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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6-10-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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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반복되고, 우리는 ‘재난은 불평등을 타고 흐른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됐다. 하지만 재난의 위험이 누구에게 집중되고, 무엇이 이들을 위험으로 내모는지는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재난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재난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재난 안전에 취약한 이들의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전한다. [기획의 말] 더위도, 추위도, 물에도, 불에도 안전하지 않은 집 폭염·혹한·화재에 무방비…안전을 찾아 집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연일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야외 활동 자제, 충분한 수분 섭취, 시원한 실내온도 유지, 가족·이웃 안부 확인 등 건강 관리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서울특별시] 지난 여름,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지자체가 시민들에게 보낸 ‘재난안전문자’다. 그런데 더위를 피해 실내에 머물라는 정부의 안내와 달리 ‘집 안이 더 위험’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푹푹 찌는 더위를 피하려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집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오계순 씨(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주민, 71세)의 집 내부 “지붕이 얇아서 더 더워요. 밤에는 못 자. 잠을 잘 수가 없었어. 선풍기를 틀어놔도 뜨거운 바람 때문에 소용 없지. 찬물로 목욕을 해도 소용이 없고, 얼음을 수건에다 싸서 몸에 대고 있어야만 했어요.” 오계순 씨(동자동 주민, 71세)가 지난여름 밤을 떠올리며 말한다. 오 씨가 사는 단층 건물에는 7가구가 모여 있다. 한낮 뜨거운 열기에 달궈진 지붕 아래, 조그만 방에는 사람이 머물 수조차 없었다. 약 800명의 주민이 사는 동자동(서울시 용산구) 쪽방촌의 여름,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또 한 번 혹독한 계절을 견뎌내야만 했다. 낮과 밤의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좁은 방에서 ‘찜통더위’가 반복되면, 사람들의 남아 있던 체력마저 고갈된다. 이런 삶의 위기는 어쩌다 마주치는 위험도 아니고, 한 계절이 지난다고 끝나지도 않는다. 폭염이 지나간 자리에 어김없이 혹한이 들어서고, 얇고 틈 많은 벽은 영하의 추위를 그대로 통과시킨다. 영하의 날씨에도 오계순 씨는 전기장판 온도를 ‘1단’으로 맞춰둔다. ‘전기요금 폭탄’이 추위보다 무섭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독한 추위와 겨루기에 1단계로 틀어 놓은 전기장판의 온도는 미미하기만 하다. 문제는 추위와 더위뿐만이 아니다. 노후한 전선과 가연성 합판으로 이뤄진 건물 구조는 화재 발생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위험마저 품고 있다. 스프링클러나 비상경보기가 갖춰져 있을 리 없다.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은 소방차의 진입조차 가로막는다. 동자동 쪽방촌 건물의 상당수는 지어진 지 40~50년이 지난 낙후된 건축물들이다. ▲ 오계순 씨 집으로 가는 계단. 쪽방의 골목은 대부분 좁고 계단이 많다. “집이 곧 흉기” 주거 취약성에 얹혀진 기후재난 오래된 건물의 벽 여기저기 갈라진 틈새를 파고드는 것은 더위와 추위만이 아니다. “방 전체가 빈대 천지였어요. 온몸이 물려서 피가 나는데, 가려우니까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너무 고통스러워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도 심각하다고 입원해서 전신 소독을 하라고 했어요.” 오영섭 씨(동자동 주민, 61세)는 빈대에 물린 상처를 치료하고 돌아와 방을 전부 청소하고 약을 뿌렸다. 하지만 빈대가 물러간 자리엔 이번엔 바퀴벌레가 들끓었다. “밥상만 차리면 우르르 몰려들어요. 이건 그 자체로 재난이죠, 재난.” 낡고 오래된 1평 남짓한 공간은 더위와 추위, 화재, 지진 심지어 해충에도 안전하지 못하다. 동자동 주민들이 “집이 곧 흉기”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서울만 해도 돈의동, 영등포, 남대문, 창신동 등 서울 5대 쪽방촌에 3천 명 가까운 사람이 거주한다. 쪽방촌 말고도 ‘지옥고’라 불리는 지하, 옥탑, 고시원과 비닐하우스와 같은 비주택 거주자 그리고 거리 노숙인을 포함하면 주거불안과 재난 위험을 함께 겪는 사람들의 수는 가늠하기 어렵다. 2022년 신림동 반지하 침수 참사는 주거환경의 취약성이 어떻게 비극으로 이어지는지가 보여주었다. 