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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 보이즈, 27일 대학로 개막…12월 6일까지 공연 여성 배우 8인 드랙킹 연기…엘리트 소년들의 특권의식과 위선 풍자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호주 연극계에서 화제를 일으킨 블랙코미디 ‘트로피 보이즈(Trophy Boys)’가 27일 한국 초연의 막을 올렸다. 여성 배우들이 남성 엘리트 고교생을 연기하는 독특한 캐스팅으로 권력층 청소년들의 특권의식과 승리 지상주의를 풍자하는 작품이다.
‘트로피 보이즈’는 호주 극작가 엠마뉴엘 마타나의 작품으로, 2022년 멜버른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린룸 어워드 후보에 올랐으며 2024년 시드니 시어터 어워즈에서는 최우수 신작상을 받았다. 2025년에는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의 MCC 시어터에서도 공연했다.
이야기는 명문 사립고 ‘세인트 임페리움 칼리지’의 토론대회 결승전을 한 시간 앞둔 시.에서 출발한다. 토론팀 소속 오웬, 재러드, 스콧, 데이비드는 학교의 명예를 걸고 우승을 노리는 엘리트 소년들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논제는 ‘페미니즘은 실패했다’다. 그것도 찬성 측이다. 네 소년은 승리를 위해 온갖 논리를 동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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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가치와 교차성 페미니즘 이론을 거침없이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행동에서는 특권의식과 우월감, 치졸한 서열 다툼이 드러난다.
토론 준비가 진행될수록 소년들이 내세우는 주장과 실제 행동 사이의 모순은 커진다. 여기에 팀원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려던 소년들이 이번에는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처지에 놓인다.
한국 초연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캐스팅이다. 네 명의 남학생을 모두 여성 배우가 연기한다. 남성성을 의도적으로 과장해 표현하는 ‘드랙킹(Drag King)’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연출상의 자유로운 해석이 아니라 원작이 요구하는 조건이다. 라이선스 계약서와 대본에는 “모든 등장인물은 시스젠더 남성이 아닌 여배우들이 드랙의 형태로 연기한다(타협불가)”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여성 배우가 남성 권력층의 언행을 재현하도록 함으로써 남성성과 특권의식이 사회에서 어떻게 학습되고 표현되는지를 풍자하려는 의도다. 익숙한 성별 구도를 뒤집어 관객이 소년들의 행동과 발언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도록 한다.
출연진은 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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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자의식과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토론팀 리더 오웬은 제이민과 권소현이 맡는다. 카리스마 있는 재러드 역에는 고은영과 정가희가 출연한다.
재러드를 동경하며 허세를 부리는 스콧은 김별과 전해주가 연기한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이비드 역에는 권슬아와 이아진이 캐스팅됐다. 네 배역 모두 더블캐스팅이다.
관람 등급은 미성년자 관람 불가다. 제작사 씨일공일은 자극적인 대사나 성적 묘사뿐 아니라 작품이 다루는 사회적 풍자와 비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관람 환경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녀 대립의 관。으로 작품을 받아들이거나 승리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을 잘못 해석할 가능성 등을 감안했다는 입장이다.
최수명 씨일공일 프로듀서는 “세상을 배우기도 전에 이기는 법부터 배워버린 미성숙한 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동시대의 가장 뜨거운 화두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던지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탄탄한 대본의 말맛과 다이내믹한 연출이 결합되어 공연 후에도 깊은 담론을 남기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현정이 연출하는 ‘트로피 보이즈’는 12월 6일까지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4관에서 공연한다. 제작은 씨일공일이 맡았다.
PS. 토론에서는 이길 수 있어도, 자기모순까지 이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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