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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1-06 05:08 조회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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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이 생전의 자기 삶을 회고하는 글을 쓴다는 불가능의 발상은 불경하고 발칙하다는 의미에서 그 거꾸로인 경우를 떠올리게도 되는데, 이를테면 『생전 유고』같은 것이다.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소설 중 하나로 평가되는 방대한 미완성작 『특성 없는 남자』를 쓴 오스트리아 작가 로베르트 무질이 에세이와 단편 30편을 모아 ‘생전에’ 펴낸 ‘유고집’이 『생전 유고』인데 그는 자신이 죽은 후(저자의 의도, 의사와 상관없이) 아무렇게나 편집된 채 여전히 자기 이름으로 나올 책의 운명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샤두 지 아시스의 경우엔 정확히 그 반대 입장에서, 그러나 같은 목적을 이룬다. 죽은 자의 입장이라야 그 무엇도 가릴 것 없이, 가장 정직하게 자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것. 죽음이 만들어낸 이 단절감 속에서 화자는 완전한 거리감을 가지고 자기 삶을(맘껏 조롱하고 비판하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19세기에 쓰인 가장 대담한 책 중 하나 소설가, 시인, 극작가인 마샤두 지 아시스(1839~1908)는 브라질 모더니즘 문학의 문을 연 작가로 평가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무명이나 마찬가지다. 카를로스 푸엔테스, 카브레라 인판테 같은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이고, 수전 손택이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칭했으며, 앨런 긴즈버그는 “또 다른 카프카”라고, 필립 로스는 “베케트처럼 고통에 대해 아이러니하다”라고 했을 정도. 우디 앨런이 자신을 놀라게 한 소설 다섯 편 중 하나로 꼽았고, 해럴드 블룸이 선정한 문학 천재 100인 명단에(단테, 셰익스피어, 세르반테스 등과 함께) 들었다. 리우데자네이루주 모로 두 리브라멘토의 가난한 가정에 태어난 마샤두는 아버지가 물라토 해방 노예 벽화가였고 어머니는 포르투갈 아조레스 출신 백인 세탁부였다. 어린 시절 부모를 차례로 여의었고 간질과 말더듬증으로 고생했다. 16세에 국립인쇄소에서 활자공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18세부터는 신문에 글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문인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영어, 불어, 독어, 그리스어를 스스로 익혔으며 작가로서의 적은 수입은 이후(죽을 때까지) 농업부에서 근무하며 보충했다.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은 영어권에서는(최초 번역본 제목인) ‘작은 승자의 묘비명’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낑까스 보르바』 『동 카즈무후』 등과 함께 마샤두 지 아시스 3부작으로 불린다 바다이야기하는법 . 작가는 낭만적 리얼리즘과 문학적 인상주의 색채를 지니면서도 모더니즘의 여명에 가까운 파격성을 지닌 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후기 제국 브라질 상류층 사회의 타락과 속물성, 정치·경제적 관계의 장애와 위선 등을 폭로한다. 등장인물들은 자신만의 두려움과 꿈이라는 그물에 갇혀 있고, 현실에 대한 시각은 전적으로 주관적이며 화자는 신뢰할 수 없는 증인이다. 그는 종종 명백해 보이는 것을 의문시하며, 독자가 겉모습 너머를 보도록 초대한다. 형식 실험을 통한 권위의 해체 이미 사망한 인물인 브라스 꾸바스는 자서전을 쓰기로 결심한다. 전형적인 19세기 카리오카(리우와 관련된 것) 엘리트 가정에서 태어난 그의 사후 회고록은 다음과 같은 헌사로 시작한다. “내 시신의 차가운 살을 처음 갉아먹은 벌레에게, 나는 이 사후 회고록을 향수 어린 기억으로 헌정한다.”(이 대목에서 우리는 카프카를 소환하게 된다) 뒤이어 독자에게 하는 연설이 붙는데, 여기서 화자는 자신의 문체를 설명한다. 1장인 ‘저자의 죽음’은 그의 장례식과 사망 원인, 즉 그가 마지막으로 집착을 보인 대상이자 영광을 보장해줄 목표였던 만병통치약인 ‘브라스 꾸바스 연고’를 발명할 때 걸린 폐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7장 ‘섬망’에서 그는 죽기 직전의 순간들을 회상한다. 그렇게 꾸바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생의 끝부터 시작해(도움닫기 과정을 거쳐) 멀리뛰기처럼 훌쩍 어린 시절 이야기로 풀어나가기로 한다. 20세기의 위대한 작가이자 포르투갈어 최고의 시인인 페르난두 페소아가 ‘기억’에 대해 한 말이 있다. 시를 쓰는 시。은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아니라 감정을 기억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날것으로는 절대 지적이지 않은데, 시는 지적 생산물이기에 감정이 지적인 것 안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기억이라는 지적 활동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이명의 탄생』). 마샤두 지 아시스는 인간 조건의 딜레마를 펼쳐 보이기 위해 저 기억 필터를 다각도에서 만졌고, 그 결과 죽은 자의 목소리를 불러온 것이다. 19세기에! 이렇게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꾸바스 사고의 이중성은 독자가 삶의 모순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꾸바스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그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버릇없으며, 사악한 아이였다. 