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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꺼렸던 고령자 장기나 간염 환자의 간을 이식할 수 있는지, 또 누구에게 먼저 이식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양재석 교수는 6일 국립보건연구원과 한국장기이식연구단(KOTRY)이 공동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증 장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는 일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국내 장기이식 환자와 기증자를 12년간 추적한 국가 코호트 연구가 이러한 질문에 답할 근거를 쌓아가고 있다. 외국 자료에 의존하던 장기 배분 기준을 한국인 특성에 맞게 개선하고, 기증 장기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도 기여했다. 다만 연구 성과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근본적인 기증자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장기 배분 기준 바꾸고 기증 범위 넓혔다
KOTRY는 2014년부터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신장·간·심장·폐·췌장 등 5개 장기 이식 환자와 생체 기증자의 임상정보 및 인체자원을 수집·관리하는 국가 단위 코호트다. 이식 수술 이후 환자의 생존과 이식 장기의 기능, 합병증 등을 장기간 추적해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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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 88개 장기이식센터가 참여하고 있으며 누적 등록 환자는 2만6571명이다. 이를 토대로 학술논문 94편을 발표했고, 혈액과 DNA 등 인체자원 약 37만개를 보관하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과 공동으로 9189명의 환자·기증자 유전체 정보도 생산했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토대로 장기 배분과 활용에 관한 근거도 마련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장 배분 기준이다. 양재석 교수는 “과거에는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 신장을 활용하는 데 소극적이었지만, 국내 환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40세 이상, 비당뇨 등의 조건에서는 해당 신장을 이식받는 것이 계속 기다리는 것보다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내용의 한국형 기증 신장 평가지표(K-KDPI)는 2021년 국가 장기이식 배분 체계에 반영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과거 이식을 꺼렸던 고령 환자와 특정 질환을 가진 기증자의 장기를 활용할 가능성도 확인했다. 65세 이상 심장이식 환자라도 보행이 가능한 상태에서 이식받았다면 생존율이 젊은 환자와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B형간염 표면항원 양성 기증자의 간을 이식받은 환자 20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음성 기증 간을 이식받은 환자와 생존 및 이식 간 생존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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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기증자의 안전성을 확인한 연구도 성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뇌사 기증자가 부족해 가족 등 살아 있는 사람의 신장을 기증받는 생체이식이 활발하다. 양재석 교수는 “생체 신장 기증자 5490명을 분석해 기증 전 고혈압이 있었던 사람은 정상 혈압 기증자보다 기증 후 단백뇨 발생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증 전 위험 평가뿐 아니라 수술 이후에도 장기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근거”라고 말했다.
◇기증자 줄고 대기 사망 늘고… DCD 도입만으로는 한계
다만 이 같은 성과가 장기이식 대기자의 사망을 줄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장기 기증자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립보건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뇌사 장기기증자는 2020년 478명에서 2025년 370명으로 감소했다. 인구 100만명당 뇌사 기증자 수를 뜻하는 PMP도 국내는 약 8명으로, 미국과 스페인 등 40명 안팎인 국가와 격차가 크다. 이로 인해 2024년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사람은 3096명으로 하루 평균 약 8.5명에 이른다.
PMP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심정지 후 장기기증(DCD) 제도 도입이 거론된다. 장기기증 대상자를 뇌사자에서 심정지 환자까지 넓히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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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DCD 도입을 위한 법안은 지난 2023년부터 국회서 발의됐다가 임기 만료 등으로 폐기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DCD 법제화만으로 단기간에 기증자가 급증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명수 상임이사는 “미국과 스페인 등에서 DCD가 전체 기증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 사실이지만 제도 정착과 국민들이 수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 뇌사 장기기증을 받아들이는 데 10년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명수 상임이사는 “PMP가 20명 정도는 돼야 장기 공급 문제가 조금이나마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때까지 KORTY를 통해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KOTRY는 올해부터 5단계 고도화 사업에 들어가 인공지능(AI)과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정밀의료 연구도 확대할 계획이다. 건강보험과 사망·암 등록 자료 등을 연계해 이식 후 장기 추적의 공백을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과 피로, 복약 부담 등 환자가 직접 평가하는 건강 결과도 수집한다는 구상이다.
양 교수는 “코호트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사업이라기보다 다른 연구와 정책이 돌아가도록 뒷받침하는 사회간접자본과 같다”며 “과거에 축적한 자료를 AI 등 새로운 기술과 결합해 미래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고, 환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도록 발전시키겠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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