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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1-07 18:50 조회 2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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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거리에서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교육 환경과 공공 서비스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시위는 다른 유럽 국가로 확산되었다. 시위 원인은 국가마다 다르고 요구도 다르지만 시위 모습은 유사했다. 참가자 가운데 미성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유례없이 높았다. 일부 시위에선 폭력과 약탈 과정에서 다수의 미성년자가 체포되기도 했다.
대규모 평화 시위가 방화와 약탈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달랐다. 시위 초반부터 약탈이 자행되면서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폭력과 약탈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할 행위다. 문제는 공권력을 동원해 치안 회복에 성공하더라도 사람들을 거리로 내몬 불만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는 。이다. 왜 각기 다른 나라의 청년들이 비슷한 시기에 시위에 나섰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불안'이라는 키워드와 만나게 된다.
"고성장 끝났다" 희망 잃은 유럽 2030
청년들의 불안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는 세대가 겪는 통과의례일 수도 있다. 공부를 마쳐도 괜찮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지, 직업을 가지더라도 독립할 만큼의 소득을 기대할 수 있을지, 가정을 꾸릴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문제는 이런 불안의 강도가 과거보다 훨씬 강하고, SNS는 이런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2030 세대의 불안은 유럽이 지속적으로 경험했던 위기가 누적되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금융 위기, 재정 위기, 난민 위기, 팬데믹과의 전쟁으로 이어진 잇단 위기는 해결되지 않고 누적됐다. 유럽 국가들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희생과 내핍보다는 부채 증가를 통한 단기적 처방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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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을 지탱해 왔던 사회계약의 지속 가능성은 크게 약화됐고, 청년들은 과거의 계약이 자신들에게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됐다.
대공황과 전쟁을 겪은 유럽 국가들은 대량 실업과 빈곤을 방치하면 민주주의도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받아들였다. 국가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졌다. 시민은 납세와 규칙 준수의 의무를 감당하고, 국가와 사회는 실업과 질병, 노후의 위협을 나누고 후속 세대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유럽의 사회계약이다.
기업과 보수 정당도 동참했다. 기업은 노동권과 사회보험 부담을 수용했고 노동자는 시장경제 체제 내에서 임금과 복지를 개선하는 길을 선택했다. 국가는 교육과 의료, 주거와 사회보장을 확장했다. 성실하게 일하면 안정된 생활에 도달하고, 부모보다 나은 삶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됐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유럽의 복지 체제는 이런 믿음과 신뢰에 기초한 결과물이다.
고성장은 이러한 타협을 용이하게 했다. 생산성 향상과 기업 이익 증가는 더 높은 임금과 더 많은 세수를 가져왔다. 파이가 커지는 상황에서 분배를 둘러싼 갈등은 손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석유파동과 성장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실업과 물가를 관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뒤이어 나타난 세계화와 지구적 규모의 제조업 재편은 안정된 일자리를 위협했다. 노동시장과 복지제도를 지탱하는 물적 토대가 약화되면서 예측 가능한 미래는 .。 멀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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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노동자의 보호를 유지하면서 신규 진입자의 고용을 유연하게 만드는 방식은 청년들에게 불안정성을 집중시켰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더라도 임시직과 저임금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체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의 잇단 위기 속에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은행과 금융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재원이 동원됐지만 정작 주택을 비롯한 공공 서비스는 축소되고 약화됐다. 15년 사이에 유럽연합 회원국의 주택 가격은 53%, 임대료는 25% 상승했다. 누구에겐 자산 증식의 기회였지만 그렇지 못한 계층엔 사회적 장벽이 높아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유럽 사회계약의 핵심은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으면 취업을 하고, 안정된 직장과 소득을 통해 독립하고 가족을 형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이제 그 연결이 약해지고 있다. 부모 능력에 따라 삶의 출발.이 달라지면서 교육을 통한 기회 균등이라는 약속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주택 가격을 둘러싼 갈등은 현실에 대한 항의인 동시에 독립된 성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의 발로다.
'빛' 아닌 '빚'이 된 복지에 '정치 불신' 확산
여전히 유럽의 복지 체제는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이 체제가 특정 세대 보호에 집중되고 있다는 。이다. 2024년 유럽연합의 사회보호급여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7.3%에 달했고, 이 가운데 노령급여가 41.5%를 차지했다. 고령화로 연금과 의료 수요가 늘어나는 와중에 주택, 교육, 보육,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는 감소했다. 약속한 권리를 유지하는 데 우선권이 주어지면서 다음 세대에게 기회를 제공할 재원이 축소됐다. 과거가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배경이다. 그렇다고 노령층 연금 삭감이 청년 문제 해결의 열쇠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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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은 노인 빈곤을 막고 가족을 지탱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과거의 약속을 지키면서 미래의 약속을 새롭게 만들 역량과 힘이 이제 없어지고 있다는 .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제는 새로운 부담을 만들고 있는데, 그 비용이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는 .도 불만의 원인이다. 탄소 배출 감축과 에너지 안보, 국방력 강화는 필요하지만 부담은 고르게 분산되지 않는다. 자동차가 필수인 지방 주민에게 연료비 상승은 도시의 고소득층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산업 재편으로 일자리를 잃은 지역에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설명이 위로가 되지 않는다.
누적된 불만이 시위로 이어지는 마지막 고리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다. 투표해도 생활이 달라지지 않고 협상해도 부담만 늘어난다고 느끼면 거리에서의 시위는 마지막 수단이 된다. 다만 불안이 같은 정치적 결론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재분배를, 누군가는 이민 통제와 질서 회복을 요구한다. 서로를 희생의 원인으로 지목할수록 타협은 어려워진다. 사회계약의 해체는 함께 부담하면 함께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의 약화로 먼저 나타난다.
유럽의 시위는 앞으로도 주거와 연금, 이민과 에너지 등 문제를 따라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극우로 대표되는 강력한 법 집행과 질서 회복을 내세운 정치 세력은 영향력을 넓히려 할 것이다. 그러나 강경 대응만으로 미래에 대한 불신을 없앨 수는 없다. 결국 관건은 기존 권리를 조정하는 부담과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혜택을 얼마나 공정하게 나누느냐다. 청년에게 일자리와 주거의 경로를 다시 열어주지 못한다면, 거리의 분노는 결국 유럽의 정치 질서를 바꿔놓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유럽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라는 。은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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