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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상 김만덕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이름이 오른 여성 리더입니다. 부모를 잃고 힘겹게 살았지만, 혼자 힘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부를 쌓았고, 이를 가난한 사람들과 나눈 삶의 가치가 실록에도 남게 된 거죠. 그가 처했던 상황, 문제의식 그리고 걸어왔던 길은 지금과도 통합니다. 유리천장은 아직도 튼튼하니까요. '오늘의 김만덕 이야기'를 매주 전합니다. <편집자말>
[여성 인권] 잇따른 여성 살해... "대통령님, '각오'는 예산으로 증명돼야 합니다"
ⓒ 이정민
10월 21일로, 스토킹처벌법 시행 5년을 맞았습니다. 그 5년 동안 스토킹 당하던 피해자는 안전해졌을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가장 최근 사건들만 볼까요. 지난 12일, 제주에서 40대 여성이 스토킹 가해자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13일, 충남 아산에서는 50대 여성이 스토킹·교제폭력 신고가 접수됐던 남성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 14일, 전주에서 남편을 스토킹 등으로 여덟 차례 신고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5년이 되었지만, 피해자의 현실은 여전히 암담하다"는 규탄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179개의 시민사회단체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과 열흘 사이에,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곳곳에서 신고하고 보호조치를 받던 여성들이 연이어 살해당했다"라며 "지난 5년은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조치'에만 집중해 온 시간이었다"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어 "스마트워치 지급을 대폭 늘리고, 모니터링 전화를 하는 등 피해자만 붙들고 온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라며 "가해자를 신속하고 확실하게 제재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스토킹을 가볍게 여기는 수사기관과 법원,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가족·연인·동료 등에 의한 관계성 범죄와 불특정 다수 국민을 향한 무차별 범죄 같은 강력범죄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다는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성 정치] 국민의힘 '관계성 범죄 TF'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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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에 관계성 범죄 관련 법안이 제정되긴 할 것 같습니다. 여야 모두 입을 모아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국민의힘은 당내 '관계성 범죄 TF'를 출범시키겠다고 합니다. 지난 21일 국민의힘 소속 성평등가족위원회 위원들은 '관계성 범죄, 반복되는 여성 피해와 국가의 책임'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정。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관계성 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 일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범행이 반복되거나 더 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보호조치의 전·중·후 모든 관계에서 고위험 가해자를 철저히 관리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철저히 분리해서 범죄 발생 자체를 막아야 한다"라며 "성평등가족위원회 중심으로 관계성 범죄 TF를 만들어 관계성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남인순 국회부의장은 지난 15일 '친밀관계폭력대책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습니다. 여야 의원 93명이 서명했죠. 흩어져 있는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관련 법들을 특위에서 한 데 모아 종합적으로 심사·처리하자는 것이 골자입니다.
여야 모두 '더 이상 관계성 범죄로 죽어가는 여성들이 없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제발, 올해를 넘기지 않고 관련 법안이 통과되길 바랍니다.
[여성 경제] 의상·분장·미술·소품 스태프 26.7% "성희롱 경험했다", 15.2% "성추행 경험했다"
▲ 노동권 침해 경험
ⓒ 한빛미디어인권센터
여성의 비중이 높은 의상·분장·미술·소품 분야 방송 및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이 폭언·성희롱·성추행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21일 국회 토론회 '드라마 스태프의 숨겨진 노동시간, 가려진 권리'에서 의상·분장·미술·소품 분야 방송 및 엔터테인먼트 종사자 223명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이 가운데 스태프 응답자 191명의 26.7%가 성희롱을 경험했고 15.2%가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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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 경험 비율은 68.1%, 폭행은 14.1%로 조사됐습니다.
해당 직업군에는 여성 종사자가 많은데요. 실제, 응답자 223명 중 196명(87.9%)이 여성이었습니다. 한빛센터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직장이 아님을 나타내는 결과"라고 지적했는데요.
성폭력에 노출된 상황에서, 응답자들은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채 상황을 넘겼다고 합니다. 성희롱 경험 응답자 51명 중 50명이, 성추행 경험 29명 중 28명이 대응을 하지 못하고 참았다고 답했습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이날 토론회에서 "(당사자들은) 배우와 카메라는 없으면 안 될 것 같지만, 의상은 없어도 되는 노동자로 취급 받는다고 전했다. 대상을 보살피거나 수발드는 노동처럼 느껴진다는 반응도 있었다"며 "촬영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짚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매해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결과를 볼까요. 2024년 보고서에서는 "성희롱이나 성차별 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부당행위 경험에 대한 5개 직군별 표적집단인터뷰 결과)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차별대우, 인격침해, 성희롱, 성불평등 등을 모두 '인권침해' 항목으로 뭉뚱그려서 조사하고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누가 얼마나 성희롱 등 성폭력에 노출되고 있는지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실을 명확히 알아야, 제대로 된 대책도 나올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성희롱을 겪고도 참아야 했다는 응답자들의 경험은, 진흥원의 조사에서도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현실입니다.
[원더우먼] 해녀, '여성 리더'가 되다
▲ 성정희 구룡포 어촌계장
ⓒ 해양수산부 제공
40여 년 동안 해녀로 일한 성정희(74) 포항시 구룡포 어촌계장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농수산식품 시스템 및 농어촌 개발 분야 여성 인재 100인'에 선정됐습니다.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FAO 본부를 방문한 성 계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삶의 무게감을 더 느낀다"며 소감을 밝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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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O는 기아 종식과 식량안보 증진을 위해 설립된 국제연합(UN) 산하 전문기구입니다. 농어촌 발전을 위해 애쓴 여성 지도자들을 알리기 위해 129개 회원국에서 600여 명이 추천됐고 이 중 100명이 선정됐습니다.
FAO는 성 계장에 대해 "한국어로 '바다의 여성'을 뜻하는 해녀는 세대를 거쳐 내려온 전통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작업한다"며 "그는 지역 해녀들을 지원하는 한편, 해녀 문화 체험과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을 결합한 비즈니스 센터 설립을 추진하며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성 계장이 해녀 일을 시작한 건 그의 나이 서른넷일 때였다고 합니다. 부산에서 하던 사업이 망해 고향인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으로 돌아와 바다로 향한 것이죠. 7살 아들, 6살과 2살 딸이 그의 곁에 있었습니다.
"아이 셋 딸린 여성을 받아주는 일자리가 없더라고예. 해녀는 열심히 한 만큼 소득도 있다 생각해서 시작했어예."
아이를 키우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동료 해녀들의 삶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갔습니다. 직접 잡은 수산물을 제값에 팔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바꿔냈는데요. 해녀들이 잡은 수산물을 중간상인이 모아 공판장으로 넘기던 구조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해녀가 직거래하는 '구룡포 해녀복지비즈니스타운' 직판장을 만들었습니다.
2021년에는 경북 최초 해녀 출신 어촌계장이 됐습니다. 해녀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직접 요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어촌계장은 공동 어장을 이용하는 어업인들을 대표하는 자리이지만 대다수가 남성(97%, 2024년 7월 수협중앙회)입니다. 해녀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을 제안한 것도 성 계장이었다고 합니다. 물질 중 심정지가 온 동료 해녀를 살린 일을 계기로 이 같은 제안을 했고, 해양경찰은 각 어촌의 해녀를 대상으로 응급처치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성 계장은 경북도 해녀협회도 조직했고,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어업계의 '여성 리더'인 셈이죠. 성 계장은 <경향신문>에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아도 여러 사람이 단체를 만들어 한목소리를 내면 더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여성 인재 100인'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더 큰 힘이 보태질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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