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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12 21:08 조회 3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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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연 보여드릴게요."
맑은 가을 하늘이 펼쳐진 경기 가평군 자라섬 일원에서 10월 9일부터 3일간 열린 '제23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보조 무대에는 조금 특별한 아티스트가 등장했다. 검은 피부에 곱슬한 흑발을 하고 선글라스를 쓴 인공지능(AI) 피아니스트 '스캇'의 데뷔다.
스캇은 무대 스크린 영상에서 증강현실(AR)을 통해 일본 야마하의 자동연주피아노 '디스클라비어'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인간 재즈 아티스트와 실시간으로 협연했다. AI의 연주 데이터는 디스클라비어에 전달돼 건반과 페달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스캇은 연주하는 음에 알맞게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 움직임과 몸짓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해 실감을 더했다.
재즈는 클래식 등 다른 장르보다 연주자의 순간적인 선택에 따라 곡이 달라지는 '즉흥성'이 중요하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과 KAIST 음악오디오컴퓨팅 연구실(MACLab)이 함께 처음 선보인 'AI 재즈 라운지' 무대는 즉흥성을 중심으로 재즈 아티스트들의 연주에 AI가 어떤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마련됐다.
● AI가 곡 진행 인지하고 사람과 호흡 맞춰 피아노 연주
AI 재즈 라운지 무대는 사전에 학습한 곡을 바탕으로 AI가 피아노를 통해 연주자와 호흡을 맞추는 '공연 세션'과 처음 접하는 연주에 AI가 즉각 반응해 드럼 등 새로운 소리를 생성하는 '즉흥 세션'으로 구성된다.
먼저 공연 세션은 AI 피아니스트 스캇과의 협연으로 연출됐다. 스캇의 외형은 국내 기업 스튜디오메타케이에서 디자인하고, 연주와 동기화한 손가락 움직임은 KAIST 연구팀이 구현했다. 몸동작은 프로 피아니스트의 모션 캡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MACLab을 이끄는 남주한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공연 세션에 대해 "'스코어 팔로잉' 기술로 사전에 학습한 곡과 실제 연주되는 곡이 얼마나 비슷한지 실시간으로 유사도를 평가하는 방식"이라며 "현재 연주가 솔로인지, 멜로디·테마인지 유사도를 바탕으로 진입 시. 등을 판단해 협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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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재즈 라운지 참여 연주자들은 무대를 마치고 후기뿐 아니라 음악 분야 AI 활용에 대한 고민과 생각도 함께 밝혔다.
공연 세션을 진행한 재즈 보컬리스트 문미향 씨와 베이시스트 김대호 씨는 각자 스캇과 한 번씩 듀오 무대를 선보인 뒤 마지막에는 트리오로 함께 '블루문'을 연주했다.
스캇의 실력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연을 마친 후 문 씨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 AI의 연주가 지나치게 뛰어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절대적인 실력 자체는 아무래도 아쉬웠다"며 "그래도 피아노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사운드를 채워줘 좋았고 재미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 오류가 생기지 않을까에 대한 불안함이 기본적으로 있었다"며 "만약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즉흥적으로 무마해야 하나 고민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는 .에서는 두 사람 모두 동의했다. 김 씨는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아직 연주를 구현하는 능력 자체는 조금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지금이 초기 단계여서 그렇지 2~3년 안에 엄청나게 발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씨는 "공교롭게도 이번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기 며칠 전 친구와 AI가 만든 영화를 봤다"며 "얼굴 등에서 조금 AI로 만든 티가 나긴 했지만 짧고 강렬한 서사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음악에서 AI가 얼마나 잘 하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으로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주자 입장에서는 'AI에 밥그릇 뺏기는 거 아닌가' 같은 민감한 생각이 들 수 있고 저도 처음에는 상당히 경계했다"며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연구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AI가 우리의 자리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다른 가능성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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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씨는 AI가 재즈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아마추어 재즈 시장을 키우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재즈는 연주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지만 학생이나 아마추어 연주자가 매번 다른 파트 연주자를 구해 합주 연습을 하기는 어렵다.
문 씨는 "AI가 현실감 있는 연주를 제공한다면 프로들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학생들도 연습하기 쉬워질 것 같다"며 "프로뿐 아니라 아마추어 재즈 시장도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1930~1940년대 활동했던 재즈계 거장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들의 연주를 AI로 되살려보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김 씨는 "약 20년 전에도 유명 피아니스트의 스타일을 선택해 변주를 생성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며 "예를 들어 존 콜트레인이라는 연주자의 연주를 계속 학습시켜서 자유롭게 그 사람의 연주를 구현시킬 수 있다면, 그래서 그분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함께 연주해 볼 기회가 있다면 아주 멋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AI를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는 실체를 마주하고 정확히 어떤 건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AI의 수준을 인지하고 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도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트리오로 무대에 오른 재즈 피아니스트 곽정민 씨는 "AI는 전혀 모르는 분야였고 모르면 부딪쳐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프로젝트 참여 배경을 밝혔다.
곽 씨는 "솔직히 내가 무대에서 AI에 밀리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직은 아닌 것 같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인간을 뛰어넘는 연주 자체는 금방 구사할 것 같지만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곽 씨와 함께한 베이시스트 정상이 씨는 "연주 자체는 괜찮게 하지만 아직 다른 악기 소리에 반응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AI의 발전이 인간에게 새롭고 좋은 아이디어를 줄 수 있고 지금껏 다다르지 못한 영역까지 넘어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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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기타리스트 이지호 씨는 "앞으로 이번 무대 같은 기회가 있다면 응할 생각이 있다"며 "아직 AI가 발전 단계에 있으니 함께 참여해서 일조하고 또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허대욱 씨는 스캇과 피아노 두 대로 협연을 이어 가다 마지막에는 허 씨가 작곡한 곡으로 AI와 연주를 한 번씩 주고받았다. 스캇은 같은 곡에서 허 씨와는 다른 방식으로 화려한 솔로 연주를 선보였다.
