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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안 논란…'공익 목적' 모호 원칙 아래 동의 없이 정보 넘겨
의료법 등 무력화, 환자 '옵트아웃' 권리는 빠져…해외는 철저 보장
"기업특혜법이라 하면 반대할 법안, '헬스케어' 이름으로 피해가려"
개인의 보건의료 정보를 가명 처리하면 본인 동의 없이 민간기업에 넘길 수 있도록 한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 정보활용 지원법안(디지털헬스케어법안)'을 둘러싸고 규제 완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보주체 동의 없이 의료·유전정보를 넘기도록 한 것이 본질인데도 법안의 명칭부터 이를 가리는 '프레임 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15일 디지털헬스케어법 정부대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복지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 상정돼 오는 24일 논의될 전망이다. 디지털헬스케어법은 정부·여당이 '의료 AI 육성'을 내걸고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진흥을 위한 법제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당시 같은 취지의 법안이 정부·여당 추진으로 발의된 바 있다.
정부대안은 당초 정부안이던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 간사)안과 권칠승·안상훈·전진숙 의원안 등 4개를 통합했다. 민간기업이 가명 처리(신원 일부 가림 처리)한 개인 보건의료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도 산업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유전정보나 정신질환 등 민감한 정보도 보건의료정보 심의위원회 승인으로 동의 없이 활용하도록 했다.
이는 현행 의료법 등에서 금지된 '동의 없는 의료정보·유전정보 반출' 길을 여는 효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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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환자 동의 절차를 생략하면서 이를 거부할 '옵트아웃(Opt-out, 거부 및 처리중지권)'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도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의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2020년 가명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이 완화됐지만, 의료정보 활용은 의료법, 약사법, 생명윤리법에 의해 보호·규제가 이뤄져왔다. 의료법과 약사법은 환자 진료기록과 처방전, 조제내역의 제3자 제공을 금지한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도 연구로 얻은 개인정보에 대해 당사자 서면동의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 없는 반출을 막고 있다.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지난 2일 김선민 조국혁신당·전종덕 진보당 의원 등이 주최한 '디지털헬스케어법 정부대안,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토론회에서 “이 법에서 옵트아웃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해외에서 이를 철저히 보장하는 데 비춰 불비례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이어 “유전정보는 기본적으로 비식별화가 불가능한 데다, 가족과 선조의 체계정보까지 포함해 본인 혼자 동의한다고 해서 동의가 성립하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유전정보는 법 포괄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연합 유럽보건데이터공간(EU EHDS) 규정은 정보주체가 “언제든지, 어떤 이유도 제시하지 아니하고” 가명처리한 자기 건강정보의 2차 활용을 거부할 권리를 명시한다. 프랑스는 정보주체의 명시적 서면 동의가 있어야만 연구와 의학 목적에 한해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도록 하는 옵트인 원칙을 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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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유전정보 제3자 제공에 명시적 동의(옵트인) 원칙을, 의료정보 제공엔 옵트아웃 원칙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법안은 또 병·의원과 약국, 질병관리청 등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쌓인 개인 보건의료정보를 정부가 요청할 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제공할 의무를 정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정부 요청에 사실상 강제로 응하도록 하는 조항은 문제”라며 “안타깝게도 정부를 믿어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청소년 민감 상담정보가 민간 AI 학습을 위해 무단 제공된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청소년상담1388' 운영 과정에서 수집한 상담 기록 1만4000여 건을 민간 업체에 제공한 사실이 보도됐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청소년 당사자에 AI 학습 활용이나 민간 제공 사실이 고지되지 않았고 동의 절차도 없었다. 넘겨진 데이터엔 임신, 성매매, 자살, 자해, 가출,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등의 사례가 포함됐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국회토론회에서 “어려움에 내몰린 청소년이 마지막으로 기댄 안전망이 위기상담 창구다. 정부는 그들의 비밀을 AI를 개발하겠다며 넘긴 것”이라며 “위법 소지도 다분한데 디지털헬스케어법은 이런 일을 정당화하고 합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국장은 이어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HIV 감염인의 정보가 유출되면 어떻게 될까”라며 “디지털헬스케어법은 심지어 정신질환과 유전정보까지 환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할 길을 열어두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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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기존 의원안들에 포함됐던 신속처리·임시허가·실증특례 등 규제특례를 삭제하고 이용 목적으로 '공익적 활용' 원칙을 신설했다는 입장이다. 김민정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토론회에서 “이미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넘어가거나 공개되는 정보 범위에서 우리 법이 더 확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책임연구위원은 “공익적 목적이라면 주체와 절차, 과정, 결과 모든 부분에서 공익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의 새 제품개발 과정을 위한 활용을 공익 목적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개보법이 옵트아웃을 보장하지 않아 문제인데, 이 법은 심지어 그중에서도 민감한 보건의료 정보조차도 옵트아웃 권리를 보장하지 않음에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 명칭 자체가 본질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종덕 의원은 토론회에서 “많은 문제。을 안고 있으며 상당한 통제나 벌칙 조항이 빠진 대단히 위험도 있는 법안”이라며 “공청회도 한 차례 열리지 않고 충분한 논의조차 안 돼 공청회를 제안했으나 여야가 합의해야 열 수 있다. 정부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지가 강해보이는데 그래선 안 될 법”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기업 특혜법, 기업들에 정보를 제공하는 법이라 밝혔으면 동의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보는데, '디지털헬스케어법'이란 매우 모호한 이름으로 올라와 내용을 모르고 심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성규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 악법은 저희 무상의료운동본부가 '내 의료정보 도둑법'이자 의료민영화법으로 반대해왔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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