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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소장하고, 세계 최대 명품그룹 LVMH를 이끄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선물 받은 한국의 공예품이 있다. 배우 앤 해서웨이와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에게도 이 브랜드 제품이 건네졌다. 전통공예 기반 한국 럭셔리 브랜드 ‘채율’에서 만든 제품들이다.
채율은 자개와 옻칠, 칠보 등 한국 전통공예의 재료와 장인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가구와 주얼리, 식기, 생활 오브제 등을 만드는 한국 럭셔리 브랜드다. 옛 공예품을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전통의 재료와 기술은 살리면서 오늘날 생활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쓰임을 더하는 데 초。을 맞춘다.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가 채율을 한국 전통공예에 기반을 둔 국내 대표 브랜드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 브랜드를 18년간 운영해 온 이정은 대표(사진)가 최근 자신의 경험과 ‘한국형 명품’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 <채율하다>를 펴냈다. 이 대표를 11일 만나 한국 럭셔리의 미래를 물었다.
'한국산 명품'이란
“한국적인 문양을 넣는다고 한국산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대표가 말하는 명품의 출발。은 재료와 기술이다. 단순히 전통 문양을 현대 제품에 입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공예 고유의 재료와 기술, 이를 다루는 방식까지 제품 안에 녹아 있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이 명품이 단순히 감상에만 머무는 예술 작품이 아니라는 .이죠."
이 대표는 “자개와 옻칠, 칠보에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사람의 손과 시간으로 완성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며 “그 재료를 이해하고 기술을 존중하면서 오늘의 생활에서도 쓰고 싶은 물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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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율은 해외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공예의 가능성을 꾸준히 시험해왔다. 2010년 리델을 시작으로 2014년 까르띠에, 2025년 루이비통과 협업했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좋은 장인의 기술만으로 수요를 끄는 건 한계가 있다는 .을 체감했다. 한 장인의 숙련을 담은 디자인과 품질 기준, 고객 경험까지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야 비로소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철학이다.
뉴욕서 떠올린 ‘한국산 명품’의 꿈
이 대표는 20대 초반이던 2008년 사업을 시작했다. 불교미술을 전공한 그는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휴학하던 때 우연히 방문한 뉴욕에서 브랜드에 대한 꿈을 키웠다.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비통 등 세계 굴지의 명품 브랜드 매장이 늘어선 5번가를 걸으며 ‘오랜 공예 기술을 가진 한국에는 왜 이들과 나란히 떠올릴 만한 브랜드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품은 것이 계기가 됐다. 비슷한 시기 뉴스로 접한 숭례문 화재 소식이 의지를 더했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유산도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통의 가치를 오늘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물건으로 연결하고 싶었다”고 했다.
브랜드 이름부터 지었다. ‘채율(彩律)’에는 ‘전통의 색을 다스린다’는 뜻을 담았다. 옛 공예를 그대로 되살리기보다 재료의 성질과 장인의 기술을 살리면서 지금의 생활에 어울리는 물건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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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이상을 품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곧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했다. 가장 어려운 숙제는 이상과 수익성을 함께 맞추는 일이었다. 디자인을 조금만 바꿔도 제작 방식과 공정이 달라지고, 시간과 비용이 함께 늘어났다. 그렇다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핵심 공정을 줄이면 제품의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 이 대표는 장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았다. 디자인이 먼저 나오고 장인이 이를 뒤늦게 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구조와 소재, 공예기법을 함께 들여다보며 제품을 완성했다.
이 대표가 18년간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배운 건 명품을 만드는 힘이 ‘오랜 시간 같은 기준을 지키는 것’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수작업이라 비싸다’는 설명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렵다”며 “좋은 재료와 섬세한 손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그 기술을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지에 대한 디자인과, 제품마다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이름 아래 축적하고, 고객이 언제 만나도 같은 품질과 경험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결국 ‘브랜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엔 명품이 없는 게 아닙니다. 명품을 하나의 이름 아래 축적해온 ‘브랜드’가 없는 게 문제죠.”
18년 경험 책 한 권에 담아
이 대표가 최근 신간 <채율하다>를 펴낸 이유도 브랜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뛰어난 공예품 하나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술과 디자인, 품질 기준, 고객 경험을 하나의 이름 아래 쌓아가야 한국에도 오래가는 명품 브랜드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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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특히 강조하는 싶었던 내용은 한 장인의 경험이 한 사람에게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이다. 만드는 방법 뿐 아니라 실패한 이유, 재료를 고르는 기준, 완성도를 판단하는 경험까지 다음 세대로 넘겨야 일회성 유행에 그치지 않고 한국 대표 럭셔리 브랜드로 지속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여러 사람이 경험을 축적하고 이어가는 구조가 생겨야 브랜드가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의식으로 앞으로는 기술 전승 교육기관인 ‘채율장인학교’을 세우는 걸 구상하고 있다. 그는 “기술을 가르치는 데서 끝나면 전승도 오래가기 어렵다”며 “채율이 지금까지 물건을 통해 전통을 이어왔다면 앞으로는 그 물건을 만들어갈 사람을 키우는 일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인공지능(AI)과 기계가 제작 과정의 일부를 대신하는 시대가 되면서 되레 ‘사람’을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표는 “완성된 형태를 만드는 기술 자체보다 재료의 상태를 읽고,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아 다시 바로잡는 경험이 장인성을 만든다”며 “공정 일부가 자동화되더라도 오랜 경험에서 나온 판단까지 기계가 그대로 대신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채율의 다음 무대는 해외다. 18년 전 브랜드에 대한 꿈을 키웠던 뉴욕을 첫 진출 후보지로 보고 있다. 그는 “한국 공예가 세계인의 생활 속에서도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계속 보고 있다”며 “K컬처에 대한 관심과 시장성을 고려해 뉴욕을 우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해외에서 비싸게 팔리는 한국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도 이름 자체가 보증 수표가 되는 한국산 진짜 명품 브랜드를 구현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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