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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일본에 급변하는 동북아시아의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조직이 신설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한국의 국정원 역할을 해 온 내각정보조사실을 확대·개편, 국가정보국을 출범시킨 것이다. 정부 각 기관에 분산된 정보 수집·분석 활동을 통합적으로 조정, 정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으로 ‘일본판 CIA’라는 별칭이 붙었다. 일본은 아베 전 총리 시절 한국의 국가안보실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장국(NSS)을 설치한 데 이어 국가정보국까지 신설, 안보 정책과 정보 활동을 총괄하는 두 축을 강화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본 정보 체계 개편을 오랫동안 구상하고 추진해 온 인물이 ‘일본판 CIA 설계자’로 불리는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전 국가안전보장국장이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40여 년간 정보 업무에 종사한 전설적인 정보 프로”라는 평가를 받은 그는 다카이치 총리의 국가안보국 신설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정보관 재임 때는 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서훈 등 한국의 국정원장 5명을 잇달아 상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8일 자신의 도쿄 사무실에서 본지 인터뷰에 응한 기타무라는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상당히 긴밀해진 。을 우려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는 한편 러시아의 기술과 자원을 받아 군 현대화를 추진하는 상황이 일본의 안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 문제에도 대응하기 위해 정보기관들의 활동을 좀 더 통합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 내부의 정보 체계 강화 필요
― 다카이치 내각이 신설한 국가정보국에 대해 일본 안팎에서 관심이 많다.
“국가정보국은 기본적으로 여러 정보기관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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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중앙정보국(CIA)보다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에 가깝다. 호주의 국가정보국(ONI)과도 비슷하다. 정보 공동체와 정책 결정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의 변화가 이러한 개편의 배경이다.”
―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에서 가장 우려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지나치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다. 특히 러시아와 관계가 상당히 긴밀해지고 있다. 중국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다카이치 내각이 정보기관들의 활동을 좀 더 통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안다.”
―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면서 드론 운용 등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북한군의 전투 역량이 어느 정도 강화됐다고 보는가.
“일본도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가 사용하는 탄약의 상당 부분이 북한에서 공급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 러시아의 여러 기술과 자원도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협력을 통해 군대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밀보호법 제정 후 미일 정보 공유 커져
― 최근 한미 간에는 미국이 제공한 북핵 시설에 대한 비밀 정보 공개 여부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법을 2013년 제정했는데.
“미국은 동맹 관。에서 비밀 정보 보호에 관한 법 제정을 오래전부터 희망해 왔다. 2010년 3월 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정보 보호에 관한 양국 협의체가 만들어진 후, 미국이 여러 가지 개선을 요구했다. 그 결과 2013년 특정비밀보호법이 제정됐다.”
― 특정비밀보호법 제정에 직을 걸었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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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양국 간 비밀 공유에 관한 법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추진했다. 법을 만들지 못한다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책 ‘외사경찰비록(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일본의 스파이 전쟁)’에서 이 법의 통과를 위해 “요미우리 신문에 머리를 숙였다”고 썼다.
― 법 제정 이후 미국과 일본의 정보 협력이 실제로 얼마나 달라졌는가.
“법률 제정으로 미일 간 정보 교환은 비약적으로 진전됐다. 아베 총리 시절 스가 관방장관도 국회에서 그러한 사실을 설명한 바 있다.”
― 2019년 문재인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결정했을 때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나.
“미국도 곤란했기 때문에 개입했다고 생각한다. 한일 관계가 나빠지는 것이 미국에 좋을 리 없지 않은가. 미국은 미국 나름의 입장에서 한국 측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협정 종료가 유예되는 형태로 정리됐는데,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협력보다 에너지 공조 먼저 해야
― 일본 정부는 최근 한일 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을 강하게 희망하는데.
“지금이라면 체결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미일 3국이 상당한 수준의 군사 훈련을 함께 실시하고 있지 않나. ACSA는 평화유지 활동, 공동 훈련, 재난 대응 등에서 연료, 탄약, 수송, 정비, 의료 같은 군수 물자와 용역을 상호 지원하는 협정이다. 안보 분야의 협력이 중요한 만큼 이런 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경제안보 분야에서는 한일 양국이 어떤 협력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나.