허 씨는 "솔직히 AI가 너무 잘해서 제가 기분이 조금 나빴다"며 "상상했던 것보다 잠재력이 훨씬 컸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AI 같은 부분도 있는 반면 두세 부분 정도는 저도 감탄했고 따라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평가했다.
허 씨는 AI를 통해 '인간의 확장'이 일어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기계음인 신디사이저 소리에 감동한다고 하면 AI가 만든 소리에 감동하지 못할 건 뭐가 있나 한다"며 "인간 중심의 프레임이 벗겨지면 우리가 지금 자동차나 휴대폰을 보고 놀라지 않는 것처럼 AI도 인간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음악을 통해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전 설정 없는 '완전한 즉흥 연주'까지 시도한 실험 현장
즉흥 세션에서는 AI가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반응해 드럼 반주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협연이 진행됐다. KAIST가 개발한 실시간 생성 협연 기술 '딥포켓'의 첫 공개 세션이다. 관객·연주자 모두가 AI의 진정한 즉흥 연주 과정을 직접 경험한다. 공연 세션보다 기술 성숙도가 낮아 도전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스윙·발라드·보사노바 등 세부 장르만 설정하고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시작하면 AI가 음과 리듬, 템포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드럼 파트를 생성한다. AI 반주는 매번 새롭게 생성되기 때문에 같은 곡도 칠 때마다 다르게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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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실험적인 시도를 즐긴다고 밝힌 재즈 피아니스트 안현빈 씨는 즉흥 세션 무대에 앞서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즉흥 연주를 AI와 함께 펼쳐 나가겠다"고 말한 뒤 약 15분에 걸쳐 AI의 드럼 반주와 연주를 이어 갔다.
연주를 마친 후 안 씨는 "템포가 급격히 빨라지거나 느려질 때 사람으로 치면 당황하는 게 느껴지는 등 아직 인간 연주자보다는 부족한 것 같고 AI가 재즈를 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통적인 재즈 어휘나 표현 방법을 많이 모아 학습시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씨는 "전자음악처럼 기술이 발명될 때마다 음악이 많이 바뀌었다"며 "AI도 새로운 기술이니까 AI만이 할 수 있는, 예를 들어 인간의 물리적인 한계를 벗어난 음악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안 씨는 "AI로 뮤지션이라는 직업 자체의 가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AI를 비난·폄하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확실히 공부를 해서 AI의 한계.을 찾거나 AI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즈 피아니스트 박지민(활동명 지민도로시) 씨는 즉흥 세션 무대를 마치고 "내 연주에 드럼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고민하면서 연주를 이어갔다"며 "동료 뮤지션들에게도 한번 권유해 보고 싶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 앨범을 작업하기 전에 샘플로 집에서 녹음하는 데 유용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AI의 발전이 빠르고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인간은 인간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한다"며 "AI의 연주가 신기하더라도 매력을 느껴서 팬이 되는 대상은 결국 사람일 것"이라고 밝혔다.
남주한 KAIST 교수는 "즉흥 세션은 저희가 한 번도 사전에 연습해 본 적이 없다"며 보통 연구에서는 논문을 쓰고 검증한 뒤 무대에 올려야 하는데 이번에는 무대에서 바로 실험했다는 。에서 매우 도전적이라는 설명이다.
공연에서 일부 AI 연주가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실과 실제 야외 공연장의 음향 조건이 크게 달랐다는 。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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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교수는 "이번 시도가 컴퓨터 안에서만 작동하는 대형 언어모델(LLM) 같은 AI와 달리 불확실성이 큰 실제 물리 환경에 적응하고 작동해야 한다는 .에서 '피지컬 AI'와 유사한 성격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사람들이 만나서 리허설을 하듯이 아티스트와 AI 시스템이 교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기술과 예술 사이의 번역가 될 것"
남 교수는 "2022년부터 주로 클래식 장르에서 AI 협연 공연을 시도해 왔지만 재즈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라섬 측에서 먼저 제안이 왔고 기술적으로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며 "연구실 내 재즈를 좋아하고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도 이번 프로젝트 추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AI가 자기 연주를 듣고 스스로 수정하는 단계까지 높이는 것이 향후 계획이다. 남 교수는 "지금은 남의 연주를 듣긴 하지만 자기 연주를 듣는다고 얘기하기는 힘들다"며 "궁극적으로 자기 연주를 자기가 듣고 스스로, 실시간으로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AI 재즈 라운지 프로젝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6 신기술융합음악콘텐츠개발지원' 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2017년 '인공지능 작곡 재즈 콘서트'를 시작으로 2021년 온라인 공연, 2022년 대체불가능토큰(NFT) 티켓과 메타버스, 확장현실(XR) 콘서트와 증강현실 기자회견, 2024년 야외 공연에서도 관객이 공간감 있는 음향을 경험하도록 하는 라이브이머시브 사운드 스테이지, 2025년 음악·소리에 반응하는 실감영상 프로젝트 등 기술과 재즈 공연의 접목을 꾸준히 이어 오고 있다.
2007년부터 20년째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는 계명국 감독은 "아티스트에게만 맡기면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하고 기술자에게 창작을 하라고 하면 결과물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그래서 최근 사업은 아티스트 그룹과 기술 그룹을 매칭시키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기술과 예술 사이의 번역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우리가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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