루 머문 것을 제외하면 계속 바다에 있었다.
美 항모 등장에 중국·러시아 긴급 대응
이처럼 링컨 항모가 혹사당한 주된 이유는 교대 전력이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모 전단의 투입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루스벨트 전단이 작전 배치 준비를 마친 것은 6월이었다. 이들은 하와이 일대에서 환태평양군사훈련(RIMPAC)을 마치고 중동으로 가 링컨 전단과 교대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모종의 이유로 계획이 변경돼 제7함대 전진 배치 항모인 조지 워싱턴이 대신 중동으로 차출됐다.
당초 중동으로 향할 예정이던 루스벨트 항모는 일본으로 향했다. 요코스카시 발표에 따르면 미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에 루스벨트 항모 전개를 통보한 것은 10월 7일이다. 루스벨트 전단은 제29호 태풍 고구마를 뚫고 항해할 정도로 서둘렀고, 10월 16일에는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입항했다. 일본은 10월 19∼29일 자국 전역에서 미·일 연합군사훈련 '킨소드(Keen Sword)'를 실시한다. 그런데 10월 11일 아사히신문 보도를 보면 루스벨트 전단은 원래 킨소드에 참가하는 전력이 아니었다.
중동으로 갈 줄 알았던 미국 항모가 돌연 동북아에 전개되자 중국과 러시아도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스벨트 항모의 일본행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10월 9일 러시아는 일본 측에 분쟁 수역인 쿠릴열도 4개 섬 일대 공역의 폐쇄를 통보했다. 이어서 10월 13∼17일 폭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추가로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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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러시아 태평양함대 주력인 미사일 초계함 소베르셴느이가 홋카이도 인근 해역으로 접근했으며, IL-20 전자정찰기가 일본 영공에 접근해 일본 전투기가 대응 출격하기도 했다.
중국은 항모를 움직였다. 중국 해군 랴오닝 항모 전단이 10월 10일을 전후해 산둥성 칭다오 해군기지를 출항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단에는 항모 랴오닝과 북부전구 소속 055형 구축함 안산, 우시, 052DL형 방공 구축함 화이난이 포함됐다.
중국 항모 전단이 미야코해협을 통과할 때 미·일 연합군과 중국군 사이에 공중 대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우선 중국 Y-9 전자전기가 나타나 규슈와 오키나와 인근 공역을 비행했고. '중국판 글로벌호크' WZ-7 무인정찰기가 미야코해협 주변을 정찰했다. 일본은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켜 대응했다. 일본 자위대는 10월 14일 주일미군과 함께 중국 전자전기·무인정찰기 인근에서 맞불 훈련에 나섰다. 이 훈련에는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 2대, E-767 조기경보통제기 1대, 미국 F-22A 전투기 4대가 동원됐다.
이 대목에서 이상한 .이 있다. 원래 중국은 미국 항모가 작전 중인 해역에 자국 항모를 띄우는 것을 자제했다. 같은 해역에 출동했다가 해상 대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객관적 제원에서 부족한 .이 많은 중국 항모 전단이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 측 태도가 바뀌었다. 근처에 미국 항모가 있어도 위축되거나 물러나지 않고, 도리어 그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5월 18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만 유사시 필리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발언하자 중국은 다음 날 남중국해에 있던 랴오닝 전단을 필리핀 루손섬 인근으로 보내 무력시위를 시작했다. 이에 미국이 일본에서 조지 워싱턴 항모 전단을 출격시켜 급히 필리핀해에 투입했지만 중국은 한 달 가까이 자리를 지키며 대치했다.
美 항모 발목 잡아 이란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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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항모 전단이 미·일과 대치하고 나선 것은 더 의미심장한, 새로운 현상이다. 중국 항모 전단은 10월 14일 미야코해협, 15일 바시해협을 통과해 대만 배후로 들어갔다. 이런 항모 기동에는 크게 2가지 전략적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미·일 연합군사훈련 킨소드의 시나리오가 유사시 실현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킨소드의 뼈대는 오키나와 열도에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는 것이다. 또 다른 노림수는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서태평양에서 군사 압박을 강화함으로써 미국 항모 전단 중 하나의 발목을 잡아두는 것이다. 미국이 중동에 '항모 3척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전략이다.
10월 초 미국 본토에서 중동으로 향하는 수송기가 전달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앞서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에픽 퓨리' 작전 직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미국이 중간선거 전에 이란 공습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만약 중국이 미국 항모 전단 하나를 서태평양에 묶어둔다면 중국의 우방인 이란에 적잖은 도움이 될 테다.
중국의 대담한 전략적 움직임의 선봉에 나선 랴오닝 항모는 원래 고철로 폐기될 운명이었다. 이 배는 1984년 옛 소련 해군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 항모 2번함으로 건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공정률 68%에서 건조가 중단됐다. 중국은 이 함정에 주목하고 1998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사들였다. 그리고 2000년 6월 거대한 선체를 중국으로 끌고 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20개월의 예인 과정을 거쳐 2002년 랴오닝성 다롄 해군조선소에 들어간 이 배가 시운전에 성공한 건 2011년 8월이다.
다만 중국 최초 항모 랴오닝이 곧바로 실전에 배치되진 못했다. 함재기가 말썽이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 항모에서 운용하는 Su-33을 중국에 판매하지 않았다. 이에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던 Su-33 시제기 T-10K-3을 밀수해 역설계했다. 여기에 Su-27SK 전투기 불법 복제판인 J-11의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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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중국산 함재기 J-15다.
애초에 구조와 운용 방식이 다른 두 항공기를 억지로 통합한 데다, 엔진 결함마저 심각한 J-15는 배치 초기 단계부터 사고가 속출했다. 사상자도 여럿 나왔다. 중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15년이 걸렸다.
중국, 항모와 함재기 전력 강화에 자신감
중국의 항모 운용이 공세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랴오닝과 함재기가 대대적인 정비를 마친 올해 초부터다. 중국은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랴오닝 항모에 대한 추가 개장 공사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신형 함재기 운용 능력도 추가했다. 새로 통합된 함재기는 '중국판 F-35'로 불리는 J-35 스텔스 전투기와 KJ-600 조기경보통제기, 레이더와 엔진까지 모든 것을 갈아 끼운 J-15다.
이런 중국의 함재기 구성은 미국 항모 항공단을 모방한 것이다.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신형 전자전 시스템을 갖춘 4.5세대 J-15B는 미국 F/A-18E/F 슈퍼호넷 전투기에 맞서는 전력이다. J-15DH는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와 대칭 전력이며, 5세대 J-35는 미국 F-35C에 해당하는 스텔스 전투기 전력이다. KJ-600 조기경보기는 미국 E-2D의 중국판이다. 중국의 신형 해상작전헬기 Z-20F는 미국 S-70을 복제해 확대·개량한 것이다. 랴오닝 항모에는 J-15와 J-35를 합쳐 전투기 24대, KJ-600 2~3대, Z-20 또는 Z-18F/J 계열 헬기 10여 대가 탑재된다. 함재기 수는 미국 항모의 절반 정도에 그치지만 육상 발진 항공기의 지원을 받으면 미국 항모 전단에 맞설 만한 전력이다.
게다가 중국은 항모에 얹을 다양한 드론과 육상 발진 지원기 전력까지 착실하게 구축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항모 전력 증강을 주시하며 스텔스·극초음속 미사일 등 대응 수단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35년 전 흑해 한쪽 귀퉁이 조선소에서 고철이 될 날을 기다리던 배가 미국 항모 전단의 발을 묶고 국제정세를 바꾸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중국의 항모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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