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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서울 광진구에 살던 박모 씨(30)는 4년간 거주하던 아파트를 떠나 경기 안양시로 이사했다. 겉으로는 자발적인 이사였지만 사실상 떠밀린 결정이었다. 계약 만료를 두 달 앞둔 시。에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가운데 2억 원을 돌려주고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집주인 요구대로 반전세(보증금 일부에 월세를 더하는 방식)로 바꾸면 박 씨가 추가로 떠안는 주거비만 연 200만 원에 이르렀다.
전세로 살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목돈을 모으는 박 씨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서둘러 주변 아파트 전세를 알아봤지만 매물은 씨가 말랐고, 그나마 남은 집들은 전세가격이 크게 올라 더 많은 보증금이 필요했다. 결국 박 씨는 어쩔 수 없이 서울 성북구 직장까지 왕복 1시간이 더 걸리는 안양으로 옮겼다. 그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사용해 다른 방도가 없었다"며 "서울에서 신혼집으로 살 만한 아파트는 전세가격이 너무 올라 엄두가 안 났고, 그럴 바에야 서울 밖으로 나가자고 여자친구와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고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서울을 떠나는 '전세 난민'이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9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51.0%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 50%를 넘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1년 전보다 27.5%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이 90주 연속 오르는 가운데 전세 매물까지 줄면서 박 씨처럼 서울을 떠나는 실수요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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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이 향한 경기 지역에서는 수요 증가로 전세가격은 물론, 아파트 가격까지 뛰고 있다.
사라진 전세 매물, 치솟는 전세가격
경기 화성시 동탄구에 사는 김모 씨(35)도 서울에서 밀려난 경우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김 씨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에게서 "실거주해야 하니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세입자가 계약 만료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집주인은 원칙적으로 거절이 불가하지만, 집주인이나 직계가족이 직접 살겠다고 하면 예외적으로 거절할 수 있다. 김 씨는 "실거주하겠다는데 어쩔 수 없었다"면서도 "진짜 들어와 살려던 건지, 오른 전세가격에 맞춰 다른 세입자를 받으려던 건지는 모르겠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아내와 한 자녀를 둔 김 씨에게 전세보증금 4억 원으로 구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마땅치 않았다. 그는 "직장이 강남 쪽이라 경기 북부는 너무 멀고, 서울에선 이 돈으로 가족이 살 전셋집이 적어 동탄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의 공급 부족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갭투자 차단과 대출 규제 등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길이 막히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1350건으로 1년 전(2만4486건)보다 12.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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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감소율이 가장 컸던 동대문구(-60.9%)를 비롯해 중랑구(-45.0%), 도봉구(-43.8%), 노원구(-40.8%), 종로구(-33.7%)도 크게 감소했다.
공급 부족으로 전세가격 오름세 또한 가파르다. KB부동산의 10월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08.7을 기록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강북 14개 구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281만 원으로 처음 6억 원을 넘어섰고,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이미 7월 7억 원을 돌파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보면 1월 첫째 주부터 10월 넷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8.91%)은 매매가격 상승률(8.73%)을 앞질렀다.
여기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이주까지 늘어나면 전세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이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 현황을 분석한 결과, 6월 말 기준으로 서울시의 정비사업 시행 인가를 받은 구역은 66곳이며, 이 구역에서 사업이 진행될 경우 4만8249채가 멸실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2~3년 안에 5만 가구 규모의 이주 수요가 생기고 전세 공급 부족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 "경기 남부 전체로 오름세 확대될 수 있어"
서울 전세시장에서 밀려난 이들 가운데는 아예 집을 사는 쪽으로 돌아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90주 연속 오르면서 "지금 사지 않으면 영영 못 산다"는 불안이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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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모 씨(33)도 지난해 서울 전세살이를 정리하고 경기 군포시로 옮겨 집을 매입했다. 그는 "집값이 떨어질 것 같지 않고, 돈을 모은다고 나중에 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며 "아직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 남부 집을 찾아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게 맞다고 보고 무리해서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10월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6.3% 올라 서울(10%)을 제외하면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10월에는 화성시 동탄구가 한 달 새 2.7% 이상, 수원 영통구와 군포시 등이 2% 넘게 뛰었다. 동탄구는 한국부동산원 주간 조사에서 29주 연속 아파트값이 올랐다. 올해 전용면적 84㎡ 최고 거래가가 20억 원을 넘은 수도권 지역으로는 서울 성북·동대문구와 함께 화성시 동탄구, 수원시 영통구, 성남시 수정구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과 교통 호재가 가격을 끌어올린 가운데 서울에서 밀려난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오름세가 경기 남부 외곽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성남시 분당, 화성시 동탄 등이 경기 남부 대장 지역으로 불리는데, 집값 오름세가 이들 지역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급 절벽과 집값 상승 기대가 겹친 수요를 감안하면 군포·의왕 등 인접 지역으로 오름세가 번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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