“반도체 분야는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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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처음부터 반도체 협력을 추진하기보다는 에너지와 중요 광물 같은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희토류와 LNG 분야에서는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 현재 한일 관계와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명 정부의 현실주의 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카이치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인간적인 관계도 좋지 않나.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상황이 조금 걱정된다.”
― 민주당 내부의 어떤 。이 걱정스러운가.
“여러 정보를 들어보면 현재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대일 현실주의적 외교 노선 자체에 대해 당 내에서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무현 정부때 민단·조총련 통합 저지
―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민단과 조총련의 통합 움직임을 저지하는 데 관여했다고 회고록에 썼는데.
“민단의 일부 관계자들이 우리를 찾아와 민단과 조총련의 통합 움직임으로 ‘탈북자 지원 민단 센터’가 없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지금은 그런 가능성이 없지만 당시에는 실제로 진지하게 민단과 조총련의 통합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 당시 한국 국정원이 민단과 조총련의 통합 움직임에 관여했는가.
“그렇다. 내 책에는 국정원이라고 직접 쓰기는 어려워서 ‘한국 당국이 관여한 짙은 흔적이 있었다’고 썼다.”
기타무라는 회고록에서 당시 일본 경찰 고위 관계자가 국회에서 조총련의 동향에 중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민단과 조총련의 통합이 구체적인 위법 행위로 이어질 경우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통합이 저지됐다고 했다. 그는 “우호국인 한국의 재일 동포 단체인 민단이 파괴 방지법에 근거한 사찰 대상인 조총련의 품속으로 안기듯이 합병을 요구한 사태의 교훈은 내부에 심각한 이념 대립이 잠재하는 한국의 국내 정세에도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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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반도체 부품 등의 수출 규제 조치 등을 통해 한일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평가가 많다. 아베 전 총리는 실제로 한국을 어떻게 생각했나.
“이것만은 알아 달라. 아베 전 총리는 한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정치인이다. 그 배경엔 정치인 집안의 역사도 있다. 그의 외조부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다. 한일 국교 정상화는 사토 에이사쿠 총리 때 이루어졌지만 기시 전 총리도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한국이 일본에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나라인지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했는데..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재단을 해산한 일 등이 있었지 않나. 합의 자체를 공식적으로 파기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합의의 중요한 부분이 사라졌다. 아베 전 총리로서는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한국과의 관계를 나쁘게 만들려는 생각은 없었다고 본다.”
미일 정상 회담 일본에 나쁘지 않아
― 현직에 있을 때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북측 대표도 만나며 여러 노력을 한 것으로 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2018년 제1차 미북 정상회담 추진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 상황은 훨씬 어려워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언급하고 있기에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움직일 것인지가 중요하다.”
―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일본이 외교적으로 소외될 수 있지 않나.
“그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북한에 납치 문제 해결을 촉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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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정상회담이 일본에 반드시 나쁜 일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 조선일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은 일본에 안보 분야에서도, 경제 분야에서도, 산업 분야에서도 극히 중요한 나라다. 그러한 중요성에 걸맞은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외교, 정보, 군사, 경제, 기술 등 국가의 힘을 구성하는 각각의 분야에서 한일 관계가 더욱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안전보장국과 국가정보국
일본 총리를 직접 보좌하는 내각관방(內閣官房) 소속으로 외교·안보 정책과 정보 활동을 각각 총괄하는 양대 핵심 조직이다. 국가안전보장국(National Security Secretariat·NSS)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3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설치한 데 이어 2014년 출범시켰다. 한국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국가정보국(National Intelligence Bureau·NIB)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 7월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내각정보조사실을 확대·개편해 신설한 정보기관이다. 경찰청·외무성·방위성 등 여러 기관에 분산됐던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정보 활동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타무라 시게루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미일 정보협력 강화를 위한 특정비밀보호법 제정을 주도하는 등 일본 정보·안보 분야의 핵심으로 활동해왔다. 도쿄대 법학부 졸업. 경찰청 외사정보부장 등을 거쳐 2011년 12월부터 역대 최장인 7년 8개월간 일본의 정보 활동을 총괄하는 내각정보관을 지내며 한국의 국정원장 5명을 상대했다.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전보장국장도 지냈다. 퇴임 후에는 재직 당시의 비화를 일본의 유력 시사 월간지 ‘문예춘추’에 연재해 주목받았다.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딴 컨설팅 업체 ‘기타무라 경제안보’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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