당시 갑작스러운 폭우로 집 안에 들이찬 빗물을 피하지 못한 일가족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염과 혹한, 폭설과 폭우와 같은 자연현상이 취약한 주거와 같은 환경을 만날 때, 재난이라는 치명적인 얼굴을 드러내게 된다. 집값과 이윤에 밀린 안전, 현장을 외면한 지원책 반지하와 쪽방 등 취약한 주거환경이 부르는 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자, 수년 전부터 쪽방촌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지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오계순 씨가 사는 집은 집주인의 반대로 설치조차 하지 못했다. 가까스로 에어컨이 달린 건물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한 층에 여러 방이 밀집한 구조 탓에 에어컨은 복도 끝 공용 공간에 설치되었고, 시원한 바람을 쐬려면 온종일 방문을 열어두어야 했다. 사생활 포기는 물론, 주민들은 범죄 위험과 불안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불안을 무릅쓰고 문을 열어두려 했던 이들에게조차 에어컨은 그림의 떡이었다. 오영섭 씨는 “리모컨을 임대인이나 관리인이 가져가 버려서 정작 우리는 마음대로 틀 수도 없다”고 증언한다. 난방 지원도 마찬가지다. 2023년 1월 말, 한파로 수도 배관이 터지자 서울시는 ‘에너지 바우처’를 내놓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반납하는 시위에 나섰다. 찬바람이 들이치는 집을 방치한 채 내놓은 지원금은 미봉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진행된 내부 단열 공사 역시 1평 남짓한 방을 더 좁게 만들어 답답함만 키웠다. 주거약자를 재난으로 몰아넣는 것은 단지 ‘낡은 집’만이 아니다. 지원 사업조차 이들을 재난 대응의 주체가 아닌 단순 ‘수혜 대상’으로 묶어 두고 어떠한 권한도 부여하지 않는 사회적 구조가 이들을 재난약자로 내몰고 있다. “역류 방지 시설이나 물막이판을 설치하려 해도, 침수 위험 주택이라는 게 드러나 집 값이 떨어진다며 임대인들이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자체 역시 집값 관련 민원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이원호 씨는 이렇게 지적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집값 하락과 임대인의 이윤 논리를 핑계 삼아 안전 보장의 책무를 슬그머니 회피한다. 2021년 발표된 동자동 공공주택지구 조성 사업도 실거주하지 않는 소유주들의 반발과 이윤 셈법에 막혀 5년 넘게 멈춰 있다가, 지난 10월 20일 뒤늦게 공공주택지구 지정 고시가 결정이 되었다. 오영섭 씨는 동자동을 ‘재난위험 특별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말한다. “공공임대주택은 단순히 집을 몇 채 공급하는 사업이 아니에요. 국가가 재난 현장에 개입해 주민의 생존권을 구출하는 ‘긴급 구호’이고, 주거약자의 존엄을 회복하는 ‘인권 재건 프로젝트’예요.” “더워도 해야지” 스스로 서로 돌봄의 주체가 된 동자동 사람들 행정과 정책이 주거약자를 일방적인 지원의 ‘수혜자’로 가둬 둘 때, 주민들은 스스로 이웃을 살리는 ‘돌봄의 주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주체적인 돌봄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동자동 마을 커뮤니티 공간 동자동사랑방의 마을식당 ‘식도락’이다. ▲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동자동사랑방’ 입구 가난한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무료 급식소는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지만, 식도락은 결이 조금 다르다. 이곳에서는 무료 제공 대신 한 끼에 천 원의 식사비를 받는다. 오계순 씨는 이곳 식도락에서 1년 6개월째 주방을 지키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날, 외부의 열기가 얇은 벽을 뚫고 들어오는 주방에서 계순 씨는 어떻게 뜨거운 가스불 앞을 지키는 것일까. 염려 섞인 안부를 묻자, 오 씨는 “더워도 해야지”라며 단호하게 답한다.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 밥을 못 얻어먹었어요. 양엄마가 나를 일만 시키고, 때 되면 자기 자식들만 데리고 밥을 먹었어. ‘박’ 알지? 박! 뜨신 밥은 방에 들어가서 자기 자식들에게만 주고, 나는 부뚜막에서 박에다 밥을 줬어요.” 얻어먹는 밥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어릴 적 바닷가 근처에 살았는데 다섯 살 땐가 갑자기 태풍이 와서 집이 싹 쓸려갔어요.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오빠는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이후로는 쭉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한 거지.” 태풍으로 가족을 잃고 오랫동안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했던 계순 씨에게, 식도락은 밥을 매개로 이웃을 돌보고 또 돌봄을 받는 생명의 공간이다. 푹푹 찌는 날씨에도 꿋꿋이 “더워도 해야지”라고 말하는 다짐 속에는 식도락을 통해 주민들과 돌봄의 관계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묻어났다. ‘어떤 존재도 굶어서는 안 된다, 누구도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밥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식도락의 원칙 아래, 주민들은 무료 급식을 받을 때와 달리 위축되지 않는다. 