릴게임다운로드 노예들의 머리를 때리거나 젊은 남자 노예 프루덴시오의 등에 올라 말 타는 장난을 했다. 17세 때는 매춘부 마르셀라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 관계로 큰 재산을 잃을 뻔했다. 이 상심을 잊기 위해 법학 공부차 코임브라로 보내진다. 몇 년을 방황하다가 “실제로는 낭만주의를, 이론적으로는 자유주의를 따르며” 어머니의 사망을 계기로 리우로 돌아온다. 그는 가족의 가난한 친구 도냐 에우제비아의 딸인 에우제니아라는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데,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절름발이였다. 꾸바스의 아버지는 유력가의 딸 비르질리아와 정략결혼을 꾀한다. 하지만 그녀는 정치적으로 꾸바스보다 더 유력한 로보 네베스와 결혼한다. 꾸바스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상속권을 둘러싼 갈등이 가족 간에 벌어지고 결혼한 비르질리아와 꾸바스 간의 불륜이 진행된다. 이 관계를 위해 비르질리아 집안의 옛 재봉사 도냐 플라시다가 이용된다. 꾸바스의 어린 시절 친구 낑까스 보르바를 통해 ‘후마니티즘’이라는 철학이 소개되기도 한다. 꾸바스는 비르질리아와의 관계도 끝나고 결혼을 결심한 새 여인도 황열병으로 사망한다. 장관으로 입신하려다 실패하고, 주변 인물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난다. 꾸바스의 마지막 시도는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약인 ‘브라스 꾸바스 연고’다. 그런데 소설 도입부의 설명과 같이 이 일로 나가던 중 폭우를 맞아 폐렴에 걸려 64세의 나이로 꾸바스는 사망한다. 그는 자기 삶이 긍정할 것도 부정할 것도 아니지만, 곧이어 아이가 없어 “비참함의 유산을 대물리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전반적으로 약간 긍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고 결론짓는다. 서구 사상에 대한 브라질/라틴아메리카적 반응 마샤두 지 아시스는 이 작품에서 낑까스 보르바가 주창하는 허구적 철학(후마니티즘)을 통해 19세기 후반 브라질 사회에 유입되던 유럽의 실증주의, 낙관주의를 풍자한다. 낑까스 보르바는 자신의 철학에 따라 사회를 재편하더라도 전쟁, 폭동, 폭행, 살인, 빈곤, 기아, 질병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인정하나, 그러한 재앙은 실체의 외적 운동이므로 인류의 행복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전염병이 일부 사람들에게 악몽이긴 해도 인간이라는 종에게는 유익하다.” 개별자의 고통은 전체의 질서 속에서 의미를 잃는다. “후마니티즘에 따르면 고통은 순전한 환상이다.” 후마니티즘은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중요하다는 판단 자체를 제거한다. 바다이야기예시 당시 브라질에는 여전히 노예제가 존재했고(노예제는 1888년에야 폐지된다), 브라스 꾸바스는 특권적인 사회계층에 속한 인물로, 다른 사람의 노동과 고통에 의존하면서도 자기 삶의 의미와 성공에 몰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마니티즘은 단순히 우스운 형이상학이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의 수혜자가 자신의 특권을 정당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철학적 언어로 읽힐 수 있다. 마샤두 지 아시스는 철학적 보편주의가 계급적 특권과 사회적 무관심을 은폐하는 방식을 풍자한다. 작가는 인간의 자기기만과 관념적 폭력을 문제 삼았고, 인간은 자연과 그 변덕에 종속되며 창조 세계에 있어 무적의 주권자가 아니라는 .을 분명히 한다. 마샤두 지 아시스는 인간의 자기기만을 끝까지 폭로하면서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여운을 남긴다. 마샤두 자신은 이 모든 종류의 사상적 선언에 거리를 두면서 인간의 도덕적 불일치를 드러내는데, 이 일관된 회의는 작가의 풍자에 적극적인 윤리적 질문의 자리를 주지 않는다. 그는 인물들의 행동에 대해 도덕주의적 태도를 취하기보다 그 인물들이 자기의 행동 동기를 설명할 수 있는지에 초.을 맞추고 있다. 브라스 꾸바스는 이미 죽은 사람으로서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고, 타인의 불행을 가볍게 다루며, 때로는 자신의 허영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후마니티즘도 마찬가지인데, 낑까스 보르바가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는 동안 브라스 꾸바스는 그것의 논리적 기묘함을 관찰하지만, 철저한 윤리적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그 반론을 구성해야 하는 사람은 독자이며, 여기서 마샤두의 풍자는 단순한 조롱 이상의 의미를 얻는다. 브라스 꾸바스는 처음에 자신이 로렌스 스턴의 영향을 받았다고 명확히 밝히는데, 작품은 화자가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걸며 이야기의 전개를 의논하는 메타픽션 형태를 띠고 있고, 연대기적 흐름을 무시하는 구성을 선보이는가 하면,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해 놓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상 작용과 에피소드로 인해 옆길로 빠지기를 반복한다. 심지어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빈 페이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는 19세기 전통적 사실주의 소설들이 보여주던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정돈된 서사를 거부함으로써 식민지적 잔재와 유럽 중심적 제도를 답습하던 당시 브라질 문화계를 비틀어 독창적인 미학을 구축하려는 시도였다. 그렇기에 보르헤스나 코르타사르 등이 철학적 딜레마, 언어학적 실험으로 오늘날 라틴아메리카 환상 문학의 대가로 인식되는 데는 마샤두 지 아시스의 앞선 시도들이 기여한 바가 있지 않은가 한다. 서정 에세이스트·번역가 을 느끼는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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