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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요, 사랑에 빠진 사람에겐 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건. 서로 손잡고 볕이 내리쬐는 거리를 걸을 무렵이었을까요? 종일 왼편에서 걷던 사람에게 ‘또 봐요’ 하고 인사하며 잡았던 손을 놓아야 할 때 ‘아, 이 손을 집까지 데려가고 싶어’라고 생각한 순간이었을지도요. 그러나 왼쪽에서 걷는 이든, 오른쪽에서 걷는 이든 도무지 집 한 채 마련할 재주라곤 없어, 연인들은 공원으로 향하는지도 모릅니다. 빛으로 번뜩이고 때로 오리배도 떠가는 강을 따라 걷다 잠시 쉬려 할 때면, 잔디밭에 펼쳐진 텐트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부러웠어요. 좋아하는 빵이나 과자, 차와 음료수가 펼쳐진 돗자리. 얼굴이 보이지 않게 누운 사람들. 그늘에서 잠시 낮잠을 잘 수 있는 것도 좋아 보였지요. 그래서 나는 원터치 텐트를 들고 가까운 공원으로 당신을 부른 것입니다. 언젠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공원에서의 한낮을 즐길 요량으로 샀었죠. 가방의 지퍼를 풀고, 그라운드시트를 한장 깔고, 둥글게 접힌 텐트를 양손으로 잡고 팡! 힘을 주면 흰 텐트가 마술처럼 펼쳐진다고 했어요. 펑! 눈앞에 널찍한 동굴이 나타났어요. 언젠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공원에서의 한낮을 즐길 요량으로 샀던 텐트 속에,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당신과 함께 앉아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신기해 누워도 보고 책도 읽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이 벌게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낮의 햇살에 노출된 텐트는 열을 그대로 흡수했어요. 소풍 기분을 내려고 가져온 차는 자세를 바꿀 때마다 자꾸 쏟아지고, 다 먹고 모아둔 수박 껍질엔 개미가 꼬이고, 누우면 등이 배겼어요. 온라인 화장실은 또 어찌나 멀던지. 당신은 이런 것도 재미있다고 했지만 나는 미안했어요. 어색함 속에 시간을 보내고 그만 자리를 뜨려 할 때, 나는 자신만만하게 텐트 한쪽을 들었습니다. 영상으로 공부한 바에 따르면, 텐트를 휘어잡아 8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나 뭔가 부러지는 느낌과 함께 뚝 소리가 났습니다. 어찌저찌 8자를 만들어도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8자를 한데로 모아 둥근 원을 만들어야 해요) 폴대의 탄성이 너무 좋아 자꾸 텐트가 달아났습니다. “이게 아닌데.” 잔디밭 여기저기로 구르는 텐트를 보며 나는 울상이 되었습니다. 해는 이미 저물었어요. “제가 해볼까요?” 군대에서 가끔 텐트를 쳐보았다는 당신이 나섰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우리는 머리를 모아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영상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팝업 텐트 3초 만에 접는 법’, ‘정말 쉬운 원터치 텐트 접는 방법 10초 컷’ 등을 보며 시도를 해보았지만 우리의 텐트는 펼쳐진 그대로 달빛 아래 빛났습니다(내가 유튜버였다면, ‘텐트 접는 법’보다 ‘텐트를 접으며 싸우지 않는 법’ 영상을 만들 것 같아요. 세계 평화를 위해서요). “그냥 버리고 갈까요?” 손이 아릴 때까지 폴대를 부여잡던 내게 당신은 말했죠. 내가 낑낑거리는 사이, 당신은 지루함을 견뎌야 했으니까요. 작은 소동 끝에 텐트는 다시 동그라미로 돌아갔습니다. 부러진 폴대가 삐죽 튀어나온 가방을 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쉽지는 않았어요. 버스를 타고 가고 싶은 나와 달리 당신은 조금 더 걷고 싶어 했잖아요. 바다이야기파칭코릴게임 지친 몸으로 돌아와 샤워를 할 땐 깜짝 놀랐어요. 어깨에 빨간 멍 같은 게 생겨서요. 돌이켜보니 텐트에 쓸린 살갗에 자국이 남은 거였죠. 그 자국을 매만지며 조금 서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집도, 차도 없는 이는 텐트를 떠올립니다. 텐트라는 사물은 어쩌면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걸 가르쳐줍니다. 냉기와 벌레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어떤 바닥을 하나 골라 두 사람의 터로 정하자고 약속을 해요. 거기서부터 벽과 지붕을 세워 올릴 거예요. 평탄하지 않은 바닥에서요. 그렇게 흙바닥에 자리하면 평소엔 들리지 않던 소음이 평화롭게 들려옵니다. “자전거 살과 새가 움직이는 소리”로서요. 그래서 사람들은 자꾸만 고장 날 팝업 텐트를 사는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텐트를 치면서 우리가 있을 자리를 정하는 건 우리 자신이라고 배우니까요. 저녁이 되면 허물어져야 하는 공간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그곳에 “엉금엉금 기어서” 들어가는 일시적인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이 시를 처음 읽을 땐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텐트에 대해 쓰면 쓸수록 이 세상에 돋아난 다른 텐트들이 어른거립니다. 비유로서의 텐트가 아닌 난민들의 텐트, 가자지구의 텐트를 떠올립니다. 임시적인 공간에 오래 머물러야 하는 이들이 오늘만은 “텐트의 형태로 퍼지는 빛” 속에서 머물 수 있도록, 나는 그동안 작게 접혀 있던 내 마음을 던져 “빛 묻은 강”처럼 펼쳐지게 합니다. 팔레스타인에 평화를. 김보나 시인 l 2022년 신춘문예 등단. 시집 ‘나의 모험 만화’, 산문집 ‘웃는 흉터’가 있다. 이제 그 무엇도 아닌 ‘사랑’을 들을 차례. 작가들이 숨어 애송하는 연애시의 내막을 연재합니다. 런 영상을 보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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