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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외국인 관광객이 빈 커피 컵을 들고 두리번거리다 가로수 아래 놓고 떠났다. 가로수 아래엔 종이컵과 꼬치, 음식 포장지가 쌓여 있었다. 프랑스에서 온 브레드로 미나(29)씨는 “파리에선 5분만 걸어도 쓰레기통을 여럿 볼 수 있다”며 “여기선 다 마신 음료 컵을 1시간 동안 들고 다니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894만명이 한국을 찾았지만 대표 관광지 명동에선 쓰레기통을 찾기 어렵다. 이날 명동거리에서 만난 외국인 6명 중 3명이 가장 불편한 .으로 쓰레기통 부족을 꼽았다. 음식 포장지나 빈 컵을 버리기 어려워 지하철역까지 들고 간다는 관광객도 있었다.
실제로 명동거리 500m 구간에는 공공 쓰레기통이 하나도 없었다. 명동관광특구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35개뿐이다. 중구를 찾는 외국인은 시간당 평균 1만8186명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다. 하지만 중구 전체 거리 쓰레기통은 146개로 서울 25구 중 금천구(136개) 다음으로 적다. 강남구(992개)의 14.7%다.
관광객 불편이 커지자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지난달 21일 명동거리 노. 346곳에 영어·일본어·중국어 안내판을 달았다. 관광객이 쓰레기를 건네면 노。이 대신 처리해 준다는 내용이다. 중구는 2024년부터 노.상들이 관광객 쓰레기를 받아주도록 했지만 이를 모르는 관광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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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노.상은 관광객 쓰레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번 안내판은 서울시가 설치했고 쓰레기봉투 비용은 각 노.상이 부담한다. 중구는 매일 밤 쓰레기를 수거하고 무단 투기도 단속한다.
지난해 명동 일대에선 하루 평균 31t, 많을 때는 40t씩 쓰레기가 나왔다. 노。상 김모(50)씨는 매일 오후 4시 영업을 시작하기 전 주변 쓰레기부터 치운다. 1장당 1250원인 50L 종량제 봉투를 하루 3장씩 쓴다. 한 달 봉투 값만 1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상인들은 거리 쓰레기통 설치에는 부정적이었다. 노.상 박모(36)씨는 “10여 년 전 쓰레기통이 있었을 땐 1시간 만에 주변 3m까지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다”며 “악취 속에서 음식을 만들어야 했는데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했다.
중구는 지난 10년간 명동에 쓰레기통을 설치했다가 철거하는 일을 반복했다. 중구 관계자는 “관광객은 쓰레기통을 늘려달라지만 상인들은 가게 앞에 놓지 말라고 해 설치할 장소를 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명동에서 쓰레기통을 늘리는 대신 노.상들이 관광객 쓰레기를 받아주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에서 거리 쓰레기통이 줄어들기 시작한 건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면서다. 가정 쓰레기를 거리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 늘자 각 구가 철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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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 7607개였던 쓰레기통은 2007년 3707개까지 줄었다. 종량제는 버리는 양만큼 비용을 내게 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거리 쓰레기 관리 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시。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023년부터 각 구에 설치비를 지원해 쓰레기통을 다시 늘리고 있다. 올 9월 기준 7142개다. 스페인 마드리드는 거리 쓰레기통이 9만여 개다. 프랑스 파리는 2만4000여 개, 미국 뉴욕은 2만3000여 개다. 하지만 일부 구는 관리비 부담 등을 이유로 오히려 쓰레기통을 줄이고 있다. 쓰레기통 설치비는 1개당 25만~120만원이지만 설치 후 수거·청소에 계속 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일본 교토 기온 상.가에서는 가게 20여 곳이 공동 쓰레기통을 운영한다. 관광객은 어느 가게에서 산 물건이든 쓰레기를 버릴 수 있고 지역 폐기물처리업체가 수거한다. 교토시는 이 사업에 보조금을 지원했다. 도쿄도는 올해부터 지자체가 관광지에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설치비 최대 80%와 3년 운영비를 지원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관광지 쓰레기 문제는 서울 이미지와 관광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서울시가 운영 비용을 지원하고 각 구가 지역 특성에 맞게 설치 장소를 정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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