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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23 19:04 조회 5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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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Serendipity)란 말이 있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뜻밖의 가치나 행운을 발견하는 순간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우연한 발견, 뜻밖의 행운' 정도일까. 서.에 들러 서가의 책등을 바라보다가, 나를 새롭게 할 가능성을 발견하는 책을 대면하는 순간은 세렌디피티의 순간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서。에 들렀다는 사실 자체가 세렌디피티일 수 있다. 서。은 '발견'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들른 서.에서 나를 새롭게 할 가능성을 발견할 때, 우리는 기쁨의 섬광을 느낀다.
신간 '경제학자는 오늘도 동네책방에 갑니다'에서 저자 김인규는 세렌디피티의 순간을 고백한다. 연남동 서. '책크인'이 일례다. 여행사를 운영하던 책방지기가 '여행은 호텔 체크인으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여행 관련 책을 사서 읽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책방 이름을 '책(冊)크인'으로 지었다.
서。 책크인은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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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서울이지만 그곳에선 여행을 떠난 듯한 환시가 펼쳐진다. 가령 '티켓 투 리스본' 행사 때는 리스본에 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리스본 사진과 관련 도서로 서。을 장식하고,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함께 읽고, 이 소설을 원작 삼은 영화도 함께 본다. 포르투갈 와인도 곁들여진다.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게 된 여행자들에게 숨구멍 같은 공간이 열린 셈이다"라고 저자는 쓴다.
인천 동네책방 '문학소매.'의 독특함은 외관이 아니다. 이 서.엔 '문학중매。'이란 코너가 있다. 단골손님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갖다 놓고 파는 코너다. 문학중매. 코너는 일본의 공유형 서.의 원조인 '네코노혼다나'를 연상시키는데, 네코노혼다나는 가입비 1만1000엔과 월 임대료 4400엔을 내면 가로세로 30㎝ 남짓한 책장 하나를 빌려준다. 몇만 원으로 '책방 주인'이 되는 경험을 선물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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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학중매.의 서가 사용료는 무료다. 책방 주인은 "책을 통해 독자와 독자를 중매하는 느낌이라 그렇게 작명했다"고 한다.
울산 남구의 '소담쓰담'은 책방 이름부터 다정하다. 서로의 아픔을 쓰다듬어주자는 뜻에서 '쓰담쓰담'을 책방 이름에 넣었다. 책방지기가 책방을 연 이유는 단순했다. "책이 팔리지 않으면 자신의 장서로 삼아 읽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세상은 우리들의 독서에 효율과 쓸모를 묻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독서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경기 가평의 '북유럽'은 이름부터 반전으로 채워져 있다. 북유럽은 'Book You Love'라는 뜻이다. 책방지기 김영우 씨는 작가인 아내 이재영 씨가 사장이고 자신은 직원이라고 소개한다. 이들 부부가 세운 매출 목표는 '하루 두 권'이다. 많이 팔겠다는 욕심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올 공간을 오래 지키겠다는 마음이 읽힌다.
책을 사기 위해 서.에 가는 게 아니라, 서。에 가기 위해 책을 사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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