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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부담스럽기만 한 장바구니 물가. 특히 과일·채소류의 경우 식재료 물가가 부담스러울수록, 더 손대기 힘든 상품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귀한 식재료. 소비자들에게 닿기도 전에 상당량이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률은 26%. 전체 생산량 4분의 1이 판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라진다는 얘기다.
물론 과일·채소뿐만이 아니다. 육류와 곡물 등을 포함한 식품 손실률은 13% 수준. 전 세계적으로 식품 낭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숫자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 수치에는 가정이나 식당에서 먹다가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가 포함되지 않는다. 소비 단계에서 버려지는 식재료를 더하면, ‘음식 낭비’의 규모는 가늠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같은 식량 낭비는 단순히 ‘굶는 사람도 있는데 음식을 낭비한다’는 식의 ‘윤리적 잣대’에만 어긋나는 게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정된 자원을 낭비하는 악순환 구조에 있다. 식품 생산에 사용된 토지와 물, 에너지가 함께 버려지는 셈이기 때문. 이는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대표적 원인으로도 지적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9월 공개한 최신 식품 손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식품 손실률은 13.4%로 추산됐다. 이는 농장에서 수확한 식품이 소매.에 도달하기 전까지 발생하는 손실을 분석한 결과다.
특히 가장 손실률이 높은 품목은 과일과 채소였다. 2024년 기준 과일·채소의 식품 손실률은 26.4%로 집계됐다. 다른 식품과 비교하면 그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곡류·두류의 손실률은 8.4%에 그쳤다. 육류와 동물성 식품은 14.1%, 뿌리·덩이줄기·유지작물은 12.2%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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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과 채소는 다른 식품에 비해 쉽게 부패하고, 보관과 운송 과정에서 온도와 습도 등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수확 이후 품질관리가 까다롭다.
그렇다고 해서, 높은 손실률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기는 힘들다. 지난 2015년 국제사회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통해, 식품 손실과 낭비를 줄이기로 공식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손실률이 줄어드는 경향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식품 낭비 규모가 더 커졌다. 지난 2015년 전 세계 과일·채소 손실률은 23.2%로 집계됐다. 10년 만에 3.2%포인트 늘어난 셈.
심지어 이 숫자는 공급되기 전에 손실되는 비중에 불과하다. 마트나 식당, 가정에 도착한 식품 중에서도 상당량은 버려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24 음식물쓰레기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가정과 외식업체, 소매업체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는 약 10억5000만톤에 달했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288만톤. 소비자에게 공급된 전체 식품의 약 19%가 버려지는 꼴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음식물이 버려지는 곳이 있다. 바로 ‘가정’. 전체 음식물쓰레기의 60%인 약 6억3100만톤이 가정에서 발생했다. 외식업체에서 발생한 양은 약 2억9000만톤으로 28%, 소매업체는 약 1억3100만톤으로 12%를 차지했다.
전 세계 인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 사람이 연간 132㎏의 음식물쓰레기를 발생시키는 셈이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양만 따져도 1인당 연간 79㎏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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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P는 전 세계 가정에서 매일 버려지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최소 10억 끼니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세끼를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3억3300만명이 하루 동안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FAO 등 유엔 산하 5개 국제기구가 지난 7월 발표한 ‘2026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서 기아를 경험한 인구는 약 6억4500만명에 달했다. 막대한 양의 식량이 사라지는 동안, 먹을 것이 부족해 굶주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막대한 식량이 손실되거나 버려지는 과정에서 지구 환경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발생한다. 식품 손실과 낭비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항공산업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약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농기계를 가동하고, 비료를 만들고, 농산물을 운반하는 데 에너지가 사용된다. 식품을 냉장 보관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렇게 생산된 식품이 소비되지 않고 버려진다면,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이미 발생한 온실가스와 투입된 자원도 헛되이 사용된 거다.
게다가 버려진 음식물이 매립지 등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분해되면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발생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에 머무르는 시간은 짧지만, 단위 질량당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큰 온실가스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국내에서도 농산물을 수확한 이후 보관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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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국제학술지 ‘Waste Management & Research’에 게재된 연세대학교 김혜영·박진원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2015년 국내 과일·채소, 육류, 곡류 공급량의 34.1%가 공급망 전체에서 손실되거나 폐기된 것으로 추정됐다.
음식물쓰레기도 양도 상당하다. 국가데이터처 국가데이터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6’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발생한 음식물류 폐기물은 약 537만t에 달했다. 인구 1인당 발생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104.6㎏, 하루 평균 약 287g 수준이다.
다만 국내 음식물류 폐기물 통계는 가정과 소형 음식。 등이 포함된 생활폐기물과 사업장 비배출시설계 음식물류 폐기물을 합산한다. 국내 음식물쓰레기 발생량만으로 생산·유통 과정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식품이 사라지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수확 후 손실 규모에 대한 연구와 추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제 기준에 맞춰 국가 전체의 식품 손실과 낭비 수준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는 셈이다.
한편 UNEP는 음식물 낭비를 줄이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유통업체, 외식업체가 협력해 실제 폐기량을 측정하고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 단계에서는 판매량에 맞춘 식재료 발주, 남는 식품의 기부와 재분배, 가정에서의 적정량 구매와 보관 등도 중요한 감축 수단으로 제시된다.
취둥위 FAO 사무총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 1인당 식품 낭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최근 몇 년간 거의 진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품 손실만으로 매년 약 4000억달러의 시장 가치가 사라지고 있다”며 “식품 손실과 낭비를 줄이는 것이 식량 접근성을 개선하고 천연자원을 보호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박진원 연구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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