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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20 06:10 조회 7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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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에서 고물가·교육환경 악화에 항의하는 시위와 대규모 폭력사태가 벌어진 다음날인 18일(현지 시각) 둘러본 파리 시내는 전쟁이나 지진을 겪은 폐허 같았다. 과거 ‘왕들의 거리’ ‘황제들의 응접실’로 불렸던 최중심 1구는 루브르 박물관, 튈르리 정원, 방돔 광장 등을 끼고 세계적인 명품 의류·귀금속 브랜드와 최고급 호텔들이 밀집해 있다. 1871년 튈르리 궁전이 불에 탄 파리 코뮌 이후 대규모 소요가 드물었던 곳이다.
하지만 거리 곳곳엔 불타고 남은 자동차, 자전거의 잔해와 깨진 유리, 보도블록, 도로 표지판 등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어 전날 시위의 폭력성을 짐작케 했다. 매캐한 연기와 먼지가 아직도 피어오르는 곳도 있었다. 무정부주의(아나르시즘·Anarchisme)를 뜻하는 알파벳 A 낙서가 콩코르드 광장, 오페라 가르니에 등에 그려져 있었다.
한 70대 여성은 “평생을 파리에서 살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며 “이건 시위가 아니라 폭동”이라고 했다. 반면 ‘마크롱(대통령)은 부자의 앞잡이’라는 낙서 앞에서 웃으면서 사진을 찍던 프뤼보(29)씨는 “시위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월 수입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인데 정부는 부자들의 편”이라고 했다. 그와 함께 있던 한 청년은 “정부가 연금개혁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 부담을 만만한 젊은이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 우리의 미래를 빼앗긴 느낌”이라고 했다.
◇폐허 된 명품거리… “부자 잡아먹자” “왕에게 죽음을” 벽마다 낙서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청년 세대의 관계가 사실상 파국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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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청년들은 ‘고령층은 연금과 자산 가격 상승의 과실을 맛보는 반면, 우리에겐 높은 세금·주거비·부채와 불안정한 일자리만 남았다’는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크롱은 이날 오후 8시 긴급 대국민담화에서 폭력 가담자 엄벌과 민생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민생 대책을 내놓지 않아 성난 민심을 달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은 현 사태를 해결하고자 학생·교사·노동조합·지방정부·국회의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출범시키겠다면서 “청년들이 직접 해법을 만들고 협상할 기회를 주지 않고 ‘미래를 믿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했지만, 이 발언조차도 청년들 사이에선 “또 속지 않는다”며 조롱거리가 됐다.
이날 명품 거리 생토노레가의 주요 매장은 유리창이 박살난 채 영업을 중단하거나, 유리를 합판으로 덧대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방돔 광장엔 “부자들을 잡아먹자”(EAT THE RICH)라는 낙서가 적혀 있었다. 프랑스 혁명 당시 계몽주의 철학자 장자크 루소(1712~1778)가 “민중이 더는 먹을 것이 없으면, 그들은 부자들을 잡아먹을 것”이라고 한 말이다. 혁명 당시 민중이 루이 16세 절대 왕정 철폐를 주장하며 외쳤던 “왕에게 죽음을(Mort au Roi)” 구호도 보였다. “ACAB”(모든 경찰은 X자식이다), “팔레스타인을 해방시켜라” “내일은 취소되었다” “사랑을 지켜내자” 같은 구호도 건물 곳곳에 적혀 있었다.
고등학생인 딸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다는 소니아 마브룩(40)씨는 “공공 서비스 방치 등 잘못되고 있는 모든 것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에 참여했다”며 “부자에게 유리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게 지금의 정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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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라(19)씨는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생활비가 너무 비싸고, 유가가 너무 높으며, 전국 곳곳의 고등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폭력적인 공격을 받고 다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장·노년층은 “폭력이 도를 넘었다”고 반응하며 세대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장 푸아시(74)씨는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세워진 프랑스 혁명의 상징 마리안느 동상이 부서진 모습에 “너무 끔찍해서 울고 싶을 정도”였다고 했다. 143년 된 리모주 시청이 전소된 데 대해 질 페이넬린(64)씨는 “35년 전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이제 사진밖에 남지 않았다”며 “정말 부끄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마크롱도 대국민담화에서 이번 사태를 ‘극좌 선동 세력’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면서 “어떻게 프랑스인들이 프랑스에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느냐. 정당화할 수도, 설명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고 했다.
파리 동부의 레퓌블리크 광장, 생마르탱 운하 등에선 이날까지도 곳곳에서 산발적인 방화와 소요가 발생했다. 이 지역의 소규모 상。들은 아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곳도 있다. 상인들은 “내 전부를 잃어버렸다” “이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번 시위의 피해 액수는 수억 유로 규모로 추산된다. 프랑스유통연맹은 전국에서 수천 곳 매장이 약탈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이날까지 전국에서 폭력 시위자 2400여명을 검거했고 1000명 이상 경찰이 다쳤다고 밝혔다. 10대 청소년 두 명이 각각 손 절단, 한쪽 눈 실명이라는 중상을 입었다. 파리에선 시민 한 명이 시위 도중 심정지로 숨진 사례도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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