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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1-06 18:29 조회 13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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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에 이은 두 번째 플래그십, 명동에 문 연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 박보검·올데이 프로젝트가 입은 겨울 패딩, 매장에서도 인기 조선 왕실의 ‘일월오봉도’가 티셔츠로, 명동 한정 컬렉션 눈길 의류·방한화·액세서리까지, 층마다 새로운 볼거리 가득한 4층 매장
늦은 오후,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 명동 라운지를 찾았다. 평일인데도 매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중국어가 들리고 일본어가 들린다. 한국어가 들릴 때 오히려 반가울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겨울옷을 고르고 있었다. 한국까지 와서 노스페이스를 산다고? 세계 어디에나 있는 브랜드 아닌가. 알고 보니 여기에는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노스페이스가 있었다.
가을이 겨울에게 슬슬 자리를 내주는 계절이다. 멋을 부리자니 춥고, 따뜻하게 입자니 옷이 사람을 입은 것 같다. 이럴 때 패딩을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옷 쇼핑은 패션과 생존의 협상이다.
노스페이스는 익숙하다. 국내 아웃도어 의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2년 연속 1위를 수성 중이다. 그야말로 넘사벽. 그런데 ‘화이트라벨’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노스페이스에 흰색 이름표라도 붙였다는 뜻인가.
화이트라벨은 2011년 한국에서 탄생한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으로, 아웃도어의 기능성을 일상복에 접목한 제품을 선보인다.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도 흥미롭다. 일본에는 ‘퍼플라벨’이 있다.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옷이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목록에 오른다. 한국에서 만든 한국형 노스페이스를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사 간다. 세계화가 이런 것인가. 산은커녕 회사와 집만 오가는 사람도 입을 수 있는 노스페이스. 직장인들에게 가장 험난한 등반 코스는 출근길 지하철 환승 통로일지 모른다.
명동 라운지는 2025년 11월 문을 연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은 화이트라벨의 두 번째 플래그십 매장이다. 명동 유네스코길에 자리한 건물은 지상 4층 규모. 1층은 여성 의류와 명동 컬렉션, 2층은 남녀 공용 의류, 3층은 신발과 가방 및 액세서리, 4층은 루프탑 휴게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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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서자 회색과 흰색을 바탕으로 꾸민 매장이 나타났다. 다운 재킷들이 옷걸이에 걸려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옷을 몸에 대보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한국 여행의 기념품도 달라진 거다. 예전에는 인삼, 김, 김치가 대표 선수였다면 이제는 화장품에 이어 패션 상품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먹어서 한국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지만 입어서 기억하려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김은 먹으면 없어지지만 패딩은 겨울마다 꺼내 입을 수 있다.
1층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붙잡은 것은 ‘일월오봉도 반팔티’였다. 일월오봉도는 조선시대 왕의 어좌 뒤에 놓였던 병풍 그림이다. 해와 달, 다섯 봉우리, 소나무와 물이 등장한다. 왕실의 권위와 이상적인 세계를 상징하는 그림이다. 그 일월오봉도가 티셔츠에 등장했다.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협업해 만든 명동 한정 상품이다. 다섯 봉우리는 반복되는 곡선으로, 물은 파도처럼 겹치는 무늬로 표현했다. 양쪽 소나무 위에는 해와 달을 띄웠다. 전통 그림을 현대적인 그래픽으로 바꿨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 선을 살린 제품도, 밝은색 바탕에 은은한 색을 입힌 제품도 있다. 아래에는 ‘NEVER STOP EXPLORING KOREA’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멈추지 말고 한국을 탐험하라. 한동안 그림을 들여다봤다.
왕의 병풍과 탐험이라. 은근히 어울린다. 조선의 왕은 궁궐에 앉아 천하를 다스렸고, 노스페이스는 사람들에게 세상 밖으로 나가라고 권한다.
같은 그림을 활용한 검정색과 아이보리색 에코백도 있었다. 왕의 병풍이 장바구니 역할까지 맡았다. 직원은 일월오봉도 시리즈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고, 일부 색상·사이즈의 제품은 품절됐다고 설명했다. 궁중 회화의 인기가 이 정도라니. 조선의 왕들이 알았다면 흐뭇해했을까, 자기 병풍을 허락도 없이 가져갔다고 호통 쳤을까. 어느 쪽이든 일월오봉도의 재취업은 성공적이다.
매장을 둘러보다 흰색 다운 재킷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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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부근에 검은색 사인과 ‘2026.10.06’이라는 날짜가 남아 있다. 홍보대사 박보검이 명동 라운지 개。을 기념해 방문했을 때 남긴 것이다. 매장에는 그가 회색 ‘프로젝트 다운 자켓’을 입고 일월오봉도 티셔츠를 소개하는 사진도 전시돼 있었다.
