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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17 06:35 조회 2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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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다. 이런 말도 있다. “죽으면 끝.” 하지만 오늘 우리 사회는 죽어서도 말하고, 당연히 끝도 아니다. 디지털 세상의 도래와 함께 우리는 자발적으로, 혹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그곳에 제법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그 흔적들은 우리가 죽어서도 끝없이 말한다. 칼 외만 스웨덴 웁살라대 정치학과 교수의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은 디지털 미디어가 “사회의 기본 모드”가 되면서, 죽은 자들이 생전에 남긴 온갖 온라인 기록들이 어떤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지, 충분한 해법은 있는지 묻는 책이다. 잘 알다시피 데이터를 처리하고 ‘채굴하는’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예측 알고리즘’은 산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데이터만 충분하면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1분만 들려줘도 똑같이 따라 할 정도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죽은 자들의 족적과 자취를 가치 있게 여긴다. 그들의 “전설과 노래와 전통을 통해 땅에 깃들어 더 위대한 영혼의 일부”가 되는 일은 언제든 반갑다. 하지만 생물학적 기억은 “간직하기 쉬우면서도 변덕스럽고 왜곡되기 십상이어서” 죽은 자가 남긴 기록들이 본래의 뜻을 머금고 지속되기 어렵다. 고인에 대한 기억을 세월 혹은 세대를 넘어 오롯이 간직하려면 “고인의 영원성을 투영할 표식이나 물리적 구조물”이 있어야 하는데, 디지털 세상은 그런 뒷감당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을 뿐이다. 이 물음은 궁금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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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곧 돈이 되기 때문에 우리 근황을 묻는 있는 걸, 우리는 모르지 않으면서도 쓰고 또 쓴다.
온라인상에 고인(망자)이 출현하는 것은 단순히 “유족들의 문제 혹은 온라인 플랫폼들의 골칫거리”가 아니다. 오래전 인류 삶의 터전에는 산 자와 죽은 자가 늘 공존했다. 하지만 。차 사회가 온라인에 집중되면서 “죽음을 감추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현상이 죽은 자에게는 그런 의도가 없음에도, 우리 모두를 “거의 완벽한 과거 기록 속에서 살며 과거를 겪”도록 만든다. 문제는 우리가 “죽은 자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어떻게 선택하느냐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이다. 죽은 자가 남긴 데이터를 ‘소유물’로 보느냐, 아니면 “인간성을 이루는 구성물”로 보느냐에 따라 ‘방법’은 달라질 것이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인간이 어떠한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와 연관이 있다.
저자는 죽은 자가 온라인상에 남긴 사사로운 기록, 즉 ‘디지털 유해’를 연구하는 행위가 “(죽은 자를)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취급한다는 .에서 그들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아예 연구를 막을 길은 없다. 다만 “대단히 중요”한 일은 “이 활동을 누가 통제하느냐”라고 명토 박는다. 즉 “누가 데이터를 소유하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환기와 합의가 선행돼야만, 죽은 자의 기록이 온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죽은 자는 각자지만, 그들의 기록이 사회적 의미를 갖는 “디지털 유해 집합체”가 될 경우, 그것은 “공동의 문제”이자 우리 사회가 답을 내놓아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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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자는 그것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사회적 우려가 적지 않음에도 “디지털 사후세계 산업”은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죽은 자의 음성을 재생하는 건 일도 아니다.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 SNS도 여럿이다. 이에 따라 “애도 노동”이라는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났다. 저자는 애도 노동의 비정상적인 단면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디지털 유해는 흡혈귀처럼 살아 있는 노동을 빨아먹어야지만 살 수 있고 많이 빨아먹을수록 더욱 원기 왕성해지는 불사의 주체 같은 것이 된다.” 죽은 자의 기록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떠받치는 애도 노동은 온당한 대우를 받기 어렵다.
저자는 책 내내 죽은 자의 기록에 대한 철학적, 사회학적 탐구를 계속한 끝에 “(디지털) 과거는 누구의 것인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어떤 사람의 기록은 보존할 가치가 있고, 그런 가치가 없는 사람도 있는가? 디지털 유해의 영구 보존 비용을 낼 수 있는 후손이 있으면 보존하고, 그렇지 않으면 폐기되어야 하는가? 아직 해답은 없다. 논의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기술은 우리 예상을 늘 앞질러 간다. 저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를 먼저 하자고 제안한다. “소비자의 권력으로 플랫폼들에 압력을 가하여 디지털 유해를 함부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업에는,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인간 데이터를 다루는 업계가 디지털 유해와 관련하여 자발적 직업윤리 강령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232쪽, 1만9000원.
장동석 출판평론가
, 혹은 의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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