당당한 권리의 주체로서 밥상을 두고 자연스럽게 안부를 나눈다. 오던 이웃이 보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서로 챙기는 일상의 안부는, 위기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긴급 안전망이 된다. ▲ 동자동사랑방에서 운영하는 마을식당 ‘식도락’의 입구 “그 동생 안 왔으면 죽었어” 재난의 생사를 가르는 건 ‘관계망’ 식도락에서 이웃의 안부를 살피던 오계순 씨 역시 이웃의 손길 덕에 목숨을 구한 경험이 있다. 계순 씨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웃 동생의 이야기를 꺼냈다. “아침마다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가는 동생이 있어요. 내가 당뇨가 있어서 약을 제때 먹어야 하는데, 명절이라 병원이 다 문을 닫아 갑자기 혈당이 떨어지면서 누워버렸지. 마침 그 동생이 와서 나를 깨우고 119를 불러줬어요.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살았지. 걔가 안 왔으면 나 죽었어. 진짜 은혜지, 은혜.” 오 씨의 경험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동체는 실제 재난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 1995년 미국 시카고 폭염 당시, 빈곤층 독거노인 비중과 기후 조건이 거의 같았던 두 지역(노스론데일, 사우스론데일)의 사망자 수는 10배나 차이가 났다. 낙후된 인프라와 높은 범죄율 탓에 주민이 집 안에 고립되어 있던 노스론데일과 달리, 사망자가 거의 나오지 않은 사우스론데일에는 이웃이 모여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공공의 장소가 있었다. 『폭염사회』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더위가 아니라 고립이 생사를 갈랐다”고 진단했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기후재난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고립을 막는 공공의 공간과 관계망은 재난 대응의 핵심이다. 집만 고친다고 될까…‘주거’와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안전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재난에 안전하게 대응하려면, 주거와 돌봄이 결합된 형태들의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더불어, 주민들이 정보를 나누고 서로의 취약성을 살필 수 있는 공동체 공간이 반드시 함께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금천구의 경우, 반지하에 살고 있는 여성노인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특화형 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했다. 공공이 매입한 다세대 주택에 개별 주거공간과 공용 거실,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한 형태다. 사생활을 보장받으면서도 이웃과 안부를 나누며 살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취약한 주거환경이 주거약자를 재난으로 내몰지 않으려면, ‘물리적인 집’과 ‘사회적 관계망’이 함께 구축되어야 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몇 번 찾아왔어요. 어디에 집이 낫다고. 근데 나는 안 간다고 했어요. 여기에 아는 사람이 있고, 거기는 없자녀. 방 안에 들어가 문 닫으면 그걸로 딱 끝이여.” 오계순 씨에게 집이란 단지 눈을 붙이는 방 한 칸이 아니다. 아플 때 찾아와 줄 사람이 있고, 매일 밥을 나누며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관계가 숨 쉬는 장소다. 그가 자신을 지탱해 온 공동체를 두고 선뜻 이주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난에 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낡은 집을 고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발굴하고, 안전한 주거와 함께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관계의 장소를 이어주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필자 소개] 〈인권교육센터 들〉 현장발굴팀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재난을 인권의 관.에서 들여다보고,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25년부터 재난 피해자, 재난구호현장 활동가, 재난 약자 등을 만나며,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 기사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작성했습니다. | 일다https://www.il 온라인파칭코게임 daro.com 부뚜막에서 박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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