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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청 대회의실 옆 대기 공간. 턱시도와 무대 의상을 차려입은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막이 오르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지휘자의 몸짓과 표정을 눈으로 좇으며 북을 두드리고, 함께 노래하고, 살아온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다. 1시간 남짓한 공연과 커튼콜 인사까지 마친 이들은 어깨를 활짝 편 채 무대 뒤로 향했다. 이날 낭독음악회 '내 인생의 달빛' 무대에는 평균 나이 80대 중반인 어르신 12명이 올랐다. 이 가운데 11명은 난청과 경도인지장애(MCI)를 함께 겪고 있으며, 나머지 1명은 남편과 참여한 보호자다. 이들은 용산구치매안심센터에서 지난 5월부터 공연 당일까지 총 20회에 걸친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귀가 어둡고 자주 깜빡하는 이들에게 무대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신체적·인지적 어려움을 안고도 음악을 매개로 한자리에 모여 결국에는 공연을 멋지게 완성했다. ◆ 지휘자 손끝에 쏠린 눈...낭독·연주·합창 어우러진 공연 이번 음악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추진하는 '마음치유, 봄처럼' 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지역사회 기반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으로, 문화예술 치유 기업 피어나와 용산구치매안심센터가 협력했다. 평일 오후였지만 객석은 가족과 지인들로 가득 찼다. 용산구청 직장어린이집 아이 10명도 무대에 올라 공연의 시작과 끝을 같이했다. 공연은 '인생의 달빛', '사랑', '헌신', '나의 영광' 네 장으로 짜였다. 낭독과 연주, 합창이 번갈아 이어지는 음악극 형식이다. 드뷔시의 '달빛'과 동요 '반달'로 막을 연 무대는 비제의 '카르멘' 서곡과 '청춘을 돌려다오', 베르디의 '대장간의 합창'과 '아빠의 청춘'을 거쳐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와 '아리랑'으로 마무리됐다. 마지막 곡 '아리랑'은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불렀다. 릴게임야마토 낭독 원고는 어르신들이 살아온 세월이 고스란히 담겼다. 수업 초기 어르신들이 꺼낸 이야기를 강사진이 기록해 공연 원고로 엮었다. 박혜인 피어나 대표는 "남성 어르신이 많고 자녀를 챙기며 살아온 분들이 많아 '헌신'이라는 주제가 나왔다"며 "'아빠의 청춘' 같은 노래도 그런 배경에서 골랐다"고 말했다. '헌신' 장에서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는 고백이 전해졌다. 해 뜨기 전 집을 나서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서야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대목도 나왔다. 이어 '대장간의 합창'이 울려 퍼지자 어르신들은 북 등 타악기를 힘차게 두드렸다. '아빠의 청춘'이 시작되니 무대와 객석에서는 모두 "브라보"를 외쳤다.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어르신들의 시선은 지휘를 맡은 이신원 음악치료사의 표정과 손끝을 떠나지 않았다. ◆ 경도인지장애·난청 벽 너머..."소리보다 소통이 더 중요" 공연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이 치료사는 "난청이 시작되면 기능 문제를 넘어 심리적으로 듣는 일 자체를 힘들어하고, 아예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그는 "처음엔 무슨 말을 해도 다들 고개를 끄덕이셨는데, 사실은 알아들은 척하신 것"이라며 "음정도 맞지 않았고 큰 소리를 내기도 어려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초기에는 음악을 듣기보다 지휘자의 손짓을 눈으로 보고 노래를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강사진은 청각에만 의존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 치료사는 "보청기가 불편하다며 빼는 분도 있었다"며 "소리가 잘 들리는지보다 서로 주고받는 소통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표정과 입 모양, 몸짓이 신호가 됐고, 화면 자료는 글씨를 키우면서 색도 달리했다. 노래 강사는 정확한 음정을 잡아줬고, 반주자는 피아노 소리가 어르신들 귀에 잘 전달되도록 음역을 조정해 편곡했다 릴게임,릴박스,릴짱,게임몰,릴게임사이트 . 공연곡이 정해진 뒤에는 휴대전화 앱을 활용해 집에서도 반복해서 들을 수 있게 했다. 경도인지장애로 수업 내용을 잊는 일도 있었다. 강사진은 매주 같은 안내를 반복하기도 했다. 센터 직원들은 수업 직전까지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돌렸다. 연락을 받고서야 "아, 맞다. 지금이라도 갈게요"라며 서둘러 집을 나선 어르신도 있었다. 각자의 인지기능과 신체 상태, 상태와 성향도 달랐던 만큼 역할을 배분하는 일도 중요했다. 이 치료사는 "기능이 조금씩 다른 어르신들에게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을 나눠 드리고, 이를 하나의 음악으로 합치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연습이 거듭되면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 이 치료사는 "수업이 쌓이다 보니 ..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 공연까지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 과정에서 음악은 어르신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매개가 됐다. 그는 "'들어보세요'라고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노래가 나오면 각자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며 "계속 부르다 보면 내 소리가 들리고, 옆 사람 소리가 들리고, 피아노도 들린다. 그러면 합창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걸음 불편한 아내..."내가 못 오면 할아버지도 못 오지" 출연진 가운데는 김동춘(89)·오승미(82) 씨 부부도 있었다. 오 씨는 인지기능에 문제가 없지만 남편의 보호자이자 동료 참가자로 무대에 섰다. 귀가 잘 안 들리는 남편이 혼자 참여하기를 망설이자 아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는 "혼자 하려니까 머뭇머뭇하길래 '내가 같이 가면 할 거야' 했더니 그러겠다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다녔다"고 했다. 오 씨 역시 다리가 불편해 매번 택시를 이용했다. 수업을 오갈 때마다 매번 택시를 잡아주며 이동을 도운 건 아들이었다. 릴게임사이트 부부는 공연 전 총 19회 수업 가운데 불가피한 사정으로 두 차례만 빠지고 17회를 출석했다. 오 씨는 "힘들어서 빠지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다른 분들에게 지장이 생길까 봐 못 빠졌다"며 "내가 못 오면 할아버지도 못 오지"라고 웃었다. 김 씨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소리였다. 그래도 합주에는 문제가 없었다. 오 씨는 "대본도 없는데 선생님 움직임을 보고 누르면 합주가 되니 신기하더라"고 회상했다. 