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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주도한 검찰개혁 상징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오는 2일로 출범 한달을 맞이하지만 ‘1호 수사’라고 할 만한 대형 사건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중수청이 과거 검찰(현 공소청)의 수사력을 대체할 기관이라는 。을 입증하기 위해선 권력형 부패범죄와 대규모 금융범죄 등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나 출범 한 달째 사건을 고르며 뒤적이는 모습에 ‘사건 쇼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수청 반부패수사국은 지난달 16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딸 ‘허위 스펙’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을 배당받아 2주 넘게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14일 경찰과 중수청에 이 사건을 동시 고발했다.
경찰이 지난달 나흘 연속 고소·고발인을 불러 조사하면서 수사 속도를 올렸지만 중수청은 조사를 하지도 않으면서 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지 않았다. 고발장에 적시된 혐의 중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은 중수청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지만 뇌물은 수사 대상이다. 향후 중수청이 한 의원 수사를 개시한다면 경찰과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중수청은 지난달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고발된 추미애 경기지사 사건은 경찰에 넘겼다. 주된 혐의인 명예훼손이 중수청 수사 범위가 아니라는 이유다. 추 지사가 고발된 혐의 중에 직권남용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범위에 해당한다. 향후 경찰이 추 지사의 직권남용 혐의를 인지할 경우 공수처에 인지 통보해야 하고,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하면 사건을 넘겨야 한다. 이때 사건 전체를 이첩할지, 사건에서 직권남용 부분만 분리해 이첩할지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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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형사사법 제도는 수사기관을 경찰, 중수청과 공수처로 분리하면서 각자의 수사 범위도 혐의(죄목)별로 분리했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은 하나의 혐의가 아니라 여러 혐의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 어느 수사기관이 사건을 맡아야 하는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수사기관들이 서로 탐나는 사건은 가져가려 하고, 곤란한 사건은 떠넘기는 ‘사건 핑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인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1일 “경찰이 사건을 상품처럼 진열하면 중수청이 마음에 드는 사건을 골라 가져가는 식의 구조라서 사건 핑퐁은 예견됐던 것”이라며 “나중에는 경찰이 ‘중수청에 접수하라’며 고발장을 받아주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수사기관 간의 관할 다툼을 조정할 ‘수사권관할조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지만 시행일이 내년 2월5일이다. 앞으로 수개월간 조정 기구 공백이 불가피한 것이다. 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식을 위임한 대통령령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지난달 14일 김지용 중수청장 인사청문회에서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이 ‘(수사 관할이) 명확한 정리가 안 되면 행정안전부 장관이 개입해야 하느냐’고 묻자 김 청장은 “개입하지 않도록 저희들이 철저히 협의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정부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개별 사건은 주된 혐의가 각각 달라 수사 주체의 세부적 기준을 만들어두고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수사권관할조정위원회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은 현재 정황상 밝혀진 범죄 사실과 예상되는 법 적용 범위를 가감 없이 공유하고 중수청은 중대범죄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주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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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은 상징적인 ‘1호 수사’ 사건으로 검찰개혁의 의미를 보여주면서도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 사건을 선정하는 데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해 수사를 개시하면 중수청의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1호 사건은 중수청의 수사력을 평가받는 주요 시험대가 된다는 .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2021년 진보 성향인 조희연 당시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혜 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수사하자 출범 취지에 맞지 않게 쉬운 사건을 골랐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중수청이 대형 사건 수사에 선뜻 착수하지 못하고 마약·보이스피싱 사건 수사에서만 성과를 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기준 전국 6개 지방중수청이 피의자를 구속한 사건은 5건이고, 송치한 사건은 이 중 3건이다. 4건은 마약 사건, 1건은 보이스피싱 사건이다. 중수청은 첫 구속 사건인 동남아 마약사범을 지난달 23일 송치했지만 스스로 1호 수사 성과라고 내세우지 않았다.
한 중수청 간부는 “결국 권력자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지, 복잡한 금융범죄를 해결할 수 있는지가 중수청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수사로 입증 가능해야 하고 중수청의 성격에 맞아야 하니 사건을 가려내기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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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이 ‘개문발차(문을 열고 달림)’로 출범하면서 중대범죄 사건을 수사할 준비가 안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수청은 전체 정원 2874명의 66.1%인 1900명으로 출범했다. 사건 처리에 필수적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KCIS)은 접수·배당 기능만 갖춰 직원들이 수기로 생산한 종이 기록을 나르고 있다. 사무실은 업무 중에도 계속 공사 중이다.
경찰이 중대범죄 사건을 인지 통보해도 중수청은 극히 일부만 골라 넘겨받는 상황이 확인된다. 중수청법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이 중대범죄 사건을 인지하면 중수청에 통보해야 하고, 중수청이 이첩을 요구하면 사건을 넘겨야 한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중수청에 인지 통보한 사건 2002건 중에서 중수청이 이첩을 요구해 가져간 사건은 1건뿐이었다.
서울중수청은 최근 금융권 인공지능(AI) 해킹 사건에 대해 경찰로부터 인지 통보를 받았으나 ‘수사 불개시’ 결정을 경찰에 회신했다. 경찰 수사와 국제 공조가 상당히 진행돼 경찰이 계속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이유를 내놨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수청이 수사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수사 실무를 지휘하는 서울중수청 사이버정보수사과장 자리는 공석이다. 해킹의 공격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선 고도의 디지털 포렌식 역량이 필요한데 디지털 포렌식 시설 등은 12월에야 구축이 완료될 예정이다.
중수청은 지난달 30일 “현재 각 지방청의 영상녹화조사실은 구축이 완료됐으며 모바일 분석실 등 디지털포렌식 업무를 위한 시설도 대부분 갖춰진 상태”라며 “일부 지방청의 경우 독립된 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있으나, 기존 시설과 장비 등을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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