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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순(1921∼1996·아래 사진)은 충북 괴산에서 출생했지만, 호남의 대표적 구상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40세이던 1961년 조선대 미대 교수로 부임한 것을 계기로 1984년 명예퇴직할 때까지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임직순에게는 ‘꽃과 여인의 화가’라는 또 다른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특히 의자에 앉은 여인 초상은 1980∼90년대 미술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어 그에게는 ‘여인 좌상 작가’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인 풍경화는 상대적으로 여인 인물화의 명성에 묻혔다.
서울 종로구 서울미술관이 최근 개막한 임직순 작고 30주기 특별전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다’는 유화, 드로잉, 수채화 등 작품뿐 아니라 유품까지 전시장에 내놓는 등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덕분에 그동안 가려졌던 풍경화의 세계도 동시에 집중 조명한다는 。에서 의미가 있다.
임직순에게 붙은 ‘여인 좌상 작가’ 이미지는 1953년 제3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특선, 1956년 제5회 국전 문교부장관상에 이어 1957년 제6회 국전 대통령상까지 모두 여인 좌상을 그린 유화로 받으면서 형성됐다. 정부가 주관하는 국전에서의 당선은 당시 미술계에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는 가장 빠른 수단이었다.
1973년 프랑스 파리에서 1년간 체류하며 ‘모네와 페트리에’ 화랑에서 가진 개인전은 작가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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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소재를 온화하고 조화로운 색조에 담는다”는 호평을 현지에서 받은 것이다. 파리에서의 성공은 이듬해 서울의 최고 상업 화랑인 현대화랑 개인전으로 이어지며 그가 한국 미술시장에서도 블루칩 작가로 성공하는 계기가 됐다. 53세 때의 일이다.
파리에서 제대로 인상주의를 접하고 온 뒤 그의 작품 세계에는 색이 넘쳤다. 색채는 형태를 설명하는 수단을 넘어 화면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현대화랑 개인전에 나온 작품들을 두고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색채의 연금술’이라고 극찬했다. 여인 좌상뿐 아니라 산과 바다를 그린 풍경도 나왔는데 모두 팔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현대화랑 전시가 보여주듯 임직순은 여인 좌상뿐 아니라 무등산, 유달산, 여수 바다 등 풍경도 즐겨 그렸지만 미술시장에서는 유독 여인 좌상이 잘 팔렸다. 이후 서울에 집을 마련할 정도로 성공한 작가는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비행기를 타고 출퇴근할 정도로 ‘잘 나가는 작가’가 됐다.
하지만 의자에 앉은 여인이라는 소재는 당시 국전의 단골 소재였던 만큼 시간이 흐르며 작가의 진정한 예술 세계를 가리는 오명이 됐다. 유화, 드로잉, 수채화를 망라한 이번 전시는 인물화와 정물화에 가려졌던 ‘풍경화가 임직순’의 면모를 제대로 조명한다는 。에서 의미가 크다.
말년인 1991년 작 ‘산의 정경’을 보자. 단풍으로 불타오르는 듯 산 전체가 붉은색의 넓은 색면으로 처리돼 있고, 하늘은 파란색 색면으로 처리돼 있는데 하늘의 구름 몇 .이 흰색이 아닌 노란색이라는 게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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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지。에서 이번 전시 제목이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싶다’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 흔히 임직순은 그에게 조선대 교수 자리를 물려준 ‘한국적 인상주의 화가’ 오지호(1905∼1982)의 계보를 이은 ‘오지호식 인상주의 작가’로 미술사가들 사이에서 불린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듯 흰색이 아닌 노란색으로 표현된 구름은 임직순에게 색이란 자연에 비치는 찰나의 햇빛을 포착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을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가 그린 풍경화는 색면의 처리와 붓질이 과감하면서도 유쾌하다. 1978년 작 ‘풍경’은 파란 색면으로 처리한 바위산 위로 화면의 5분의 4가 갈색 하늘로 활달하게 처리돼 있다. 1970년대 초기에 그린 항구 풍경이 넓은 색면 처리에도 불구하고 붓질에서는 조심스러운 것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붓질은 자신감이 넘치고 색의 선택에서는 작가의 내면 감정이 투영돼 있다.
전시장에는 풍경을 그리기 위해 남긴 수천 장의 스케치 가운데 엄선된 것들이 나와 노력파 임직순의 모습도 보여준다. 예컨대 소나무 두 그루가 비스듬하게 맞댄 ‘소나무가 있는 풍경’의 경우 작가가 1980년대 후반부터 작고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그려온 주제임을 스케치를 통해 알 수 있다. 신장병으로 10년간 고생하다 타계한 그가 마저 완성하지 못한 유작도 풍경화였다. 최초로 공개된 그 작품도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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