남편의 달라진 모습도 뜻밖이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하라고 하니 정말 적극적으로 하는 걸 보고 의외였다"고 덧붙였다. 공연을 마친 소감을 묻자 김 씨는 "지금 즐겁다"고 짧게 답했다. 곁에 있던 오 씨는 "큰 거 했죠. 농사를 지었지"라며 맞장구를 쳤다. 이어 "이런 경험을 안 해봤는데 이 나이에 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남편이 앞으로도 이 같은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는 귀띔도 잊지 않았다. 아들 내외에게도 수업에서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전했다고도 했다. 오 씨 자신에게도 이날 무대는 넘기 힘들어 보이는 고개였다. 그는 "무대 앞으로 걸어 나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여겼는데, 하려고 마음먹으니 되더라"고 털어놨다. 강사진이나 센터 측 역시 두 사람이 1시간에 걸친 공연을 끝까지 소화할 수 있을지 가장 걱정했다고 전했다. 강민수(81) 씨는 이번 프로그램에 흔쾌히 신청한 경우다.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노인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 게 반가웠다"고 참가 계기를 밝혔다. 노래와 낭독, 무대 공연도 모두 처음이었지만 떨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어려운 .을 묻자 "전혀 없었다. 즐겁고 고마웠다"는 답이 돌아왔다. 강 씨는 "카르페 디엠(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이라는 말을 건네며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니 이런 행사에 참여해 즐겁게 살자"고 또래들에게 권했다. ◆ 원동력은 결국 음악..."어르신 그대로의 모습 존중해야" 릴게임정글북 피어나는 3년 전부터 어르신의 삶을 음악극으로 만드는 작업을 이어왔다. 난청과 경도인지장애가 함께 겪는 어르신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표가 무대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존중'이었다. 그는 "공연에서 어르신들이 귀여워 보이거나 유치해 보이는 게 싫었다"며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어르신들은 어르신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최선을 다해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넘어 이들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여전히 많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어르신들이 아직 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선곡과 무대 구성에도 이러한 원칙이 반영됐다. 이 치료사는 "어르신 프로그램이 자꾸 트로트로만 흐르는데, 그것이 모든 분에게 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며 "클래식처럼 더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클래식과 오페라 합창곡을 포함하고, 관객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역을 조정했다.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별도의 음향 장비도 빌렸다. 어르신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음악이 가진 친숙함과 공감의 힘이었다. 이 치료사는 "어르신들은 공통적으로 음악을 좋아한다"며 "고향도,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만 그 시절 음악을 함께 나누다 보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옛 노래는 닫힌 기억의 문을 여는 열쇠이기도 했다. 노래를 듣다 누군가 남산에 갔던 추억을 꺼내면 여기저기서 "남산 많이 바뀌었나", "마지막으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88올림픽 영상을 보여줬을 때는 당시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한 추억담이 쏟아졌다. 박 대표는 "'어떻게 사셨어요'라고 묻는 대신 80년대 음악을 들려드리고 '그때 어떠셨어요'라고 하면 대화보다 훨씬 빨리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을 공연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음악이 있었다. 이 치료사는 "간단하게 말하면 음악이죠. 오징어릴게임 음악을 좋아하시니까요"라고 단언했다. 낭독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어르신들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공연을 준비하며 연습을 거듭한 시간은 그 자체로 "건강한 긴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치료사는 "원래 잘하시던 것을 잠시 잊으셨던 것뿐이고, 우리는 그 순간을 되찾아 드리는 것이라 생각보다 잘 하신다"고 했다. 이어 "음악과 추억으로 마음을 촉촉이 적셔 드리면 옛 기억 속으로 들어가면서 기능도 잠시 되살아나는 경험을 하시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 커튼콜 뒤 당당한 뒷모습..."지금 할 수 있는 일 시작" 현장에서 체감한 변화도 크다. 이 치료사는 "평소엔 정말 천천히 걸으시는데 오늘 이렇게 걸음이 빠르신 줄 몰랐다"며 "오늘이 가장 좋은 컨디션이었다"고 놀라워했다. 신체 훈련만큼 마음을 돌보는 일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마음을 위로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하려는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며 "음악치료는 그런 。에서 강.이 크다"고 말했다. 김소윤 용산구치매안심센터 부센터장은 난청을 치매 위험인자 가운데 하나로 보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난청에 주목해 음악으로 청각을 자극하고 뇌 활동을 돕고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며 "음악이 난청의 모든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로 소통하는 경험은 건강한 일상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매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 머무르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한다"며 "가족들도 어르신들의 도전과 노력을 따뜻하게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깜빡해도, 잘 들리지 않아도 어르신들은 끝내 합주와 합창을 해냈고, 자신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들려줬다. 커튼콜 뒤 당당히 퇴장하는 뒷모습에서는 한때 가족과 사회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오며 세월의 무게를 거뜬히 짊어졌던 시절의 기운이 느껴졌다. 오 씨는 디멘시아뉴스에 "이 모임 덕분에 새로운 걸 발견했다"며 "앞으로도 뭐든 열심히 할게요"라고 다짐했다. 지휘자 손끝에 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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