박보검이 입으면 패딩이 화보가 된다. 내가 입으면 겨울 준비를 철저히 한 사람이 된다. 패션계는 이 불공평한 현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 다운 자켓’은 화이트라벨의 스테디셀러다. 풍성한 볼륨과 사선 지퍼, 가볍고 부드러운 원단이 특징. 후드를 붙이면 캐주얼한 느낌이 강해지고 떼면 깔끔한 스탠드 넥 스타일이 된다. 동물복지 기준을 준수했는지 확인하는 RDS 인증을 받은 덕 다운을 충전재로 사용했다. 지난해 겨울 일부 인기 색상은 리셀 시장에서 정가의 약 두 배에 거래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매장 곳곳에서는 또 다른 홍보대사 올데이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었다. 애니, 타잔, 베일리, 우찬, 영서로 구성된 혼성그룹이다. 2026년 가을·겨울 화보의 주제는 ‘LIMITLESS, 경계를 넘는 움직임’. 멤버 타잔은 회색 패딩에 노란색 후드를 받쳐 입었다.
2층은 겨울을 준비하는 옷장 같았다. 벽면에는 다양한 다운 재킷과 후드티, 플리스가 걸려 있었다. 요즘은 가벼운 다운을 찾는 손님이 많다는 직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노스페이스가 이번 시즌 주력으로 선보이는 ‘칼릭스 라이트 다운 자켓’은 간절기에는 겉옷으로, 한겨울에는 코트 안에 덧입을 수 있다. 일체형 후드가 달렸고 밑단 스트링으로 옷의 형태를 조절한다. RDS 인증 덕 다운을 사용했으며 솜털과 깃털 비율은 90대 10이다.
따뜻한 건 좋은데 무거우면 싫다. 가벼운 건 좋은데 추우면 곤란하다. 예쁜 건 좋은데 비싸면 망설여진다. 인간의 욕심이란 패딩 한 벌 앞에서도 끝이 없다. 2층에는 한글 티셔츠와 서울의 명소를 담은 ‘코리아 컬렉션’도 있었다. 외국인에게는 글자조차 여행의 기념품이 된다. 우리도 외국에 가면 도시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사 오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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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그 옷을 꺼내 입으면 여행지의 골목과 냄새가 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옷은 생각보다 많은 기억을 담는다.
3층의 주인공은 신발과 가방이다. 특히 겨울용 슬립온에 눈길이 갔다. 발등이 푹신해 보였다. 발에도 패딩을 입히는 시대다. 일부 제품에는 겨울 노면에서 접지력을 높이도록 설계한 ‘ICELANDIC GRIP’ 기술이 적용됐다. 아무리 멋진 신발이라도 빙판에서 한 번 넘어지면 그날의 패션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시큰거리는 엉덩이만 기억에 남을 뿐이다.
끈을 묶을 필요가 없는 슬립온이라 캠핑할 때도 편하겠다 싶었다. 텐트 안팎을 드나들 때마다 신발 끈과 씨름할 필요가 없으니까.
패딩을 구경하던 눈이 어느새 가방과 모자에도 가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걸 연관 구매라고 부를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게 부른다.
예산 초과.
마지막으로 4층에 올라갔다. 이곳에는 루프탑 공간이 마련돼 있다. 명동 한복판의 매장을 옥상까지 둘러본 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노스페이스가 명동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왔고, 이곳은 서울의 대표 쇼핑 상권으로 명성과 활기를 되찾았다.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화이트라벨에 문화유산을 활용한 명동 한정 상품까지 더했다. 익숙한 글로벌 브랜드 로고와 한국적인 디자인이 여행자의 쇼핑 목록에서 만난다.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의 실적도 상승세다. 공시에 따르면 2025년 매출은 1조564억 원으로 전년의 1조52억 원보다 약 5.1% 증가했다. 2년 연속 1조 원을 넘어섰다. 노스페이스는 성수와 명동 등 주요 상권에서 새로운 매장과 콘텐츠를 선보이며 국내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매장을 나서며 일월오봉도 티셔츠를 다시 봤다. 왕의 등 뒤를 지키던 병풍이 이제는 관광객을 따라 바다를 건너갈 참이다. 왕보다 병풍이 먼저 세계 여행을 떠나게 생겼다.
모처럼 즐거운 오후였다. 예쁜 티셔츠 하나도 건졌다. 그런데 자꾸 박보검이 입었던 패딩이 생각났다. 저걸 입으면 나도 좀 근사해질까.
안타깝지만, 박보검 패딩에 박보검은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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